민주당에 수도권 ‘투톱 시대’가 열렸다. 5월13일 치러진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경기 수원 태생의 김진표 의원이 선출됐다. 1년간 당의 의회 전략을 총괄하게 될 김 원내대표는 경기 시흥 출신의 손학규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이끌게 된다.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에 수도권 출신의 투톱 지도부가 등장하기는 통합민주당 시절 1개월 남짓 지속된 손학규(대표)-원혜영(원내대표) 체제에 이어 3년 만이다. 하지만 당시 손 대표는 선출이 아닌 추대 형식으로 취임한 사실상의 ‘임시대표’여서 정치적 의미는 크지 않았다.
‘수도권 원내대표론’ 힘 받은듯
호남 출신이 다수인 민주당에서 수도권 의원이 원내대표로 뽑힌 데는 ‘수도권 원내대표론’이 의원단 안에서 호소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연말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호남 출신 당 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원내대표마저 호남 출신으로 뽑기에는 의원들의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김 원내대표와 경합한 강봉균·유선호 의원은 모두 호남 출신이다. 일각에선 앞서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당선된 황우여 의원이 수도권 출신이란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관심은 김 원내대표의 당선이 지난해 전당대회 이후 ‘좌클릭’의 길을 걸어온 민주당의 노선에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로 모아진다. 중도 성향의 손 대표에 이어 보수 성향의 경제관료 출신 원내대표가 취임함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김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벗이 되기 위한 정당,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실천하는 정당”이라며 “3+1 복지정책에 더해 교육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재정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일자리와 주거복지, 노인복지를 좀더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 출신의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의 이력과 정치 성향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우클릭’이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미 FTA에도 반대한다고는 하지만, 속내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유무역에 찬성하는 ‘뼛속부터 경제관료’인 그에게서 비준안 통과 저지를 위한 뚝심과 돌파력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다.
김 원내대표는 파트너인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닮은 점이 많다는 평이다. 두 사람 모두 독실한 개신교도인데다, 정치 스타일도 ‘투사형’과 거리가 멀다. 김 원내대표가 교육부총리를 할 때, 황 원내대표가 국회 교육과학위원장을 한 인연도 있다. 김 원내대표는 “선거도 다가오고, 황우여 대표를 믿기 때문에 이제 일방적인 날치기는 하지 못할 것”이라며 “모든 갈등과 이견은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며 정치의 정도를 회복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물리력을 동원한 저지보다는 협상에 무게를 두겠다는 얘기다.
한 표 차이로 갈린 승부이날 경선에는 민주당 의원 87명 가운데 83명이 참여했다. 1차 투표 1·2위자로 결선투표를 치르는 것이 원칙이지만, 31표를 얻은 김진표 의원에 이어 강봉균·유선호 의원이 똑같은 26표를 얻는 바람에 세 후보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재투표를 벌였다. 82명이 참여한 재투표 결과는 김진표 36, 강봉균 35, 유선호 11표였다. 1표 차로 승부가 갈린 것이다.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원내대표는 행정고시 13회로 관계에 입문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과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를 지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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