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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2시간 유급휴가 보장하라”

‘직장인 작은권리찾기’ 재보선 투표일 유급휴가 캠페인 벌여 나우콤 등 수용…투표권 보장할 제도 개선 시급
등록 2011-04-29 16:12 수정 2020-05-03 04:26

공휴일이 아닌 재·보궐 선거 때 직장인이 투표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출퇴근 시간 때문이다. 그런데 디지털 미디어 전문업체 나우콤이 4·27 재·보궐 선거일에 해당 지역 직원에게 2시간 유급휴가를 주겠다고 지난 4월19일 밝혔다. 도메인 호스팅업체 아사달·데이터젠시스템, 방송영상업체 네모비전도 재보선을 치르는 지역의 직원들이 투표를 할 수 있게 유급휴가 2시간을 주기로 했다. 경기 성남시는 해당 지역 직원의 출근시간을 1시간 늦추겠다고 밝혔다.

4월21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정영훈 ‘직장인 작은권리찾기’ 대표(오른쪽)와 정희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4·27 재보선에서 직장인 투표 시간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4월21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정영훈 ‘직장인 작은권리찾기’ 대표(오른쪽)와 정희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4·27 재보선에서 직장인 투표 시간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의를 대표하지 못하는 재보선?

대선·총선·지방선거와 달리 재보선은 투표 마감 시각만 저녁 8시로 2시간 연장된다. 그나마 법적으로 투표 시간을 늘리는 것도 2004년 6·5 재보선 때 도입됐지만, 투표율은 20~30%대에 그쳤다. 대선·총선 등에 비해 관심이 낮기도 하지만,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행사를 위해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고 못박은 근로기준법 10조를 들이대며 “투표 때문에 조금 늦게 오겠다”는 말을 꺼내기 쉽지 않은 현실 탓이다. 이 때문에 재보선은 늘 ‘선출된 사람이 실제 민의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대표성과 민주적 정당성의 결함을 안고 있었다.

이번에 나우콤 등이 유급휴가 결정을 내린 데는 만들어진 지 한 달도 채 안 된 ‘직장인 작은권리찾기’라는 시민단체의 노력이 있었다. 이 단체 대표인 정영훈 변호사는 “아는 직장인들과 온라인 채팅을 하다가 이번 선거 얘기가 나왔는데, 누가 ‘재보선 땐 투표하기 어렵다’고 했다. 내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고 했더니, 오프라인에서 권리찾기 운동을 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부랴부랴 블로그를 만들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호응해주는 곳이 있어서 반갑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대선·총선 등과 재보선 유권자의 투표권 보장 정도에 차이를 두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선거권과 평등권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지난 4월15일 4·27 재보선이 치러지는 8개 지역의 대기업·중소기업 등에 협조문을 보내 투표권 보장을 호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KT, NHN, 네오위즈 등엔 직접 찾아가 협조문을 전달했고,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으로 유명한 박용만 두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도 트위터를 통해 의견을 전했다. 4월21일엔 민주노총·참여연대와 함께 투표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실 재보선 투표율을 높이려면 기업의 자발적인 움직임보다 법적·제도적 장치가 더욱 중요하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투표 마감 시각을 밤 10시로 지금보다 2시간 더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놨다. ‘직장인 작은권리찾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서를 보내 재보선 관련 직장인 2시간 유급휴가 법제화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선관위는 4월19일 답변서에서 “향후 법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전히 요원한 제도 개선

이와 관련해 선관위 쪽은 “4월 초 국회에 낸 선거법 개정 의견에 ‘선거인명부 통합시스템 도입’과 ‘사전투표제’ 도입 의견을 냈다”며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면 선거인의 편의가 확대되고 투표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인명부를 통합하면 지정된 투표소가 아니라도 어디서든 본인 확인을 거쳐 투표를 할 수 있고, 사전투표제가 실시되면 선거 당일에 투표하기 어려운 사람도 선거일 전 일정 기간에 투표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인명부 통합 시스템 등은 2000년대 중반부터 논의됐지만 비용·보안상의 문제로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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