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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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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욕에 부끄럼도 벗어던진 ‘5세 훈’

무상급식을 ‘망국적 부자급식’이라 맹비난
개발 위해 수천억원 쓰며 0.03% 예산 아끼려 아이들 식판 걷어차서야
등록 2010-12-29 17:16 수정 2020-05-03 04:26

오세훈 서울시장의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드라이브가 계속되고 있다. 의무급식 지원 논란에 관한 TV토론을 요구하더니, 정작 마련된 TV토론은 패널들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며 걷어찼다. 그러더니 4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퍼부었다. 민간기업도 아닌 서울시가 벌거벗은 아이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부모와 아이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버젓이 게재했다. 오 시장은 우리 아이들을 아끼고 서울시 예산도 아끼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결국 어느 쪽도 아끼지 않음을 서울시 광고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사실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관련한 오 시장의 이율배반과 위선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12월23일 서울시청 앞에서 친환경무상급식연대 회원이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광고 게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21> 정용일

12월23일 서울시청 앞에서 친환경무상급식연대 회원이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광고 게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21> 정용일

네 가지 이율배반과 위선

우선, 그는 모든 아이에게 친환경 식단으로 골고루 급식을 제공하자는 것을 ‘부자급식’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우리는 의무교육을 ‘부자교육’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당장 오 시장이 추진하는 사교육·학습준비물·학교폭력 없는 ‘3무(無) 학교 만들기’ 사업도 부잣집과 저소득층 자녀가 모두 혜택을 받게 돼 있다. 그런 사업들도 ‘부자학교’ 사업인가.

둘째, 오 시장은 의무급식 지원 예산을 두고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 복지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 평균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이 말은 현실 왜곡이다.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포퓰리즘은 ‘개발 포퓰리즘’이다. 당장 서울시만 해도 문화나 디자인 등으로 포장된 개발 포퓰리즘이 넘쳐난다. 한강 르네상스사업, 남산 르네상스사업, 디자인거리 조성사업, 서울 서남권 개발 등에는 각각 수천억원씩 투입된다. 오 시장만 해도 서울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엄청난 정치적 선물인데 주민들이 잘 모를 수 있으니 홍보 잘하라”고 지시했다. 시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자신의 토건개발 정책은 포퓰리즘이 아니고 시민들의 요구가 큰 정책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란 말인가.

셋째, 야권에서 요구하는 내년 의무급식 지원 예산 700억원은 서울시 전체 예산 20조6천억원 가운데 0.03%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오 시장은 의무급식 지원사업 같은 ‘무차별적 복지’를 시행하면 소득세와 법인세를 30%까지 더 걷어야 한다고 겁주고 있다. 의무급식 지원이 ‘복지 망국병’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처럼 걱정하는 모양새다. 그런 그가 현 정부의 무리한 부자감세(2012년까지 87조 감세 효과)와 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부채(2009년 이후 410조원)를 동원한 부양책으로 당장 국가재정 기반이 무너지는 것엔 침묵하고 있다. 700억원이 만들어낼 재정 부담은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부풀리면서도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그 수 백, 수천 배에 이르는 ‘망국적 빚잔치’에는 침묵하고 있다.


대권욕 아니면 뭘로 설명할까

넷째, 정치적 이율배반도 심각하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의무급식을 공약한 것이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한나라당 의원들이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 개발 공약을 내세워 대거 당선된 것은 왜 ‘뉴타운 포퓰리즘’이라고 하지 않는가. 뉴타운 지정 권한을 가진 그는 뉴타운 추가 지정 의사가 없음에도 총선 기간뿐만 아니라 총선 이후 단 한 번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 또한 서울시의회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이 통과된 것을 ‘다수결의 폭력’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여당의 폭력적인 예산안 날치기 통과에는 일언반구도 없다.

이처럼 오 시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율배반을 저지르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단 한 가지, 대권욕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지 않을까.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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