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는 걸까? 아니면 ‘공정 총리’라는 타이틀을 달기엔 버거운 과거였을까?
9월29~30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황식 총리 후보자의 부적절한 처신과 관련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위장전입이나 논문 표절만 없을 뿐이지 △병역기피 △세금탈루 △허위 재산신고 △친족 특혜 지원 △정치적 편향 등 의혹의 종류도 갖가지다. 애초 청와대와 ‘사전 교감설’이 흘러나왔던데다 김 후보자가 호남 출신인 탓인지 다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민주당은 돌연 ‘현미경 검증’을 강조하며 검증의 고삐를 바싹 죄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답변을 제대로 못했다간 낙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갑상선·부동시, 아팠다 나았다?
후보자 지명 직후만 해도 대법관·감사원장 임기를 각각 절반밖에 채우지 않았다는 점, 감사원장 임명 당시 “총리는 제안을 받아도 하지 않겠다”고 국회에서 답변한 사실 정도가 논란거리였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배제되는 등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짬짜미해 ‘봐주기 청문회’를 하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민주당이 철저한 검증을 다짐하고, 인사청문특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추석 연휴 기간에도 청문회 준비에 열을 올리면서 김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야당이 집중적으로 추궁하려는 대목은 병역기피 의혹이다. 김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정부와 여당의 최고 지도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또 하나의 여권 최고위층인 총리까지 ‘군 미필자’로 채워진다. 더구나 김 후보자는 형이 의사로 있던 병원에서 ‘갑상선 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아 입영을 연기한 뒤, 이듬해엔 돌연 부동시(좌우 시력 굴절도가 다른 것)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그런데 2년 뒤 판사 임용 당시 신체검사에선 시력이 급격히 좋아져 좌 0.2, 우 0.1이 나왔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9월24일 CBS 라디오 에서 “부동시로 군 면제를 받고 다시 법관 임명 때 시력이 좋아졌다면 의학적으로 연구 대상”이라며 “국민이 혼란스럽지 않게 빨리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야당은 김 후보자 누나인 김필식 동신대 총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불러, 김 후보자가 요직으로 옮길 때마다 동신대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이 대폭 늘어난 것이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을 검증할 계획이다. 감사원이 4대강 감사 결과 발표를 지연시켰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주심을 맡은 은진수 감사위원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려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부실’이 드러난 감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이 아닌지도 따지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런 의혹과 관련해 9월24일 “청문회 과정에서 명백히 가려서 의혹이 그야말로 의혹에 그치는 것이라는 것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검증은 이미 끝났다고 강조한다. 안상수 대표는 “(김 후보자는) 대법관·감사원장이 될 때 두 번이나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며 “야당이 주장하는 것은 정략적 흠집내기”라고 비난했다.
호남 출신 후보에 난감한 민주당어쨌거나 주도권을 쥔 민주당은 여론을 의식해 도덕성·자질 검증을 철저히 하겠다고 거듭 다짐한다. 하지만 주요 인사에서 영남 편중을 지적해온 민주당이 ‘호남 출신 총리’라는 상징성에 무게를 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총리 후보자 사퇴에 이어 김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국정 공백이 길어진다는 점도 일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먼지도 모이면 태산이 된다. 국회가 김 후보자의 의혹을 그냥 먼지로 보는지, 태산으로 보는지는 청문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예정된 새달 1일 드러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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