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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보고서는 MB에 정치적 타격 줄 것”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 <뉴욕타임스> 천안함 기고에 ‘좌초에 이은 기뢰 폭발’ 결론 소개
등록 2010-09-07 17:26 수정 2020-05-03 04:26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8월31일 미국〈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8월31일 미국〈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

천안함의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 와중에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입을 열었다. 지난 8월31일 미국 에 실린 ‘북한의 반응 살피기’(Testing North Korean Waters)라는 기고문에서 그는 ‘러시아 취재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공표하지 않은 이유를 밝힌 것이다.

“러시아의 천안함 보고서 공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much political damage)을 줄 것이며 오바마 대통령을 난처하게(embarrass)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구 없는 대북 강경책”

그레그 전 대사는 또 “천안함과 관련해 추가 대북 제재 등 한국과 미국의 강경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 가지 문제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데 모든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라며 “북한이 일관되게 이를 부인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을 비난하는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다. 기고문에는 해군 전문가인 4명의 러시아 조사단이 한국을 방문해 천안함 사건 증거물들을 직접 조사했고, 침몰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 아닌 기뢰 폭발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폭발 이전에 좌초 흔적이 있으며, 폭발한 기뢰는 스크루에 엉킨 어망에 딸려 올라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내용은 가 7월27일 보도한 러시아 조사단 요약 보고서와 일치한다. 앞서 은 806호 표지이야기 ‘백령도에 아군 기뢰 100여 개 숨어있다’에서 “그물이나 통발을 연결하는 선이 천안함 스크루에 감기고 그 과정에서 뻘과 모래에 묻혀 있던 기뢰가 끌려올라와 충돌하거나 전기적 작용으로 폭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상반된 해석이 한반도 비핵화와 같은 중요한 문제들과 관련해 (남북관계를) 제 궤도로 돌려놓으려는 어떤 노력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고위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이명박 정부는 북한으로 통하는 모든 다리를 불태워버리고 출구 없는 강경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현재의 남북관계는 고전적인 치킨게임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의 기고문에서 러시아 보고서가 언급되면서 천안함의 진실은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나아가 진작에 공개됐어야 할 우리 정부의 ‘천안함 최종 보고서’도 발간이 미뤄지고 있다. 원래 7월에 나올 예정이던 보고서는 여러 차례 연기되다 8월마저 넘겼다. 마지막 교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알려진 것만 벌써 한 달을 넘었다. 지난 8월에는 천안함 침몰 지점 인근에 오래된 침몰 선박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보고서 발표가 연기되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9월6일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천안함 함장 등 근무태만 혐의 조사

한편 천안함 침몰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이 근무태만 등의 혐의로 입건돼 군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지난 9월2일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군검찰이 지난 7월 말 최원일 전 함장(중령)과 함께 박정화 전 해군 작전사령관(중장), 김동식 전 2함대 사령관(소장), 황중선 전 합참 합동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을 군형법 35조(근무태만)를 적용해 입건한 뒤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내부에서는 군검찰의 조처에 대해 “지휘관의 작전 지휘가 적절했는지를 사후에 사법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감사원이 통보해온 감사 내용을 상세하게 검토·조사해 형사 및 징계 처벌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있다”며 “감사 결과 이외에도 징계 대상자들의 소명 사실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감사원이 천안함 사건 발생 직후 군의 대응 등에 대한 감찰을 벌인 뒤 징계를 요청한 25명의 명단에는 최 전 함장의 이름이 없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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