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참패와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과 정운찬 총리를 포함한 내각의 대규모 개편이 예견되고 있다.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과 미주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장의 인사 카드를 놓고 고심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14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저를 포함해서 청와대와 정부 모두가 자기 성찰의 바탕 위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변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청와대와 내각의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관심을 끄는 인사는 여권 내부에서 ‘왕의 남자’로 통하는 이동관 홍보수석의 거취다. 청와대 참모진 쇄신과 당·정·청 관계 개선을 주장해온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은 “이 수석이 우직하기는 하지만 이 대통령 앞에서 직언을 하지 못해 결국 눈과 귀를 가리고 국민에게서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공언한 인적 쇄신과 구조 개편을 앞두고 보통 사람들은 알기 힘든 청와대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6월19일치 ‘청와대 소동 2탄’ 기사를 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기사는 참모들 사이에 생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갈등과 알력이 심해지고 심지어 불미스러운 일도 생긴다고 전했다.
최근 A수석 비서관실 소속인 B비서관은 상관인 수석 몰래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다. A수석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B비서관의 관점에서 다룬 이른바 ‘발전 방안’을 보고서로 낸 것이다. 청와대 개편을 앞둔 상황인 만큼 이런 행동이 미친 파장은 컸다. B비서관의 직보가 이뤄진 며칠 뒤 A수석은 자신의 조직에 관한 보고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대통령에게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B비서관을 불렀다. 그리고 “왜 이런 짓을 했느냐”며 호통을 쳤다.A수석은 B비서관의 은밀한 보고를 어떻게 알았을까. 같은 수석실의 C비서관이 B비서관의 보고서를 빼내 수석에게 건네줬기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밝혔다. 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B·C비서관도 얼굴을 붉히며 언쟁을 했다고 한다.
은 가 영문 알파벳으로 가린 비서관들이 누구인지 취재했다. A는 기자 출신인 이동관 홍보수석, B는 한국방송 기자 출신인 박선규 대변인, C는 문화방송 기자 출신인 김은혜 대변인이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의 한 인사는 “직보는 총무비서관실을 통해 이뤄졌다고 들었다”며 “이동관 수석과 김은혜 대변인의 견제를 받고 있는 박 대변인이 ‘불통’의 진원지로 꼽히는 이 수석 문제와 홍보수석실 문제를 제기하려다 오히려 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권철현 대사와 자리 바꾸기?이동관 홍보수석은 올해 초 이 대통령이 영국 〈BBC〉와의 회견에서 “아마 연내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발언을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로 축소·왜곡하고, 외국 정상들과의 대화 내용도 편한 대로 고쳐 발표한 이른바 ‘마사지’ 행위로 비난받은 바 있다. ‘봉은사 외압 사건’에도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이 홍보수석의 2선 후퇴 가능성과 함께, 청와대 입성을 바라는 권철현 주일대사와 자리를 바꾸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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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