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주당 연합’이 무르익고 있다. 광주시의회의 이른바 ‘선거구 쪼개기’ 파동 이후 민주당을 제외한 야 4당이 ‘민주당 심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지난 2월18일 경찰을 동원한 가운데 기초의원 4인 선거구제를 2인 선거구제로 바꾸는 조례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광주시의회는 민주당이 모든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선거구 쪼개기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진보신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윤난실 부대표가 2월22일 ‘반민주당 연합공천’을 공개 제안했다. 광주의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등 야 4당이 연합공천을 통해 1대1 구도를 만들어 광주 민주당의 ‘지방자치 독재’를 심판하자는 내용이었다.
“지방자치 일당독재에 불만 누적”
2월24일에는 야 4당 광주시당 위원장 연석회의가 열렸다. 각 당은 이날 회의를 통해 ‘반민주당 연합공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야 4당은 3월2일 연합공천의 방식과 연대 대상, 공동의 공약을 논의할 공식 논의기구를 출범시킨 뒤 시민사회의 동참을 호소할 계획이다.
윤난실 부대표는 “(반민주당 연합공천은) 광주시의원 선거를 기본으로 하되 기초의원은 물론 광역단체장 선거로 연대를 확대하는 방안까지 24일 논의됐다”며 “민주당이 주도한 선거구 쪼개기가 ‘반민주당 연합’의 직접적 계기가 됐지만, 그동안 이 지역에서 민주당 일당독재의 폐해에 대한 시민사회의 누적된 불만도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선거구 쪼개기 조례안을 통과시킨 광주시의회는 시의원 19명 가운데 7명(36.8%)이 비리 혐의 등으로 의원직을 사퇴했거나 상실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와 관련한 업무추진비 29억원의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다가 법원에서 ‘내역 공개’ 판결을 받았다. 광주시 예산 3천여만원을 개인적인 ‘격려성 현금 지급’과 ‘화환 제공’으로 사용하다가 법원에서 9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광주는 전남과 함께 국가청렴위원회의 2007년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특히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관청렴도 부문에서 광주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광주시의회의 선거구 쪼개기 등 호남에서 민주당이 보이고 있는 오만한 태도는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광주 시민사회에서도 최근 민주당의 지역 독점 구도가 가져오는 폐해에 대한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반민주당 연합은 호남에서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일단 광주를 먼저 살피면, 전망이 썩 밝지는 않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주에서 50% 이상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며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대부분을 싹쓸이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02년이었다. 창당 2년 만에 지방선거 도전에 나선 민주노동당은 광주에서 비례대표 시의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49.4%)의 압도적 지지율에 막혀 비례대표와 지역구 모두 시의회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정당 투표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16.5%)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호남을 통틀어 기초의원 17명을 당선시킨 것은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광주 8명, 전북 6명, 전남 3명). 수도권(11명)과 영남권(22명)에 비해 적지 않은 수였다.
호남의 진보 정당 활동, 약진과 좌절의 반복진보 정당의 약진은 그 뒤에도 계속됐다. 2008년 10월29일 전남 여수 시의원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노동당이 호남 광역의원 지역구 선거에서 거둔 첫 승리였다. 2009년 4·29 재보선에서는 광주시 서구 기초의원 보궐선거에서 류정수 후보가, 전남 장흥군 도의원 보궐선거에서 정우태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노동당 후보의 당선 비결은 민주당 심판론에 있었다. 민주당 독점 구도 해체와 지역 권력의 민주화를 내세운 민주노동당의 전략이 일정 부분 먹혔다.
2008년 18대 총선 결과는 좋지 않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분당해 치른 그해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9.36%, 진보신당은 2.57%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다. 둘을 합쳐도 2년 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단독으로 기록한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창당 이후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초라한 성적표였다. 민주당 지지율은 70.3%였다.
최영태 광주 희망과대안 대표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위상을 고려할 때 과거 선거에서 두 당이 거둔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미우나 고우나 한나라당 대항마로 민주당을 키워야 한다는 호남인의 정서를 이유로 꼽았다. 변변한 노동자 연대조직이 없는 호남의 한계도 진보 정당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 정당 지지층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각각 분산된 것도 진보 정당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 성향의 국민참여당까지 선거에 가세해 전망은 더욱 밝지 못하다.
호남의 ‘반민주당 연합’이 의미를 더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민주노동당 등 야 4당과 시민사회가 민주당의 일당독재를 견제하기 위해 선거를 ‘민주당 대 반민주당’의 1대1 구도로 만들어낸다면 당락에 상관없이 호남의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의 많은 관심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난실 진보신당 부대표는 “호남을 ‘민주당의 나라’로 만든 책임의 상당 부분은 다른 정치의 가능성을 구체화시켜 제시하지 못한 진보 정당에 있다”며 “야 4당 연합공천이 성사된다면 광주 시민에게 민주당 이외의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실제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색 시의회 다양화가 1차 목표반민주당 연합공천의 1차적 목표는 민주당 일색인 시의회에 단일 후보들을 진출시키는 것이다. 야 4당은 논의 결과에 따라 기초의원 선거와 광역단체장 선거 역시 1대1 구도로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시민사회도 민주당의 독점 구도를 깨야 한다는 데 상당 부분 동의하고 있다. 최영태 광주 희망과대안 대표는 “이번 선거구 쪼개기 과정에서 민주당 주도의 광주시의회가 경찰까지 동원하는 무리수를 감행하며 시민들의 많은 불만을 샀다”며 “희망과대안이 ‘좋은 후보 추천하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광주 지역 시민사회도 민주당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민주당 독점 구도는 타파해야 한다고 뜻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현대차 울산공장 연구원 3명 사망…차량 테스트 중 질식
‘세계 1% 과학자’ 4년째 재판에 묶어둔 ‘검찰 정권’
‘윤석열 골프’ 두고 “박세리도 국민에 큰 힘 됐다” 점입가경
생후 18개월 아기 가슴에 박힌 총알…두개골 떨어지기도
이재명 지시·묵인 증거없이…‘관용차 혐의 추가’ 법카 유용 기소
‘이재명 법카 혐의’ 기소에…“무혐의 처분인데 검찰 ‘마사지’”
우크라, 러에 에이태큼스 발사…푸틴, 핵 문턱 낮춰
“우크라군,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 발사” 러 국방부 밝혀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많이 이용”....용산, 윤 ‘골프 논란’에 동문서답
내가 쓰는 폼클렌저, 선크림 잘 닦일까?…‘세정력 1위’ 제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