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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대연합이 될 것”


‘시민주권’ 대표 이해찬 전 총리 “한명숙·유시민은 충분히 논의해 협력하리라 본다”
등록 2010-01-14 13:34 수정 2020-05-03 04:25
2010년의 개막과 함께 대연합을 향한 야권과 시민사회 진영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1월7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야권의 선거연대와 지방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했다. 1월12일에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 5당과 이해찬 전 총리 등 시민사회 대표자 6명이 모여 ‘2010 지방선거 공동대응에 관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호(제793호)에서 소개한 정치 연합 논의기구 ‘5+4회의’도 공식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진보·개혁 진영의 운명을 가를 대연합은 어떻게 진행될까. 지방선거 대연합 연쇄 인터뷰를 통해 시민사회 및 주요 정당 대표에게 연대의 길을 물었다. 편집자
‘시민주권’ 대표 이해찬 전 총리

‘시민주권’ 대표 이해찬 전 총리

진보·개혁의 연대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시민주권’ 대표를 맡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는 1월8일 오전 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후퇴를 거듭한 민생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민주·개혁 진영 대연합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대연합의 필수 조건으로 강조한 것은 유연함과 양보다. 특히 민주당에 대해선 “지난 2년에 대해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당선이 확실한) 호남의 경우 당선 가능성이 아니라 인물의 자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보대연합을 주장해온 진보신당에 대해서도 “관념적 사고를 버려야 대중정치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전 총리는 덧붙였다. “이번 선거에서 진다면 엄청나게 혹독하고 긴 ‘겨울 공화국’이 시작될지 모른다. 촛불 정국 이후,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느꼈던 상실감 그 이상일 수 있다.”

-시민주권과 이해찬 전 총리가 생각하는 연합론은 어떤 것인가.

=이번 지방선거가 이명박 정부의 독점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투표를 통해 지난 2년간 후퇴한 민생경제와 정치적 민주주의, 남북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지금 야 5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규모도 작고 전투력도 약하다. 시민단체도 광우병 정국에서 촛불을 드는 등 많은 활동을 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모든 민주·개혁 세력이 하나로 연합해 선거를 이기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민생과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했는데, 최근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기도 했다. 야권과 시민사회의 ‘반MB’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나.

=이 대통령 지지율에는 허수가 많다. 언론 환경이 전두환 정권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후퇴했다. 언론의 교묘한 여론 조작을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국회와 시민단체가 정부 견제와 비판, 이슈 제기를 제대로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속에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2009년 4월 재·보궐 선거 및 경기도 교육감 선거, 10월 재보선에서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나.

-6월 지방선거까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4개월 남짓 남았다. 대연합 일정은 어떻게 되나.

=(5+4회의) 실무모임은 지난해 가을 시작했다. 1월12일 대표자 모임 이후 실무모임을 계속할 것이다. 2~3월은 지방선거 시민 참여 캠페인을 주로 해야 할 것이고, 각 정당이 자체 후보를 결정하게 될 4월부터 후보 단일화 과정에 들어갈 것이다. 5월은 선거 캠페인을 시작해야 한다.

-선거 연합 방식의 후보 단일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연합공천도 있는데 어느 쪽이 바람직한가.

=지역마다 다를 것이다. 크게 보면 당선이 확실한 지역과 유망한 지역, 어려운 지역으로 나뉠 텐데 하나의 방식으로 할 수는 없다. 호남의 경우 인물의 자질에 비중을 둬야 한다. 당선이 확실한 지역에서는 거버넌스(협치)에 대한 합의나 정책을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지방 공동정부 제안까지 내놓았다.

=공동정부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사실 자치단체에 정무직 자리가 얼마 없어서 사람으로 공동정부를 구성할 정도가 못 된다. 역점을 두는 공동의 정책 실현을 모색하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다.

-예컨대 광역시장 후보를 A당에서 낸다면 정무부시장을 B당 사람으로 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그렇게 되기는 힘들다. 정무부시장 자리가 하나 있을 뿐인데, 게다가 이 자리는 시장의 명을 받고 움직여야 한다. 다른 당 사람을 앉히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 대신 서울의 경우 시립대학이나 시정개발연구원 등 산하기관이 있다. 이런 자리를 활용해 연합 세력이 합의하는 정책개발 등을 실행할 수는 있다.

-선거 연합의 관건은 기득권이 가장 큰 민주당이라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만으로는 (이명박 정부 견제가) 안 된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나. 물론 민주당이라는 정치적 실체는 인정해야겠지만, 스스로 변화와 혁신의 동력을 찾지 못하는 민주당은 지난 2년에 대해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대연합의 결과물을 민주당 몫으로 보면 안 된다.

-정세균 지도부를 제외한 민주당도 그렇게 생각할까.

=호남을 제외하면 민주당 자체 후보로 당선될 만한 곳이 거의 없다. 서울만 해도 한명숙·유시민 두 후보의 지지도가 높다. 두 사람 모두 민주당 후보로 보기는 어려운데, 민주당이 기득권을 고집한다면 두 후보의 출마가 가능하겠는가.

-수도권은 협상 여지가 있다지만 시도당위원장 권한이 강한 호남은 어떤가.

=정치라는 게 참 어렵다. 지도력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꼬마 민주당과 통합하면서 지분의 절반을 내줬다. 서거 직전에도 민주당이 거꾸로 3 대 7로 하더라도 통합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시도당의 이해관계를 생각한다면 민주당의 존립이 어려울 수도 있다.

-진보신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와 노동 유연화 반대 등을 매개로 한 정책 연합, 즉 진보 대연합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평가도 연합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 대중정치를 못한다. 그런 관념적 사고방식을 고집하니까 진보신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연합은 국민과 함께하는 연합정치이지 지식인들의 논의가 아니다. 어느 정부든 평가는 해야겠지만 국가의 주요 의제를 총체적이고 실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자신들이 정한 몇 개를 기준으로 평가와 연합을 이야기하면 그건 자기 고집이지 대중적 연합에 임하는 태도가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민생경제와 민주주의 회복이고 이를 매개로 한 이명박 정부 견제다.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한-미 FTA 저지와 노동 유연화 반대가 곧 노동자와 서민의 민생경제와 직결된 것 아닌가. 논의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참고는 하겠지만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한-미 FTA와 노동 유연화 부분이 전체 민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런 것을 기준으로 하면 대중적 수요와 맞지 않는다. 가장 심각한 실업과 보육, 교육 등 세 가지가 연대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선거 연합이란 결국 어느 한쪽의 양보를 필요로 할 텐데, 이해 당사자끼리 합의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강제력도 없는 시민사회 단체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나.

=강제력이란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연대란 비슷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하는 세력이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이번에 안 되는 것은 다음으로 넘기더라도 일단 현재 할 수 있는 최저 수준의 합의라도 이뤄내야 한다. 시민사회가 연대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도 없거니와 그런 생각을 갖고 대연합을 추구할 수도 없다. 1997년 DJP 연합과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논의에도 참여했는데, 연대는 서로 양보하는 것이다.

-시민주권에 참여하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문제는 어떤 식으로 조율되고 있나.

=두 사람 모두 시장이 되겠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시장 선거를 통한 지방선거 승리, 그리고 더 나아가 민주·개혁 진영의 강화가 목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경쟁하는 것 같지만 결국 협력하게 될 것이다. 시민주권 모임 안에서 충분히 논의해서 협력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양식과 책무감은 갖고 있는 분들이다.

-대연합이 갖는 의미는.

=거대 권력에 맞서 민주·개혁 진영의 연대가 이뤄진다면 시민사회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그리고 친노 세력과 민주당이 모두 힘을 모으는 것 아닌가. 연대 방식으로 볼 때 유례가 없는 대연합이 될 것이다. 시민의 절박한 요구가 있기 때문에 잘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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