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공동 사무실로 활용하면서 등과 인터뷰하고 미국의 유명한 몇 분 인사를 만나는 곳으로 썼다. 난 절대 거기 투숙할 생각이 없어서 유엔 대사 관저에서 묵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11월19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하룻밤 1천만원짜리 호화 출장’ 기사( 736호 정치 ‘한 총리의 못 말리는 호화 출장’)를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한 총리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예약 취소는 투숙하기) 60일 전에 하면 80%, 1개월 미만이면 100% 다 내기 때문에 예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유엔(대표부)으로부터 전문이 와서 공동 사무실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이 아닌 보도로 총리의 명예가 실추되고 국민 신뢰가 손상됐기 때문에 보도 언론사에 명예회복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법률 전문가들과 협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또 기사와 달리 이 호텔 예약 결정은 총리실이 아니라 외교통상부가 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유엔 대표부에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예약이 밀리니 빨리 해야겠다고 했다. 나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고가이니 유엔 앞 유엔 밀레니엄 호텔이나 인터콘티넨털 호텔을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그 호텔은 다 예약이 차 있어 (유엔 대표부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욕 출장에 동행한 총리실 관계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묵었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총리와 수행원들이 묵었다”고 말했다. 박인국 주유엔 대사 관저와 이 호텔 두 곳에서 묵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출장을 함께 간 두 사람의 주장이 왜 엇갈리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경험한 의원들도 “유엔 대사 공관은 1층이 리셉션 공간, 2층이 식당, 3층이 대사 숙소인데 그리 넓지 않다. 다른 대사 공관과 달리 VIP용 방도 따로 없다. 한 총리가 거기서 잤다면 대사 부부가 다른 곳에서 잔 셈이 되는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설령 한 총리의 주장대로 호텔을 공동 사무실로만 이용했다 하더라도 하룻밤 숙박료 7500달러를 사흘 동안 고스란히 지불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무려 3천만원이다. “총리실은 뒤늦게 사무공간으로 사용했다고 둘러댔지만 비용을 초과 사용한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는 비판과 “1천만원이나 주고 예약한 방에서 왜 잠도 안 잤느냐”는 누리꾼들의 비아냥이 동시에 쏟아지는 건 이 때문이다.
예약 책임 돌려진 외교부는 잠잠누리꾼 ‘연어군’은 자신의 블로그에 “한 총리 해명을 듣고 나니 연예인 응원단과 관련된 강병규의 발언이 떠올랐다. 물가가 상승해 어쩔 수 없이 고가 호텔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유엔총회나 베이징올림픽이 하루아침에 결정되는 것도 아닐 텐데, 물가를 고려하지 못하다가 낭패를 봤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행정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낭비성 예산 지출을 합리화시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적었다. 어차피 예정된 출장이었는데, 왜 우리나라 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처럼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을 미리 예약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총리실로부터 “지금같이 어려울 때 머물기 어려운 곳”을 예약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외교부는 해명을 하기는커녕 쥐 죽은 듯 잠잠하다. 다만,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한 보안감사를 진행할 뿐이다. 정작 총리실은 보도가 나간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기자에게 어떤 연락도 해오지 않았다. 국회 예결위가 끝난 뒤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풍문’만 들렸다. 예결위는 이번주에 끝났다. 총리실이 ‘명예회복’을 위해 준비 중인 대응 방안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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