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에서도 베이징올림픽으로 거둬들인 돈을 이연택 회장이 쌈짓돈처럼 쓴 정황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대한체육회가 거둬들인 80억원에 이르는 각종 수익금과 후원금의 사용내역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대한체육회에 전달한 10억원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베이징에 대한체육회가 설치한 ‘코리아 하우스’ 후원금으로 10억원을 냈다.
8월8일 베이징올림픽 경기장 인근 코리아 하우스를 찾은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를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이 안내하고 있다. 이날 격려금 7천위안이 건네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입수한 삼성전자의 관련 내부품의서는 제목부터 ‘북경올림픽 코리아 하우스 후원 품의’라고 되어 있다. 후원 명칭도 ‘대한체육회 코리아 하우스 후원’이라고 못박았다. 그런데 대한체육회는 국회에 보고할 때는 이를 ‘마케팅 수입’으로 기재했다. 마케팅으로 벌어들인 수익이라면, 당연히 삼성전자와 맺었어야 할 마케팅 계약서는 없었다. 삼성전자 홍보실에서는 “코리아 하우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계속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가지는 권리 등을 확인하기 위한 계약서를 추가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한체육회가 명목을 바꾼 이유는 뭘까. 후원금이나 격려금 같은 목적성 기부금의 경우 기부 목적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마케팅 수입으로 하면 일반회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대한체육회가 임의로 사용처를 지정할 수 있게 된다. 대한체육회가 삼성전자 후원금 10억원을 받은 명목인 코리아 하우스에는 4억7천여만원만 쓰였다. 대한체육회는 이렇게 남은 돈과 다른 기업에서 거둬들인 마케팅 수입을 합쳐 대한체육회와 산하단체 직원들에게 올림픽 직후 3억6600만원을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5월에 있었던 대한체육회장 보궐선거에서 전임 회장의 남은 임기(내년 2월)까지만 맡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며 “그러나 체육계에서는 이 회장이 연임을 위한 사전 선거운동을 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한데, 산하단체 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한 것도 그 일환이란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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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베이징올림픽 코리아 하우스 후원을 위해 내부적으로 결제한 품의 서류.
대한체육회는 처음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대한체육회와 산하단체 직원들에게 준 격려금을 누락시켜 이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최문순 의원실 관계자는 “대한체육회가 제출한 자료에서 베이징올림픽 후원금이나 마케팅 수입으로 모은 돈과 선수단 격려금 등으로 사용한 돈의 아귀가 맞지 않아 거듭 자료를 요구했더니,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직원 격려금을 숨긴 사실을 실토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또한 회계 보고에서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와 유인촌 문화부 장관 등으로부터 베이징 현지에서 받은 ‘현지 격려금’ 5793만원이 있었다는 사실도 누락했다. 대통령 부인과 장관 등에게서 받은 돈은 국민 세금이다. 이 회장은 이 격려금 중 2천만원을 선수들이 아닌 박양천 대한올림픽위원회 명예총무 등 대한체육회와 산하단체 임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체육회는 남은 돈에 대해서는 “은행에 예치돼 있다”고만 말할 뿐, 정확한 정보를 밝히길 거부했다.
“문화부가 나서서 특별감사 실시하라”최문순 의원은 “대한체육회는 이렇듯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세금과 준조세적 성격의 자금을 받아 집행하면서 제대로 된 예·결산은 하지 않았다”며 “문화부가 나서 대한체육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감사원의 전면 감사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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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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