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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세훈 서울시’, 철근 빠진 공사도 ‘정상 인계’했나

2025년 말 ‘공사 핵심 책임자’ 인수인계서 단독 입수
전문가 “고의로 기재 누락 입증되면 직무유기”
등록 2026-05-25 14:26 수정 2026-05-25 14:33
2026년 5월21일 서울 강남구 GTX-A 삼성역 공사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철근 누락 기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5월21일 서울 강남구 GTX-A 삼성역 공사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철근 누락 기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에이(A) 노선 삼성역 구간에 철근이 누락되는 시공 오류를 인지하고도 국토교통부(국토부)에 6개월 뒤 ‘늑장 보고’를 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해당 공사를 발주하고 추진한 서울시의 담당 고위 공직자들 사이에서도 시공 오류가 제대로 인수인계되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시의 안전관리 체계가 산하 기관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년 5월25일 한겨레21이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 업무인계·인수서(2025년 12월31일 작성)와 영동대로복합개발추진단장 업무인계·인수서(2025년 12월30일 작성)를 보면, 두 개의 업무인계·인수서 모두에 GTX-A 삼성역 구간의 철근 누락 시공 오류와 관련한 내용이 적혀 있지 않다. 영동대로복합개발추진단은 문제의 GTX-A 삼성역 구간이 포함된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을 전담하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산하 조직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국토부 산하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해당 공사를 위탁받았다. 도시기반시설본부장과 영동대로복합개발추진단장은 모두 서울시장이 임명하는 서울시 고위직이다.

앞서 서울시는 GTX-A 삼성역 구간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감리단으로부터 2025년 11월10일 시공 오류를 최초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서울시가 철근 누락을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약 50일이 지난 시점에서 해당 인계·인수서가 작성됐음에도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 사무인계인수 규칙을 보면 ‘주요사업 추진현황’에서 주요사업은 역점추진업무, 계속추진대상업무, 기획 및 현안 중인 사항을 모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5년 12월31일 당시 안대희 도시기반시설본부장(현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이 71쪽 분량의 쓴 인계·인수서를 보면, 조직·정원 현황뿐 아니라 부별 주요 업무·사업 추진 현황, 주요 지시사항, 소송계류 사항, 장부·대장 목록, 세입세출예산 현황 등 18개 목차에 도시기반시설본부에 대한 현황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영동대로복합개발추진 사업에 대한 언급은 ‘주요사업 추진현황’ 가운데 진행 중인 사업(87번째) 중 하나로 들어가 있다. 사업 기간과 규모에 대한 간략한 내용과 2016년 5월(기본구상 수립)부터 사업 추진 현황이 적혀 있지만, GTX-A 삼성역 공사 구간에서 콘크리트 기둥 50개에 들어가야 할 2570개의 주철근(총 178t)이 빠진 내용과 그에 따른 보강 계획은 없다.

인계·인수서에 다른 사업 현황은 어떻게 명시돼 있을까. 도시기반시설본부 추진 사업 중 하나인 ‘남부순환로 평탄화 공사’ 추진 현황을 보면, 사업비 증가 원인(개봉 푸르지오 방음벽 높이 조정, 하수 박스·상수관로 이설 등)이나 또 다른 사업비 증가 원인(현장여건 변경 및 불가변동), 준공기한 연장 사유(방음벽 흙막이 가시설 가성토, 연약지반 골재치환 등 추가공종 반영), 주변 민원(고척로22길 구간 차로 폭 조정) 등 상세한 내용이 담겼다. 보수보강공사나 사업 재검토 사유를 구체적으로 담은 사업도 있다. 취소·보류 사업은 소송 진행 사항이 적혀있다.

2025년 12월30일 당시 이재혁 영동대로복합개발추진단장이 쓴 인계·인수서에도 철근 누락 시공 오류 사실이 빠져있는 건 마찬가지다. 7쪽 분량의 보고서 중 주요사업 추진현황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과 관련한 내용이 단 1건이 담겼는데, 사업내용과 추진현황 모두 도시기반시설본부의 내용과 동일하다. 눈에 띄는 건 ‘주요 지시사항’에 명시된 시장 지시사항이다. 2025년 11월11일 기록된 시장 지시사항엔 “영동대로 지하화 공사와 관련해 공기가 촉박하더라도 과도한 근로시간과 지나친 과로는 안전사고 및 재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니 현장근로자 여건 등을 잘 챙길 것”이라고 적혀있다. 영동대로복합개발사업과 시민의 안전에 중대한 우려를 끼칠 수 있는 철근 누락 시공 오류 사실을 빼먹은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시장의 ‘안전사고 및 재해 우려’만 적혀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기관의 전임자들이 ‘철근 누락’을 알았든 몰랐든 공식 인계·인수서에 해당 내용을 적지 않은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인계·인수서엔 사업 예산이 증거하거나 설계가 변경되는 내용도 담는데, 철근 누락 시공 오류가 빠졌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철근 누락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누락했거나 철근 누락을 중대한 결함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사업 과정 정도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두로 보고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구두 보고는 조사나 감사가 나왔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이 되기 때문에 더욱 공식 문서에 남겨야 할 필요가 있다”며 “철근 누락이 담기지 않을 정도의 형식적인 보고서라면 전체 대한민국 공무원의 업무인계·인수서를 문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인계·인수서에 철근 누락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작성자의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며 “만약 고의로 기재를 누락한 점이 입증된다면 직무유기까지 검토할 수 있지만 고의성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의원은 “시민 안전과 직결된 중대 구조 결함이 공식 인수·인계서로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안전불감증과 축소·은폐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2025년 11월11일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영동대로 지하화 공사와 관련해 언급한 부분에 대해새도 당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오세훈 시장에게 철근 누락 사실을 보고했는지, 시장이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관련 보고 자료와 지시사항 원본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계·인수서에 철근 누락을 명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안대희 전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기억이 안 나고 헷갈려 지금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혁 전 영동대로복합개발추진단장은 전화와 문자로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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