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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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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실패론’에 철저히 대항한다

등록 2007-05-24 00:00 수정 2020-05-03 04:24

출범하자마자 존폐 논란에 휩싸인 ‘참여정부 평가포럼’ 안희정 상임집행위원장 인터뷰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포럼은 ‘고대 로마 시대의 공공 집회 광장’에서 출발해 이제는 그 공간에서 행해진 토의 형태를 뜻하는 말로 의미가 확장됐다. 그동안 포럼의 내용이 논란을 빚은 적은 있지만 포럼의 존재 자체가 논쟁거리가 된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최근 참여정부의 전직 장관, 청와대 비서관, 노무현 대통령 측근 등이 주축이 된 ‘참여정부 평가포럼’(이하 참여포럼)은 출범하자마자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김근태·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포함해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 상당수가 참여포럼은 사실상 ‘노무현당’이라면서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참여포럼의 안희정 상임집행위원장은 “참여정부 실패론에 대항하기 위한 조직이다. 해석은 자유지만 설립 취지와 실제 활동 내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부수적 파급 효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인터뷰는 5월17일 서울 공덕동 제일빌딩 15층 참여포럼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제일빌딩은 1990년 3당 합당으로 사라진 통일민주당 당사가 있었던 건물로, 정치인 노무현의 성공과 시련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중간 매개 없는 ‘직거래 장터’

참여포럼의 정체가 뭔가. 참여정부 핵심에 있던 인사들이 스스로 평가를 하겠다는 얘기인가.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태어났는지가 중요하다.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이지 않다고 본다. 한나라당과 보수세력들로부터 시작된 공격이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DJ 때는 호남 정권, 무능, 실패라고 공격했고 이제는 386, 아마추어라 무능한 실패세력이라고 한다. 모든 언론과 지식사회도 실패론에 기울었고, 지난해 5·31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 이후에는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까지 실패를 자인한다고 했다. 이런 문제의식에 동의하지 않는 지지자들이 모여 무엇이 진실인지 소통을 하려 한다.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 정당한 평가를 해보자는 것이다.

참여포럼의 주요 목표가 소통인가, 아니면 지지자 규합인가.

=직거래 장터 개념으로 보면 된다. 현재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매개하는 중간 유통 과정이 없다. 물건을 내놔도 팔아주지 않는다. 참여정부에 대한 정당한 평가 작업에 주력할 것이다. 특히 참여정부 실패론을 펼치는 자들과는 언제 어디서든 토론을 요구할 것이다. 실패론에 대항하는 조직이다.

정치세력화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마당에 정당처럼 지역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나.

=참여포럼의 성격은 취지문과 실제 활동 내용을 보면 알지 않겠나. 지역에서도 시민정책교실을 열어 소통을 원하는 이들과 평가, 토론, 학습의 기회를 가지려 한다. 지역별로 열려면 실무 조직, 학원의 총무과에 해당하는 조직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사업의 필요에 따라 시·도 단위로 두게 된 것이다.

소통을 위한 노력은 정부도 충분히 하고 있지 않나. 국정홍보처나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뭐가 다른가.

=우리는 영업 조직이다. 영업을 통해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당을 지향하는 것은 아닌가. 2002년 민주당에서 후보 단일화 논란이 벌어졌을 때 개혁당이 만들어졌고, 개혁당은 대선 후보 교체 등 노무현 후보의 낙마를 대비한 성격이 짙었다. 열린우리당이 어찌될지 모르니 ‘예비 정당’을 만들어두는 것 아닌가.

=해석은 자유다. 하지만 개혁당이 추구했던 목표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설립 취지와 목표는 앞에서 말한 대로이다. 부수적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예측하거나 논의하기 어렵지 않나. 일단 취지 그대로 이해해달라. 심지어 부패한 보수가 무능한 진보보다 낫다고 할 정도로 참여정부 실패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 않나. 실패론이 객관적 사실인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의원 상당수가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면서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불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특정 주자를 지지하나 아니면 자신들의 라이벌을 밀기 때문인가. 왜 불편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치적 의도와 목표가 없는 조직이 어디 있나. 참여정부 실패론에 맞서기 위해 만든 것이 정치적 의도다.

집권 세력 파산내면 승리 못해

당장 참여포럼의 주요 인사들이 김·정 전 의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으니 그쪽 입장에서 보면 손익계산이 분명해지는 것 아닌가. 열린우리당 사수파의 진지로 볼 여지도 있다.

=2월 전당대회에서 대통합신당을 결의했다. 의견 개진이 불필요한 싸움으로 비쳐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다만 당지도부를 중심으로 질서 있게 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해보고 안 되면 다시 당의 진로에 관해 논의해야지 탈당, 해체 등 별의별 주장이 다 나와 안타깝다. 당인의 도리가 아니다. 집안의 맏형들이 집안을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 우리더러 사수파라는데 당 문제는 당에서 결정하는 거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싸워야 하고 여론이라는 실체 없는 유령과도 싸우기 바쁘다.

통합보다는 원칙과 정도를 강조하는 것이 분명한 사실 아닌가.

=열린우리당에 사수파는 없다. 당 이름을 바꿀 수도 있고, 새 식구를 맞아 몸집을 불릴 수도 있고, 새집으로 이사갈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집권 세력을 실패한 세력으로 규정하고 파산내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본다.

원칙과 신념만 지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아니면 지더라도 원칙과 신념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가.

=혹시 원칙과 신념을 지키면 손해 본다, 이기지 못한다는 통념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낡은 사고다. 70년대에는 새치기, ‘빽’, 봉투를 동원해야 일이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 시대에는 원칙과 신념보다는 주먹이 더 가까웠다. 세상이 달라졌다. 2002년과 비교해 기적은 한 번으로 족하다는 얘기도 하던데, 정상적인 나라라면 소신과 원칙대로 가고 그런 쪽이 이기는 것 아닌가. 현재 시장은 이미 그렇게 돼 있다. 상품을 잘 개발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 경쟁을 하지 뒷돈 찔러주고 물건 넣고 그렇게 하지 못한다. 동네 중국집도 장사 잘된다고 떡볶이를 팔지는 않는다.

원칙과 신념을 지키다 보면 이긴다는 논리는 너무 앙상하지 않은가.

=5년마다 새로운 지도자가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국민들은 삶의 이력에서 우러나오는 신뢰와 비전을 듣고 싶어한다. 민주화운동 30년 없이 DJ, 노무현이 가능했겠나. 역사는 계승, 축적돼 변화한다. 신랑·신부를 제쳐놓고 양가 부모들이 혼수품을 놓고 싸우는 꼴이니 장이 설 수가 없었고 (후보군이 부상할) 기회도 없었다.

누가 ‘신랑·신부’로 적격인가.

=민주화운동 후손이 자신들의 역사가 능멸당하는데도 가만 있었다. 동네 사람들 편에 서서 같이 손가락질을 했다. 여전히 국운은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쪽에 있다고 본다. 묵은 숙제가 많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원칙과 정도를 지키면 잘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런 기회와 구조를 원한다. 집안 후손이 해야 할 일인데 그 족보 버리고 도망치기에 바쁘다. 집안의 족보, 정통성을 이어받겠다고 해야 한다.

민주화 집안 후손이 족보 버리기 바빠서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런 기준에 적합한가. 이광재 의원은 “노 대통령이 원치 않는다”고 얘기했다. 또 이백만 전 홍보수석도 몇몇 정치인들을 거론했는데.

=대선 구도와 관련해 대통령이나 대통령 주변에 있던 우리에게 물을 일은 아니다. 차기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일은 없다. 개인 생각도 다르게 읽히기 때문에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생각을 듣고 싶으면 대통령이나 청와대 대변인에게 직접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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