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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 오제] 만화에 담은 좋은 쌀, 좋은 술

등록 2007-04-06 00:00 수정 2020-05-03 04:24

▣ 도쿄= 글·사진 서재철 녹색연합 국장

음식과 술을 다룬 여러 일본 만화 가운데 ()은 여느 작품들과는 격이 다른 느낌을 준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좀더 근본적인 세계를 파고들기 때문이다. 일본 소주의 원료인 쌀 문제에다 농업·농민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다.

도쿄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의 한 아파트에 있는 작업실로 찾아갔을 때 작가인 아키라 오제는 5명의 제자와 숙식을 하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작업실 곳곳에는 일본 각지의 양조장에서 보내온 지방 명주들이 즐비했다. 이 작품에 대해 그는 “태평양전쟁 이후 일본 소주산업은 전통주 생산방식을 버리고 효율성과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대량생산 방식을 채택했다”며 “술의 원료인 쌀과 농업은 기존 산업과는 다른 먹는 문제이기 때문에 효율성의 잣대로 다루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통쌀의 복원을 통해 일본 최고의 명주를 만든다’는 것이 작품의 핵심 줄거리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쿄에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주인공 나쓰코는 양조장을 운영하던 오빠가 죽자, 양조장을 떠맡아 전통쌀 ‘다쓰니시키’를 유기농으로 재배해 일본 최고의 명주를 만든다. 그것은 오빠의 꿈이었다. 이 이야기에 일본의 농촌과 농업 현실이 녹아 있다. 12권짜리 제1부와 2부 4권까지 한국에 소개돼 있다. 2부에선 1930년대 일본의 사회상이 그려지면서 여성 문제가 정면으로 다뤄진다.

책의 수준을 능가하는 그의 취재력이 돋보이는 다른 작품으로는 ‘산리즈카 투쟁’(610호 참조)을 다룬 가 있다. 일본의 대표적 국책사업인 나리타국제공항 건설에 얽힌 농민들의 투쟁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을 만들면서 농업 분야에 대해 더 알고 싶던차에 우연히 산리즈카 다큐멘터리를 보고 취재를 시작했다”며 “흙과 인간을 하나로 생각하는 농민들의 정체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에 소개된 신작 는 암벽등반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일본 만화로는 처음으로 재일동포3세들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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