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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경북지사 후보 비리 확인!

등록 2006-05-24 00:00 수정 2020-05-03 04:24

1997년 부인 김춘희씨가 아들 병역면제 위해 2500만원 건네고 진단서 구입… 당시 검찰·병원 관계자의 증언과 사법처리된 인사의 판결문을 통해 단독취재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5·31 지방선거에 나선 김관용 경북도지사 후보(한나라당)의 부인 김춘희씨가 1997년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병원 관계자에게 2500만원을 건넸던 사실이 <한겨레21>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씨는 서울지검에서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받지 않았고, 허위 진단서 발급에 관여했던 ㄱ병원의 행정부장 권아무개씨와 내과과장 의사 이아무개씨만 처벌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김 후보의 아들 병역 비리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적은 있지만, 당시 검찰 관계자, 진단서 발급에 연루됐던 의사의 증언 그리고 사법처리된 인사들의 판결문을 통해 김 후보 쪽의 비리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공소시효 만료로 당시에 사법처리 피해

김 후보 쪽은 처음 문제가 불거진 2002년(김 후보는 구미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부인 김씨가 조사를 받기는 했으나 ‘무혐의’로 풀려났고 검찰 조사 결과 김 후보의 아들이 실제 천식을 앓은 것으로 나와 결백하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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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은 5월17일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이후 16개 시·도 지사 후보자들에 대해 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병역과 재산 내역 검증을 시도했다. 특히 병역과 관련해서는 이전에 의혹이 제기된 적이 없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면 끝은 어떻게 됐는지 등을 살펴봤다. 김 후보 부인이 아들의 병역과 관련해 병원 쪽에 거액을 건넨 사실은 이 과정에서 드러났다.

일단 후보자 가운데 이전에 병역 비리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는 인사부터 훑어봤다. 김 후보는 2001년 11월29일치 <한국일보>에 서울지검 특수1부가 경북 구미시장 김모씨에게 출두를 통보했고 부인 김모씨도 함께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는 짤막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병원 의사에게 허위 진단서 발급을 청탁하며 금품을 건넨 혐의였다. 의사 이씨는 이미 구속된 상태였다. 2002년 6월11일치 <오마이뉴스>에는 좀더 구체적으로 실렸으나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남았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구속됐는데, 누가 돈을 건넸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김 후보와 부인 김씨에 대한 조사 결과도 인터넷 검색으로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ㄱ병원의 내과과장 이씨와 행정과장 권씨의 판결문을 구해 보는 것이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수소문해보았지만 판결문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개인정보 보호에서는 우리보다 한참 앞선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는 판결문이 공개되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이유로 막혀 있었다. 당사자, 법조 관계자 혹은 연구 목적의 학자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된다고 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서울지검 특수부 인사들 접촉을 시도했다. 현재는 검찰을 떠나 비교적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던 한 인사는 “2001년에 수사를 해 기억은 나지만 자신 있게 얘기해줄 정도는 아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재차 그를 방문했을 때 그는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기억을 복원한 상태였다.

“의사와 행정부장이 받은 돈의 규모와 정황에 대해 엇갈리기는 했지만, 김관용 구미시장의 부인이 돈을 건넨 것은 맞다. 받은 사람들은 배임수재로 공소시효(5년)가 살아 있었고 ‘사모님’은 배임증재여서 공소시효(3년)가 며칠 전에 끝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돈을 건넨 이가 누구인지 쉽게 확인됐다.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부수적으로 사건 당사자들의 죄목과 실명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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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병역과 관련해 부정한 돈을 건넸던 쪽이 공직자에 출마하는 부도덕한 일은 없어져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수사에 참여했던 다른 인사는 “진료 기록 조작이나 허위 진단서 발급은 면허 취소로 이어져 타격이 큰 만큼 수사에 협조한 의사들의 경우 배임수재죄만 적용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으레 VIP니까 그러려니 싶었다”

뒤에 형법을 뒤져보니 제357조(배임수증죄)는 ‘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었다. 돈을 건넨 김 후보의 부인 김씨는 2항인 ‘배임증재’에, 돈을 받은 병원 관계자들은 1항인 ‘배임수재’에 해당한 것이다. 앞에 언급한 대로 공소시효가 달라, 김씨는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 당시 수사를 주도하거나 참여했던 인사들의 증언이다.

거듭 확인이 필요해 당시 처벌받은 인사들을 찾아나섰다. 의사 이씨는 구미에서 개인병원을 운영 중이었다. 병원 이름과 의사 이름이 같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입을 열지가 의문이었다. 일단 부딪쳐보기로 했다.

5월19일 점심시간 무렵 불쑥 찾아가자 이씨는 당혹스러워했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도 말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지만, 기자의 물음에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가 직접 돈을 받은 적은 없다. 나도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내 앞에 있다면 왜 나를 이용했느냐고 따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그들’은, 김 후보 아들 문제에 자신을 연루시킨 권아무개 행정부장과 김 후보의 부인 김춘희씨였다.

“행정부장 권씨가 시장 부인과 아들을 내게 데려왔다. 으레 VIP니까 그러려니 싶었다. 사모님이 ‘아들이 어릴 때부터 천식을 앓았다’고 해 그런 줄 알았다. 실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런 소리는 일부러 낼 수도 있긴 하다. 정밀검사를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나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당시 가벼운 정도였다.” 이씨의 설명이다. 돈을 받은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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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출처를 묻자 “그런 것은 권씨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몰랐지만,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돈의 출처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원칙대로 하지 않은 점은 내 실수다. 그 일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부정한 돈의 출처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당시 김 후보의 아들 병역 문제를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와 그로 인해 처벌을 받은 인사에게서 동일한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돈을 건넨 이는 김 후보의 부인이었고, 아들의 병역 면제와 관련된 돈이었다. 행정부장 권씨는 찾을 수 없었다.

검찰과 병원 관계자를 찾아 취재하던 중에 어렵사리 판결문을 구할 수 있었다. 그동안의 과정이 여러 관련자들의 말을 토대로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었다면, 판결문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성된 그림을 보여줬다. 물론 판결문이 모든 진실을 담은 것은 아니지만, 의혹 차원에서 좀더 사실에 가까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판결문에 행정부장 권씨의 ‘범죄 사실’은 이렇게 기록돼 있다.

아들의 천식은 면제 기준에 부합했나

“(중략) 김춘희로부터 그 아들인 김○○가 군입대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천식을 병명으로 하는 진단서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다음, 1997년 10월4일 내과과장인 이○○의 사무실에서 자신의 임무에 위배하여 사실은 이○○이 김○○에 대하여 진찰 내지는 처방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의 외래기록지를 가지고 가 이○○에게 천식으로 진찰과 처방이 된 것처럼 적어달라고 부탁하면서 임의로 진찰일자를 불러주고, 약이 처방된 것처럼 외래 기록지상에 처방기록을 허위 기재하게 한 다음 정상적으로 처리된 것인 양 이를 기록실에 보관, 처리하여 김○○가 천식으로 계속적인 약물치료를 받은 것처럼 진료기록지를 조작하고 이를 근거로 ‘계속적인 호흡곤란으로 약물치료 중’이라고 허위 기재한 진단서를 작성, 발급하여준 다음 1997년 10월 중순 어느 날 ○○병원 행정부장 사무실에서 김춘희로부터 그 대가조로 2500만원을 교부받음으로써 자신의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원을 취득하였다.”

판결문은, 김 후보의 부인 김춘희씨가 아들의 병역면제를 부탁했고, 천식 진찰·처방 기록과 진단서가 허위로 작성됐으며, 그 대가로 김씨가 권씨에게 2500만원을 건넸다로 요약할 수 있다. 1심에서 징역 1년, 추징금 1250만원을 선고받은 권씨는 2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같은 추징금으로 줄었다. 이씨는 2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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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의 아들이 실제 천식을 앓았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취재에 응한 검찰 출신 인사는 “조사 과정에서 서울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천식으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때문에 실제 천식을 앓았을 수도 있지만,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까다로운 기준을 맞추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후보의 아들이 신검을 받은 당시의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국방부령 제466호)에는, 기관지 천식으로 병역면제에 해당하는 5급 판정을 받으려면 △현증(이학적 소견이 뚜렷한 경우) △최근 5년 이내에 2회 이상의 발작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경우 또는 최근 5년 이내에 발작으로 입원치료를 받았고 메탄콜린 부하 검사, 알레르기 반응검사 등 제반 검사상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 등으로 규정돼 있다. 김 후보의 부인과 아들이 처음 병원을 찾은 1997년 10월 초부터 실제 신체검사에서 면제 판정을 받은 11월13일 사이, 김 후보의 아들은 이 병원 흉부외과에 입원하기도 했다.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한겨레21>은 김관용 경북도지사 후보와 접촉했다. 김 후보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검찰에서 조사한다고 해서 아이를 데리고 서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목에 구멍이 나서 뛰지를 못한다. 그런데 무슨 돈을 주고받고 하느냐”고 펄쩍 뛰었다. 병원 쪽 권씨와 이씨가 처벌을 받았고 판결문에 언급된 김 후보의 부인에 대해서 확인을 요청하자 “아이가 실제 아픈 것으로 끝난 얘기다. 권씨나 이씨를 알지도 못하고 판결문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 반박 “시골 병원에 돈 썼겠냐"

김 후보는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부인 김씨의 공소시효와 관련해서는 “공소시효가 끝났다면 검찰이 왜 조사를 했겠느냐”고 했고, 돈을 건넸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면제를 받으려면 국군통합병원이나 대학병원, 국립병원처럼 큰 병원의 진단서가 필요한데 시골 병원에 돈을 썼겠느냐”고 주장했다. 또 “사실과 다른,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할 경우 명예훼손과 함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 가만있지 않겠다”고도 했다.

김 후보의 반박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의 재판부는 억울한 사람들을 처벌한 셈이 된다.



김관용 후보는 누구?


1995년부터 구미시장 3선한 자수성가형 행정가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김관용 경북도지사 후보는 자수성가형 행정가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1995년 이후 구미시장을 세 차례 역임했다. 올해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경북도지사 후보로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 후보는 대구사범학교(대구교대)를 졸업한 뒤 교편을 잡으면서 밤에는 영남대를 다녔다. 같은 대학에서 행정대학원까지 다니면서 행정고시를 준비해 1971년 합격했다. 이후 부산병무청 총무과장(1971~78) △경북 의성·영덕·구미 세무서장(1986~91)을 지냈다. 노태우 정부 시절엔 대통령비서실 민원행정관, 김영삼 정부에서는 서울 용산 세무서장을 지냈다.
부인 김춘희씨와의 사이에 아들 둘이 있다. 큰아들(28)은 기관지 천식으로 1997년 11월 병역면제를 받았고, 작은아들(26)은 아토피 피부염으로 공익근무 요원 근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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