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총리 파문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그를 감싸는 이유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시민단체와 개혁 성향 학계 등으로부터 한동안 퇴진 압력을 받았다.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파문과 관련해 그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개혁 진영의 ‘반김우식 정서’ 이면에는 그가 노 대통령을 보수화로 이끄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렸다.
보수세력 다가가기용?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를 신임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그가 짊어진 ‘실용주의 코드’라는 상징성을 중시한 탓으로 주로 해석했다. 즉, 보수성향 언론사 사주들, 그리고 재계 총수들과 두루 어울리는 등 보수세력과의 채널 역할을 높이 샀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은 1월13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서실장 문제를 놓고 자꾸 노선 얘기를 하는데 이번 문제하고 노선하고는 아무 관계 없이 처리하고 있다. 저는 노선 문제를 한번도 생각해본 일이 없다. 또 그렇게 평가를 하니까 아, 그것도 그렇게 보면 그렇게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잘된 일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 …국민들이 저를 약간 개혁쪽으로 치우친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비서실장은 조금 덜 치우친 사람이 좋지 않겠나.”
이 설명은 ‘보수세력 다가가기용’으로 김 실장을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보수세력이 그렇게 믿고 싶다면 그렇게 믿는 것을 굳이 말리진 않겠다는 중의적 함의가 담긴 듯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김 실장이 상처받지 않도록 여러모로 배려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의 뜻에 밝은 여권의 핵심 관계자들은 “4월에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공주·연기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노 대통령은 타고난 정치인으로서 선거에선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즉, 김 실장의 경력을 잘 관리해주다가 선거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공주·연기는 이곳 출신인 오시덕 의원(열린우리당)이 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음에 따라 3심이 확정될 경우 보궐선거 실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현재 열린우리당쪽으로 이부영 전 당의장의 특보를 지낸 이희원씨, 이병영 전 유성구청장, 사업가 김춘배씨, 정당인 박수현씨, 김현식씨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자민련에선 정진석 전 의원이 설욕을 꾀하고 있으며, 심대평 충남지사가 현직을 버리고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되진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열세라고 한다.
‘힘센 인물론’ 들고 나선다면…
이런 가운데 여권 핵심부에선 현지의 출마 지망자들이 대체로 경량급이라는 견해가 많은 편이다. 자민련이 ‘행정수도 무산 정부 여당 책임론’을 지피는데다, 심대평 지사가 전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승산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김 실장은 공주 출생이며 인접한 논산에서 강경상고를 졸업했다. 따라서 지역 연고가 만만찮다. 또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이 최대 현안인 지역 특성상 그가 ‘힘센 인물론’을 들고 나설 경우 강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이 문제가 지금 공론화되긴 어렵다. 현역인 오시덕 의원이 아직 ‘생존’ 상태인 탓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에게 4월 재·보궐선거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직무 수행에 대한 중간평가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17대 총선 이전에도 문희상 당시 비서실장의 불출마 뜻을 바꿔 출마로 돌려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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