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씨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어김없이 폐지를 주우러 다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8년 전 죽으려고 강원도에 갔다가 돈만 다 쓰고 질긴 목숨 가지고 다시 서울로 왔다.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을지로 지하도에서 밥 대신 술과 담배로 2년을 살았다. 갈 곳도, 쉴 곳도, 할 일도 없으니 거리나 공원, 지하철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돈이 없어 구걸도 했으나 마음만 더 비참해졌다. 그리고 8개월 전에 이곳 종로구 청진동으로 왔다. 처음엔 하루 소주 3병을 마시며 술기운으로 폐지를 줍고, 길바닥에서 잠도 잤다. 하지만 이제 술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다. 폐지는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라서 하루에 몇 번씩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술도 마시지 않고 주변 청소도 하고 부지런해지니 사람들 인심도 생겨났다. 상가 건물에 들어가 폐지도 줍게 해주고 쌀과 김치도 챙겨주고 밥솥도 주니 이젠 밥도 해먹는다. 쌓아둔 폐지 때문에 신고하겠다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더 많다. 손수레도 사고, 가스레인지도 사고, 죽을 때 쓸 노잣돈도 아주 조금 모았지만 부자가 된 것 같다. 조금만 더 일하면 월세방이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거리에서 살며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었던 김동욱(60·가명)씨는 이제 작은 방을 소망하고, 내 것이란 것에 희망을 걸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에게 밥과 쌀을 건네던 사람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궁전 같다던 그의 폐가도 12월에 재개발로 헐리게 된다. 겨우 잡게 된 그의 희망이 꿈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위태롭다. 따뜻한 사람의 마음은 팍팍한 이 시대를 함께 넘어갈 수 있는 강철 같은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씨가 모아놓은 폐지를 정리하고있다.
그동안 모은 폐지를 판 김동욱씨가 흐뭇한 표정으로 고물상을 떠나고 있다.
인근 상점 주민이 김씨에게 폐지를 가져다주고 있다.
김씨가 상가 식당에 배달 온 짐을 옮겨주고 있다.
김씨는 늦은 밤 피곤함에 지쳐 잠자리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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