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전염병 발생 농장에 있는 가축만 살처분하지만, 우리 정부는 확진이나 의심 신고로 검사가 진행 중인 농장의 반경 3km 이내의 모든 가축까지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그러나 비과학적이고 반생명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 구제역은 치사율이 1%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 보름 만에 회복될 수 있는 경미한 바이러스지만, 구제역 청정국 유지를 위해 전국 11개 시도, 75개 군에서 돼지·소·염소·사슴 35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또한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된 닭과 오리 400만 마리 중 99%는 ‘예방’을 위해 살처분된 건강한 가축이었다.
법과 지침에 따르면, 살처분은 안락사 뒤 매립 소각해 처리하도록 돼 있으나 짧은 시간 안에 수백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가축들이 산 채로 파묻혔다. 매몰지 조성 과정에서도 배수로, 침출수 유공관, 가스 배출관 등 기본 시설을 갖추는 지침조차 지키지 않은 곳이 많았다.
4800여 곳의 매몰지는 법적으로 3년간 봉인됐다. 그동안 죽음의 냄새를 고스란히 품은 땅에서 피로 물든 지하수가 논과 하천으로 흘러나왔고, 썩지 못한 사체들이 땅을 뚫고 드러났다.
2014년, 법정 발굴 금지 기간이 해제됐다. 밀봉됐던 땅이 하나둘 논으로, 밭으로, 축사로 되돌아오고 있다. 4800여 곳 중 올해 초부터 100여 곳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었다. 이 작업은 산 채로 매장된 가축들과 함께 우리의 인간성마저 묻혀버린 땅에 대한 기록이다. 인간은 본래 대지에 속한 존재다. 제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생명의 본질인 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올해 또다시 발병한 구제역과 AI(AI는 2003년부터 약 2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로 살처분은 여전히 계속되고 그에 따라 매립지는 늘어가고 있다.
사진·글 문선희 사진가
*사진이 촬영된 장소와 살처분된 가축 수를 사진마다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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