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못내 미련을 떨며 떠나지 못하고 겨울은 차가운 바람과 눈을 앞세워 계절을 재촉하는 시간. 천년 전 영화는 사라지고 폐허가 된 절터의 흩어진 돌덩이와 부서진 탑, 불상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찾아나서는 일은 쫓기듯 한 해를 살아온 팍팍한 삶의 한 부분을 덜어내고 자신을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화려했던 과거의 모습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켜켜이 쌓인 역사의 먼지처럼 희미한 흔적만이 남은 폐사지에서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말처럼 발길에 차이는 작은 돌, 풀 한 포기, 스치는 바람에도 온전히 마음의 눈을 열어 잊고 있던 내면과 작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아수라장처럼 혼란스러운 요즈음 ‘나와 같다면 옳고 다르면 그른 것인가’라는 충남 보령 성주사 터에서 만나는 신라의 고승 낭혜화상(801~888)의 금어를 곱씹어보는 것도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리라. 한 해 동안 쌓인 마음의 짐을 비우려거든 천년의 향기가 서린 폐사지로 떠날 일이다.
합천(경남), 남원(전북), 보령·당진(충남), 원주(강원)=사진·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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