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조합원들이 경기 의왕시 부곡동 부곡나들목 들머리에서 뜨거운 햇빛 아래 ‘총파업 중 운행 금지’ 등 비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이 무심하게 조합원들 앞을 지나갈 때마다 원망스러운 눈빛이 이어졌다.
조합원 김영찬(54)씨는 30년 동안 화물차를 운전했다. 일주일에 2~3번 경기도 의왕의 화물터미널과 부산을 오고 간다. 하루 일손을 놓으면 45만원의 수입을 놓친다. 손해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김씨가 운전대를 놓은 건 운행을 하면 할수록 적자이기 때문이다.
취재를 하려고 2m가 넘는 높이의 트럭에 올라타자 김씨는 이번달에 사용한 기름값 영수증을 보여줬다. 영수증에는 40만~60만원의 금액이 찍혀 있다. 한 달을 꼬박 일하면 월평균 매출액이 1100만원 정도 된다. 액수만 보면 김씨는 고액 연봉자다. 하지만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수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름값 600여만원과 고속도로 통행비 45만원, 식사비 40만원, 차량 할부금 330만원, 지입료(운송회사에 차를 등록하며 내는 일종의 관리비) 30만원, 보험료 20만원을 제외하면 40만원이 안 되는 돈을 손에 쥐게 된다. 이마저도 타이어 교체, 엔진오일 교환 등 정기적인 차량 정비를 하면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된다.
김씨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표준운임제의 법제화, 기름값과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현재 의왕~부산 간 표준 운임은 69만원이지만 2~3단계에 이르는 알선업체의 중간 수수료를 제외하면 평균 45만원 정도만 운전자에게 돌아온다. 김씨는 기름값과 연동한 ‘표준운임제의 법제화’를 통해 화주와 운송업체가 법을 지키도록 강제하면 실질적인 수입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화물차를 운전한 김씨에게 남은 것은 아내와 대학교 1학년인 딸, 대출금을 낀 1억5천만원짜리 아파트, 지난 2월에 구입한 25t 트럭 한 대다. 오랫동안 좁은 곳에서 운전하다 보니 덤으로 당뇨와 고혈압 지병을 얻었다. 아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꾸려나갈 수 없다. 김씨는 “화물연대를 깡패·폭도로 취급하지 말고 우리가 왜 파업을 하는지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화물연대와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는 지난 달 29일 운송료 9.9% 인상안에 최종 합의했다. 하지만 화물연대가 쟁점 요구사항으로 제시한 ‘표준운임제의 법제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앞으로 정부 대신 국회를 상대로 입법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의왕(경기)=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명태균 녹취에 확신”…전국서 모인 ‘김건희 특검’ 촛불 [현장]
[영상]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30만명 ‘김건희 특검’ 외쳤다
해리스-트럼프, 7개 경합주 1~3%p 오차범위 내 ‘초박빙’
로제 아파트는 게임, 윤수일 아파트는 잠실, ‘난쏘공’ 아파트는?
거리 나온 이재명 “비상식·주술이 국정 흔들어…권력 심판하자” [현장]
노화 척도 ‘한 발 버티기’…60대, 30초는 버텨야
“보이저, 일어나!”…동면하던 ‘보이저 1호’ 43년 만에 깨웠다
에르메스 상속자 ‘18조 주식’ 사라졌다…누가 가져갔나?
이란, 이스라엘 보복하나…최고지도자 “압도적 대응” 경고
구급대원, 주검 옮기다 오열…“맙소사, 내 어머니가 분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