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300m를 넘는 백두대간의 함백산 만항재.
낮게 깔린 6월의 잿빛 구름이 등산객들과 나란히 걷는다. 숲에는 오직 사람의 숨소리와 바람이 잎사귀를 훑어내는 소리뿐이다. 짙푸른 참나무숲 사이로 희고 노란 야생화가 지천이다. 사상자, 꽃쥐손이, 요강나물, 미나리아재비, 쥐오줌풀, 하늘매발톱, 줄딸기꽃, 미나리냉이, 노랑장대, 풀솜대, 벌깨덩굴, 눈개승마, 매자나무꽃…. 내 몸을 낮춰 바짝 웅크려야만 볼 수 있는 겸손한 꽃들. 세상도 이와 같을 것이다. 몸을 낮춰야 가슴까지 차오르는 기쁨을 맛볼 수 있으니까. 구름 사이로 볕이 비치는가 싶더니 소나기가 한바탕 헤살을 놓는다. 안개가 몰려온다. 실루엣만 보이는 원시향, 천상의 에덴동산이다. 숲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주는 날씨의 요술이 신기하기만 하다. 안개비는 그새 두문동재의 금대봉을 삼켜버렸다.
태백=사진·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받는 사람: 대통령님♥’…성탄 카드 500장의 대반전
한덕수, 내란 엄호 논리로 쌍특검법 거부…정국 불안 고조
이승환·예매자 100명, 대관 취소 구미시장에 손배소 제기한다
서태지 “탄핵, 시대유감…젊은 친구들 지지하는 이모·삼촌 돼주자”
내란 일당 윤석열·김용현…외환죄 혐의까지 더해졌다 [12월24일 뉴스뷰리핑]
민주, 한덕수 탄핵안 유보…“26일 헌법재판관 임명 보고 판단”
중국은 ‘윤석열의 전쟁’을 우려하고 있었다
[단독] 입법조사처 ‘한덕수, 총리 직무로 탄핵하면 151명이 정족수’
허락 했을까요 [그림판]
크리스마스 이브에…부모, 초등생 일가족 4명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