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하나, 둘.” “둔너서(‘누워서’의 전북 사투리) 운동을 하니까 편하고만.”
할머니들이 지난 5월30일 오후 전북 김제시 청하면 동지산리 학수그룹홈에서 요가 강사의 지시에 따라 허공을 향해 열심히 다리를 구르고 있다. 이 요가 동작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유치원생이 하는 체조 수준이다. 평균연령이 80.9살인 할머니들은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어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따라하며 재밌어 한다.
학수그룹홈은 10명의 독거노인 할머니가 모여 사는 생활공동체다. 이곳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밥을 하고 청소도 하며 같이 잠을 잔다. 김제시가 기존에 경로당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2007년 취사·난방·목욕 등 공동체 생활이 가능한 곳으로 개조했다. 시골의 고령화로 고독사와 노인 우울증이 증가하자 김제시가 내놓은 노인복지 정책(한울타리 행복의 집)이다. 그룹홈에 대한 반응이 좋자 김제시는 111개소까지 그룹홈을 늘렸다. 지금 시 전체 독거노인 7131명 중 1096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 문제의 정책 대안으로 김제시의 그룹홈이 좋은 모델이라는 소문이 나 지금은 비슷한 그룹홈이 전국 40개 자치단체 227곳에 생겼다.
그룹홈이 생기자 가장 먼저 반긴 이들은 자식들이다. 시골에 고령의 부모를 둔 자식들은 부모가 전화라도 받지 않으면 걱정이 앞서 이장, 면사무소, 보건소 등에 전화를 돌린다. 안부가 확인될 때까지 안절부절못했다.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룹홈으로 전화하면 부모님이 텃밭, 집, 보건소 등 어느 곳에 있는지 소재를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거주하고 있는 노인들의 만족도도 높다. 학수그룹홈의 박용이(77) 할머니는 “고혈압으로 쓰러져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많이 힘들었어. 여기서 식사도 꼬박꼬박 하고 서로 의지하며 생활하다 보니, 건강도 좋아지고 마을 노인들끼리도 사이가 좋아졌어”라고 말했다. 예수병원 산학협력단의 그룹홈 입소자들을 상대로 한 외로움 정도 조사에서도 93.3%가 외로움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전체 독거노인은 120만여 명이다. 정부는 2030년이면 인구의 4분의 1이 노인이 될 만큼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독거노인도 따라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그룹홈을 독거노인 문제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앞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제=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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