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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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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곳의 추운 겨울나기

혹한에도 화사한 경북 성주, 경남 김해 비닐하우스의 작물들… “키워봐야 남는 게 없다” 입김처럼 뿜어져나온 농민들의 한숨
등록 2012-02-15 17:07 수정 2020-05-03 04:26
경남 김해시 대동면 화훼정보화마을에서 농민들이 거베라를 출하하려고 한 다발씩 묶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 대동면 화훼정보화마을에서 농민들이 거베라를 출하하려고 한 다발씩 묶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겨울은 으레 농한기라 생각한다. 하지만 비닐하우스 안에서 바쁘게 겨울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사시사철 과일을 먹고 겨울에도 화사한 꽃을 볼 수 있는 건 바로 이들의 노고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겨울에도 참외, 딸기, 토마토, 꽃이 풍성하게 열리고 화사하게 자랐다. 하지만 정작 이것들을 기르고 가꾸는 농부들은 남는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남 상주에서 참외를 재배하는 전승용(41)씨는 “지난 10년 동안 기름값, 인건비, 생산비, 물가 모두 올랐지만 참외 가격은 그대로다. 그러니 뭐가 남겠느냐?”고 말한다. 김해 대동면 화훼정보화마을 위원장 김윤식(61)씨는 기름값 때문에 한숨짓는다. “기름값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생산비가 5천원이면 4천원이 기름값입니다. 비닐하우스 안 온도를 1℃ 올리는 데 얼마나 많은 기름값이 드는지 몰라요.” 그는 유류비를 아껴보려고 하우스 옆에 커다란 연탄보일러를 설치했다. 일반 연탄보다 큰 연탄이 매일 150장씩 들어간다.

인근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김신우(41)씨도 걱정이다. “겨울에 일해서 봄과 여름을 살아야 하는데 본전도 안 되니 살기가 힘들어요. 나라에선 농사를 많이 지으라고 하지만, 꽃 같은 경우는 화환 규제를 해버리니깐 힘들죠.” 그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한다. “지금 41살인데 농사로는 제가 막차예요. 제 밑으로는 농사짓는 사람이 없어요. 이 근방에 30대는 딱 2명 있어요. 대부분의 주민이 연로해서 그분들 돌아가시면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요. 20년 뒤 우리나라에는 수입한 농산물만 있게 될 거예요. 그게 현실이라니까요.”

특산품 재배 지역으로, 또는 부모를 이어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거나 한겨울 노는 땅에 뭐라도 길러보려는 농민들에게는 요즘 같은 시절에 비닐하우스 재배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아름답고 풍성한 이면에 속끓이며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있다.

상주·김해=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수확을 기다리는 방울토마토가 탐스럽게 달려 있다.

수확을 기다리는 방울토마토가 탐스럽게 달려 있다.

토마토

토마토

장미

장미

거베라

거베라

참외

참외

딸기

딸기

경북 성주군의 한 참외 농가에서 2월 중순부터 수확할 참외를 손질하고 있다.

경북 성주군의 한 참외 농가에서 2월 중순부터 수확할 참외를 손질하고 있다.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거족마을(딸기의 시배지)에서 수확한 딸기를 차에 옮겨싣고 있다.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거족마을(딸기의 시배지)에서 수확한 딸기를 차에 옮겨싣고 있다.

하우스를 하는 농가들은 거의 하루 종일 생활하는 하우스 안에 기본적인 살림이 갖춰져 있다.

하우스를 하는 농가들은 거의 하루 종일 생활하는 하우스 안에 기본적인 살림이 갖춰져 있다.

농민들은 비닐하우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기름값이 비싸 연탄보일러를 대신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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