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폭탄이 떨어졌어요. 서울지역 적설량이 ‘기상 관측 사상 최대’였다지요. 사람들이 사는 도시 곳곳은 급히 치워 쌓아놓은 눈이 전쟁터의 폐허를 떠올리게 한다고 사육사 아저씨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어요. 며칠째 강추위가 계속돼 모두들 고생스럽다지요. 이 추운 겨울 저희 동물들은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2010년이 ‘호랑이의 해’라지요. 그래서 그런지 유독 우리 사진을 찍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추위에 강한 우리 시베리아호랑이나 옆집의 유럽불곰들은 요즘 같은 날씨가 오히려 반갑답니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나무 그늘에서 늘어져 있기 마련인데, 겨울에는 오히려 생기가 돌아요. 흰 눈까지 내리니 비록 비좁은 사육장이지만 장난치며 노는 것도 더 재미있어요. 사육사 아저씨가 던져주신 생닭 한 마리를 낚아채 먹느라 ‘백수지존’의 자존심이 조금 상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살아남으려면 그깟 자존심이 문제겠어요? 골고루 나눠주시지만 본능은 어쩔 수 없나 봐요. 서로 먼저 먹겠다고 달려드는데 그 민망한 모습이 볼 만한가 봐요. ‘촤르르륵’ 사진을 많이 찍으시더군요. 저희 식사 시간은 오후 2시30분. 금요일에는 야성 훈련을 위해 먹이를 주지 않아 좀 불만입니다. 참, 불곰이 왜 겨울잠을 안 자냐고요? 원래는 영양 상태에 따라 4~6개월 동안 겨울잠을 자지만 동물원에서는 먹이가 충분해 겨울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는군요.
겨울에는 동물원에 잘 안 오시죠? 아무래도 바깥을 돌아다니려면 추우니까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요. 그런데 의외로 겨울 동물원도 재미있어요. 어린이들을 위한 동물체험교실에서는 다람쥐원숭이나 아기 호랑이를 직접 만져볼 수 있고, ‘알비노 버마 비단구렁이’를 두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답니다. 인공포육실의 새끼 사자나 아기 침팬지도 볼 수 있고, 눈밭에서 먹이를 찾는 사슴도 있지요. 고즈넉한 겨울 풍경은 덤이에요. 혹시 오시면 그 어느 때보다 씩씩하고 활동적인 저희 호랑이 사육장을 꼭 들러주세요.
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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