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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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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펄의 공평한 선물

자연산 굴 채취 한창인 남해군 지족리…
말 섞을 틈도 없이 바쁘지만 해질 무렵 굴 광주리엔 웃음 한가득
등록 2009-11-25 16:53 수정 2020-05-03 04:25

경남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 자연산 굴로 유명한 이곳 갯가에선 김장철을 맞아 굴 캐기가 한창이다. 수요가 많아도 한정된 양만 생산해 인터넷으로만 판매한다. 전날 캔 굴을 오전에 까서 바로 포장해 택배로 부친다.

함박웃음을 머금은 임춘풍(65)씨가 망태기에 담아놓은 굴들을 지게에 실어 굴을 까는 작업장으로 옮기고 있다.

함박웃음을 머금은 임춘풍(65)씨가 망태기에 담아놓은 굴들을 지게에 실어 굴을 까는 작업장으로 옮기고 있다.

남해 갯마을에선 굶는 사람이 없겠지 싶다. 연장 하나 챙겨들고 나가면 발에 차이는 것이 자연산 굴이니 그저 갯가에 나가 앉아 캐내면 되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시간만큼 벌이가 된다. 철 바뀌면 또 쏙과 바지락을 캐고 건져올리면 된다. 뭍사람 눈으로야 추운 날 고생으로 보이지만, 일한 만큼 얻어갈 수 있으니 갯가는 공평하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는 듯하다.

최도미자(70)씨는 해가 질 무렵까지 호미를 놓지 않고 굴을 캤다.

최도미자(70)씨는 해가 질 무렵까지 호미를 놓지 않고 굴을 캤다.

방금 깐 자연산 굴이 수북하다.

방금 깐 자연산 굴이 수북하다.

임춘풍씨가 굴을 캐던 일손을 놓고 잠시 쉬고 있다.

임춘풍씨가 굴을 캐던 일손을 놓고 잠시 쉬고 있다.

굴 까는 작업을 하던 주민들이 아침에 챙겨온 밥과 몇 가지 나물로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굴 까는 작업을 하던 주민들이 아침에 챙겨온 밥과 몇 가지 나물로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마을 작업장에서 시판할 굴의 무게를 달아보고 있다.

마을 작업장에서 시판할 굴의 무게를 달아보고 있다.

아침 댓바람부터 나와 덩어리진 찬밥으로 점심을 때우며 굴을 까고 오후 물이 빠지면 다시 굴을 캐는 작업은 해가 넘어갈 무렵 끝난다. 하루 종일 캐고 까면 kg당 5천원인 굴을 10kg 정도 딸 수 있다.. 말 섞는 시간도 허리 펼 시간도 아껴가며 부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굴 캐는 갯가는 차랑차랑하는 호미질 소리,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외엔 별다른 소리가 없다. 해가 지고 굴 광주리가 가득 차야 웃음소리도 나고 사람 소리도 난다.

남해=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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