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마치고 얼음판 위에 선 기형주(11·서울 정수초 4년)군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번쩍 치켜든 뒤 환호성을 질렀다. 긴장한 탓인지 연습 때 보이던 여유로운 웃음은 없었지만, 큰 실수 없이 끝난 데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나머지 참가자들의 순서가 모두 지나기까지 긴장된 30여 분이 흘렀다. 마침내 결과가 나왔지만 엄마는 차마 앞으로 나가 확인하지 못했다. “형주 엄마, 합격이야.” 친구 엄마의 말에 비로소 엄마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형주도 엄마를 따라 웃었다.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던 형주는 고생스러웠던 시간이 생각난 듯 울먹였다. 울음을 터뜨린 아들의 등을 쓸어주던 엄마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엄마는 형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형주, 최고다!”
‘조금 특별한 아이’인 형주(발달장애 2급)가 8월22일 서울 오륜동 한국체육대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서울빙상경기연맹의 2009년 제2차 피겨승급심사에서 1급 자격을 얻았다. 초급을 딴 지 1년5개월 만이고 처음 스케이트를 탄 지 5년 만이다. 초급과 달리 1급은 ‘선수’가 됐다는 것을 뜻한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개최하는 피겨스케이팅 꿈나무대회 등 공식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8급인 김연아 선수의 연기에 맞춰진 눈높이로 보면 아직 보잘것없는 수준이지만, ‘피겨 여왕’도 1급 시절을 거쳤다.
이날 형주는 (Fly in the sky)라는 음악에 맞춰, 스케이트의 안쪽 날로 뛰어올라 공중에서 회전한 뒤 반대쪽 발의 바깥 날로 착지하는 ‘살코 점프’(salchow jump)와 스케이트 날의 앞톱니를 찍어 도약해 바깥 날로 착지하는 ‘토 루프 점프’(toe loop jump), 오른발을 앞으로 차듯이 뛰는 ‘버니 홉’(bunny hop), 공중에서 반바퀴 돈 뒤 내려오는 ‘스리 점프’(three jump), 상체와 다리가 일직선이 되게 해 도는 ‘업라이트 스핀(uplight spin) 등 1급 프리스케이팅에 요구되는 6가지 과제를 모두 해냈다.“세 번 이상 돌면 되는 스핀 동작도 다섯 번 이상 돌도록 연습했는데, 긴장한 탓인지 세 번밖에 돌지 못했다”며 못내 아쉬워하던 양태화 코치(1999년 강원 겨울철 아시아경기대회 아이스댄싱 동메달)도 결과가 나온 뒤 형주와 함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승급심사를 마치고 긴장이 풀린 형주는 몸살로 이틀을 앓았다. 그리고 다시 일어난 형주는 다음 도전을 위해 또 얼음판 위에 섰다.
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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