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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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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의 굴욕

지구촌 노동자들 “나에게 일자리를 달라”
등록 2009-02-28 10:18 수정 2020-05-03 04:25

‘실업은 굴욕이다.’
지구촌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탐욕의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실업의 세계화다. 일자리를 잃으면 자존감도 사라진다. 탐욕의 세계화는 굴욕의 세계화다.

2월16일 싱가포르의 인력부 청사 앞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고용안정과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도중 한 노동자가 텅 빈 지갑을 펼쳐 보이고 있다. REUTERS/ VIVEK PRAKASH

2월16일 싱가포르의 인력부 청사 앞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고용안정과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도중 한 노동자가 텅 빈 지갑을 펼쳐 보이고 있다. REUTERS/ VIVEK PRAKASH

2월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구직자 응원행사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일자리를 달라”고 외치며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REUTERS/ TORU HANAI

2월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구직자 응원행사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일자리를 달라”고 외치며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REUTERS/ TORU HANAI

‘세계의 공장’도 위기를 비껴가지 못했다. 중국 고도성장의 뒤안길을 떠받쳐온 농촌 출신 이주노동자(농민공) 가운데 지난 1월에만 2천만 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단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선 소방관 35명을 뽑기 위해 750명까지만 지원서를 받겠다고 하자, 수많은 이들이 지원서 접수 사흘 전부터 길게 줄을 늘어섰다. 고용불안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영국 등 서유럽 각국에선 ‘경제 민족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도처에서 날선 눈초리가 이주노동자에게 날아든다.

2월2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한 남성이 오랜 기다림 끝에 취업 원서를 제출한 뒤 손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REUTERS/ CARIOS BARRIA

2월2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한 남성이 오랜 기다림 끝에 취업 원서를 제출한 뒤 손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REUTERS/ CARIOS BARRIA

눈발이 날리는 지난 2월2일 잉글랜드 북부 링컨셔에 위치한 한 정유업체 앞에서 영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고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PHIL NOBLE/ FILES

눈발이 날리는 지난 2월2일 잉글랜드 북부 링컨셔에 위치한 한 정유업체 앞에서 영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고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PHIL NOBLE/ FILES

꼭 20년 전 ‘시장경제’을 받아들인 동유럽 각국은 ‘시장의 실패’로 집단 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내몰려 있다. 동유럽의 불안은 삽시간에 서유럽은 물론 미국과 아시아에까지 번지면서 지구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불안의 세계화, 국경을 초월한 자본의 마력이다. 비로소 마주한 세계화의 실체다.

2월15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간이 인력시장 벽에 구인·구직 광고가 빼곡히 나붙어 있다. REUTERS/ DAVID GRAY

2월15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간이 인력시장 벽에 구인·구직 광고가 빼곡히 나붙어 있다. REUTERS/ DAVID GRAY

2월11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 중심가에서 한 남성이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다. 벽에 쓰여 있는 문구는 ‘실업은 굴욕’이란 뜻이다. REUTERS/ IVAN ALVARADO

2월11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 중심가에서 한 남성이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다. 벽에 쓰여 있는 문구는 ‘실업은 굴욕’이란 뜻이다. REUTERS/ IVAN ALVARADO

사진 REUTERS·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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