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딸랑~.” 구세군 자선냄비가 거리에 내걸리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찬 공기 속에 울려퍼진다. 각종 송년 모임과 한 해를 마무리할 생각으로 몸도 마음도 바빠지는 12월이면 유난히 마음이 춥고 쓸쓸한 사람들이 있다. 시력을 잃은 엄마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10살 주안이, 낯가림이 심한 장애인 쉼터의 ‘얌체공주’ 17살 선애와 무의탁 노인 시설에 있는 98살 이계정 할머니,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는 정신지체 장애인 28살 김보람씨….
인터넷 자원봉사 모임 ‘행동하는 양심’ 회원들이 성탄절을 앞두고 12월13일과 20일 이들을 찾았다. 올해로 여덟 번째인 ‘찾아가는 산타-행심클로스’. 60여 명이 팔을 걷고 나섰다.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를 미루고 온 이훈(23)씨와 친구 황인성·최민우씨, 취미로 배운 마술 실력을 다른 회원들에게 전수한 유병삼(38)씨와 쌍둥이 자매 이미선·혜선(23)씨,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참여한 엄태경(30)씨….
선물을 사는 사람들로 백화점이 북적이고 술자리를 찾아나선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토요일 저녁, ‘행심산타’들은 11월15일부터 매주 이 단체 대표 문관식(38) 목사가 담임인 서울 신정동 서울강림교회에 모여 캐럴과 율동, 마술을 연습하고 선물을 포장했다. 양말과 체육복, 담요, 학용품, 장난감 등 선물은 대부분 다른 회원들이 직접 구입해 보내왔다. “내가 들이는 적은 시간으로 이웃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다니 내 마음도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연말에 술 마시며 시간 보내는 것보다 훨씬 뜻있지 않나.” 이름이 같은 두 친구 이윤희(24)씨는 같은 마음으로 주말을 포기했다.
“‘벤츠 타는 독거노인’에게도 찾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운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극단적인 예지만 문 목사는 12월6일 마지막 연습을 마친 ‘산타’들에게 당부했다. 단순히 선물을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외로운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생동감을 줄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이들이 마술을 연습하고 풍선 만들기를 배워 직접 소외된 이웃을 찾는 이유다.
12월13일 저녁, 경기 시흥시 ‘베다니의 집’에서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이미선씨의 두 손을 잡은 이계정 할머니는 끝내 눈물을 내비쳤다.
“고맙다, 고맙다. 다음에도 꼭 다시 와라.”
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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