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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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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지 않는 노동의 새벽

안산 인력시장 20여 명 “한 달에 이틀 일거리”… 발길 돌린 자리엔 모닥불만 쓸쓸히
등록 2008-12-20 10:41 수정 2020-05-03 04:25

“추운데 뭐할라구 나온겨?”
“불 쬐러 나왔제.”
“일감이 없어 죽을 맛이야. 처자식 다 굶기게 생겼어.”

오전 5시27분, 일감이 들어오지 않을 것을 직감한 구직자들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서서 소주를 나눠 마시고 있다.

오전 5시27분, 일감이 들어오지 않을 것을 직감한 구직자들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서서 소주를 나눠 마시고 있다.

지난 12월10일 새벽 4시50분 경기 안산시 원곡동 안산역 옆 인력시장.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20여 명. 공사현장에서 하루 품삯을 벌겠다고 새벽잠을 잊고 나온 이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큰 기대는 안 하지만 답답한 마음에 나와보는 거지.” 50대 초반의 한 구직자가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일주일에 3일 이상 일할 수 있었어. 지금은 한 달에 이틀?”이라고 했다.

새벽 5시40분, 2명의 구직자가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김아무개(55)씨는 “형편이 어렵다 보니 일하러 나가더라도 처우가 형편없다”고 했다. “일당 7만원짜리 잡부를 고용해 그 이상의 일을 시키는 것이 허다하다”고 한다.

오전 4시 51분, 한 구직자가 인력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모닥불을 준비하고 있다.

오전 4시 51분, 한 구직자가 인력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모닥불을 준비하고 있다.

아침 7시가 지났지만 일거리는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다. 모닥불 앞에 쪼그리고 앉아 꾸벅꾸벅 조는 사람과 담배만 연방 피워대는 사람, 그리고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 장작이 몸을 잘 포개 불김 좋은 모닥불만 계속 타올랐다.

오전 5시11분, 이날 들어온 일이 있는지 사무실에서 확인하고 있는 구직자들.

오전 5시11분, 이날 들어온 일이 있는지 사무실에서 확인하고 있는 구직자들.

오전 5시31분, 인력시장에 모인 20여 명 중 2명이 일터로 갔다.

오전 5시31분, 인력시장에 모인 20여 명 중 2명이 일터로 갔다.

오전 5시37분, 어느 구직자는 끝내 자전거에서 짐을 풀지 못하고 집으로 갔다.

오전 5시37분, 어느 구직자는 끝내 자전거에서 짐을 풀지 못하고 집으로 갔다.

오전 6시16분, 60대 중반의 한 구직자가 조용히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오전 6시16분, 60대 중반의 한 구직자가 조용히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안산=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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