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삶은 다시 시작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사는 캐리 심슨, 올해 꼭 서른다섯이다. 1999년 결혼해 채 1년이 안 돼 딸을 얻었다. 행복은 길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남편과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술을 마셨다. 뭐가 문제일까? 또 한잔 마셨다. 돌이킬 순 없는 걸까? 다시 잔을 채웠다. 알코올중독증, 주변의 강권에 재활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최근 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텅 빈 체육관에 혼자 남은 캐리 심슨이 펀칭백에 매달려 있다. 사진 Reuters
“술을 마시지 않는 건 오히려 쉬웠다. 정말 어려웠던 건 다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자긍심을 가진….”
2002년 결국 이혼에 합의했다. 딸 메이건의 양육권은 남편에게 넘겨야 했다. 당시 그의 체중은 90kg으로 불어나 있었다. 처음 무에타이 체육관을 찾았을 때, 그는 절박했다. ‘자존심’부터 되찾아야 했다. “넌 아무것도 못해. 너무 나이가 많아. 넌 절대 이겨낼 수 없어….” 뒤통수에서 누군가 끊임없이 속삭였다.
“56kg까지 체중을 줄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저울에 올라가 체중을 확인하던 순간 뭔가 이룬 것 같은 느낌에 들떴지만,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캐리 심슨은 체육관에서 숙식을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링 위에서 일기를 쓰고 있다. 사진 Reuters
집을 나왔다. 컨설턴트로 일하던 직장도 그만뒀다. 지니고 있던 모든 것을 처분했다. 그리고 ‘링’ 위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침낭 하나면 족했다. 그는 “체육관은 너무도 평화로웠고, 그 밖에 원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며 “지낼 만한 곳이 있고, 무에타이를 할 수만 있으면 더 바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과 한 동아리가 됐다는 느낌”으로 삶은 다시 충만해졌단다.
첫 시합을 하던 날, 링에 오르기 앞서 심슨은 이렇게 말했다. “결혼하던 날보다 더 흥분된다. 링에 올라서는 것 자체가 승리다.” 최선을 다해 싸운 그는 아쉽게 판정패했다. 땀에 젖은 채 링에서 내려온 그가 다시 이렇게 말한다. “물론 다시 싸울 게다. 지금 이 순간, 정말 행복하다.”
첫 시합을 앞두고 뜨개질을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사진 Reuters
캐리 심슨이 체육관 안 자신의 옷상자에서 옷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Reuters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과 집을 버리고 머리까지 삭발했다. 체육관과 동료들이 전부라는 의미로 체육관 로고를 머리에 새겨넣었다. 사진 Reuters

트레이너와 스파링 중이다. 사진 Reuters

훈련 중 쉬는 시간에 링사이드에 기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Reuters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집중한다. 눈매가 날카롭다. 사진 Reuters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남부 스토니크릭의 한 바에서 치른 첫 시합에서 판정패를 당하고 낙담한 채 자신의 코너로 돌아오는 캐리 심슨. 사진 Reuters
사진 Reuters
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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