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아 더 월드.’
금융위기가 세계를 하나로 만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한숨이 쿠알라룸푸르 객장의 망연자실로 이어진다. 쿠웨이트 시티의 충격은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로 번져간다. 무한질주를 거듭해온 금융자본의 세계화, 그 파국이 지구촌을 전례 없이 가깝게 만들었다. 속절없이 하나가 됐다.
지난 10월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텅빈 증권회사 객장에서 주식 투자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팔로 얼굴을 휘감은 채 앉아 있다. 이날도 말레이시아 주식 시장은 폭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26% 폭락. 캐나다 37% 폭락. …멕시코 44% 폭락. 브라질 48% 폭락. 칠레 42% 폭락. …영국 31% 폭락. 프랑스 31% 폭락. 독일 35% 폭락. 핀란드 26% 폭락. 네덜란드 35% 폭락. …러시아 53% 폭락. 헝가리 50% 폭락. 체코공화국 45% 폭락. 리투아니아 37% 폭락. …이탈리아 30% 폭락. 그리스 45% 폭락. 터키 50% 폭락. 남아프리카공화국 42% 폭락. 이스라엘 22% 폭락. …일본 23% 폭락. 한국 46% 폭락. 오스트레일리아 34% 폭락. 싱가포르 35% 폭락. 인도 36% 폭락….”
의 금융전문기자 플로리드 노리스는 10월24일 인터넷판에서 10월 들어 요동친 세계 주식시장의 ‘활약상’을 이렇게 집계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불을 지핀 미국발 금융위기는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들불로 번져갔다. 쌈짓돈을 아껴 투자에 나선 서민도, 무리하게 외부 자금을 끌어다 도박판을 벌인 큰손도 마찬가지였다. 뗄려야 뗄 수 없다. 10월 한 달 인류는 ‘차이’를 넘어 ‘공포’로 단결했다. ‘패닉’의 세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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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땅에서도 주식은 거래된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주식시장에서 직원들이 칠판에 주가를 기록하느라 분주하다.
‘잔치는 끝났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꼽혀온 리먼브러더스의 주식이 40%나 폭락한 다음날인 지난 9월11일 영국 런던의 이 회사 건물에서 직원들이 선 채로 긴급 회의를 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나흘 뒤인 9월15일 파산했다.
지난 10월13일 쿠웨이트의 한 증권회사 객장에서 아랍 전통 복장을 한 투자자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주식시세표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가난한 이들의 푼돈마저 위태롭다. 지난 9월30일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한 은행 앞에서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사람들이 기다랗게 줄지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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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로이터·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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