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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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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꼬막 손 맛을 어찌 놓치리오

등록 2007-11-23 00:00 수정 2020-05-03 04:25

전남 고흥군 ‘참펄’에서 제철 맞은 꼬막잡이에 나선 주민들

▣ 고흥=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깊어가는 가을, 쫄깃쫄깃한 맛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고흥·벌교 꼬막이 제철을 맞았다. 지난 11월13일 전남 고흥군 남양면 선정마을 앞 갯벌. 오후 2시쯤 물이 빠지자 갯벌이 까만 살을 드러냈다. 하나둘 모여든 주민들은 ‘널배’를 갯벌에 내고 꼬막잡이를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한다(바구니 하나 겨우 얹어놓을 만한 공간을 가진 ‘널배’는 한쪽 무릎을 올려놓고 나머지 발로 갯벌을 밀며 나가는 배로, 갯벌에서는 매우 유용한 이동 수단이다).

꼬막잡이는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 펄을 제치며 해야 하는, 70대 할머니들에겐 고된 작업이다. “애들이 펄에 나가지 말라 했는데.” “잉, 우리 며느리도 펄에 나가지 말라 했당게요.” 그래도 꼬막잡이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꼬막이 둘도 없는 ‘효자’이기 때문이다. 기계로 잡지 않고 하나하나 손으로 잡은 꼬막은 가격도 비싸게 받는다(20kg에 8만5천원). 고흥· 벌교 앞 ‘여자만’은 다른 펄에 비해 입자가 곱고 부드러워 ‘참펄’이라고 불린다. 그래서 이곳에서 자란 꼬막은 이름이 ‘참꼬막’이다. 골이 깊고 껍질이 두꺼워, 밋밋한 껍질을 가진 세꼬막과는 외양부터 다르다. 끓는 물에 갓 데쳐낸 참꼬막은 검은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비릿한 바다 냄새와 짭짤한 맛은 물론 일품이다.

△참꼬막은 골이 깊고 껍질이 두껍고 털이 없다. 꼬막은 어떻게 데치느냐가 맛을 좌우한다. 센 불에 잠깐 익힌 뒤 찬물을 부어가며 젓는다.
“간간하고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 제격이었다.” 작가 조정래는 대하소설 에서 겨울에 먹는 참꼬막 맛을 이렇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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