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널린 고추에서, 물들어가는 산에서, 익어가는 감에서 느껴지는 가을
▣ 양평·횡성 등=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온 세상을 물들었던 초록이 탈색되고 있다. 들판에 널어놓은 고추는 빨간 얼굴색을 자랑하다 제풀에 지쳐 노란 씨앗을 터뜨린다. 조금 있으면 설악을 곱게 물들일 단풍잎도 푸르름을 내뱉고 서둘러 붉은 화장을 하기에 바쁠 것이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조금 뿌리자 제법 자기 색을 띠는 감의 얼굴에서는 광채가 흘러내린다. 이미 한창 때를 넘긴 코스모스 밭을 걷는 어린이들이 꽃보다 더 예쁘다.
지난여름, 내리 쏟아지는 비와 세차게 불어닥친 태풍을 이겨내고 들판에 수줍게 고개 숙인 벼들이 가을의 들녘을 장식한다. 힘든 농촌 생활에서 웃을 일 없던 농부들의 얼굴에도 수확의 즐거움으로 웃음이 흐른다.
가을은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과 너그러움으로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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