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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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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초 섬, 코코넛 게 익는 소리

등록 2007-03-29 00:00 수정 2020-05-03 04:24

초호에서 멱 감고 코코넛 물 마시며 무인도에 정착한 사울라시 가족

▣ 푸알리페케(투발루)=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사울라시 아모사 가족이 상륙하면서 무인도는 유인도가 됐다. 지난해 12월 사울라시 아모사(36)는 아내 비키(35)와 두 딸 모르씨(10), 파와(일곱 달)를 데리고 푸알리페케섬에 들어왔다.

푸알리페케는 투발루의 수도 푸나푸티섬에서 10여km 떨어진 산호초 섬. 사울라시는 가족이 타고 온 배를 돌려보냈다. 이제 혼자 힘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섬에 고립된 사울라시는 ‘오래된 미래’로 돌아왔다. 판다누스 나뭇잎으로 전통 가옥을 짓고, 초호(lagoon)에서 멱을 감고, 코코넛 물로 목을 축인다. 주식은 코코넛이다.

별미도 하나 있다. 코코넛을 먹고 사는 코코넛 게다. 낮에는 코코넛을 마당에 뿌려놓은 뒤 코코넛을 먹으러 온 게를 주워담기만 하면 된다. 밤에는 코코넛나무에 달라붙어 있는 게를 손수 잡아야 한다. 2월27일 밤, 사울라시는 섬을 한 바퀴 돌며 ‘게 사냥’을 했다. “꼬리 부분에서 머리 부분으로 잽싸게 움켜잡으면” 게는 꼼짝 못한다. “그믐이면 더 큰 놈들이 나오는데….” 사냥을 마친 사울라시가 판다누스 나뭇잎으로 불을 지폈다. 코코넛 게 7마리가 양동이 속에서 요동쳤다. 판다누스 나뭇잎 속에서 빨갛게 익은 코코넛 게는 달콤하고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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