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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이 배낭족을 밀어내네 

등록 2005-07-08 00:00 수정 2020-05-03 04:24

가난한 여행자들의 아름다운 도피처, 중국 윈난성이 겪는 몸살
고속도로 공사와 넘치는 관광객을 뒤로 하고 또다시 새로운 곳을 찾아

▣ 윈난성=사진·글 이상엽 다큐멘터리사진가, 공동기획 image press.net

중국 윈난성의 리강(麗江).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이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외국의 배낭여행자들이나 찾던 호젓하기 그지없는 나시족 마을에 불과했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로는 중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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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함은 분명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을 인류가 보존하고 지켜내기 위해서일 텐데, 요즘 상황으로 보아서는 세계적인 관광지 목록 지정으로 바뀐 듯하다. 리강 역시 밀려드는 사람들로 매일 곳곳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분명 손대기 어려운 문화재급 가옥임에도 상점과 객잔을 꾸미기 위해 함부로 개조를 하고 있다. 곳곳에서 밤새도록 술판이 벌어지는 것은 예사다.

이런 사정은 리강과 비슷한 윈난의 도시인 다리(大理)도 마찬가지다. 1천년이 넘은 고성과 수려한 창산 아래 펼쳐진 호수가 아름다운 이 도시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그 사전작업이나 되는 듯 도시 곳곳은 공사 중이다. 마치 그 리스트에 등재되면 전세계적으로 호객을 하겠다고 준비하는 듯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일찍부터 때묻지 않은 여행지만을 돌아다닌다는 배낭여행자들은 북쪽으로 도망을 가고 말았다. 그곳에는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샹그릴라로 추정되는 중뎬(中甸)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티베트의 라싸가 현대화된 중국 도시로 변했을 때 실망했던 것처럼 또다시 새로운 곳을 찾아야 할 듯하다. 윈난성 정부가 국가적 프로젝트로 쿤밍에서 다리, 리강을 지나 중뎬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도로가 건설되면 교통이 불편해 여행하기 어려웠던 사정을 일소하고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할지도 모른다. 그때는 중국 안에서도 가난하기로 유명한 소수민족들의 고향인 윈난성(현재는 귀주성이 가장 가난하다. 덕분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별로 없다) 주민들도 경제적 이득을 얻겠지만, 자신들의 문화는 차츰 잃어버릴 것이다. 어느 것이 더 좋은 일인가? 알 수 없다. 다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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