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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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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번의 왜곡

등록 2013-09-11 10:31 수정 2020-05-03 04:27
친일 독재 미화 교학사 교과서 검정 취소 촉구 기자회견./2013.9.5/한겨레 박승화

친일 독재 미화 교학사 교과서 검정 취소 촉구 기자회견./2013.9.5/한겨레 박승화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인간의 오랜 사명이다. 대통령이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정부가 대입 수능에서 역사 과목을 필수화한 것은 그런 인식의 결과일 터다.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다. 하지만 사실을 왜곡하거나 보편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이번에 검정 통과된 교학사 역사 교과서는 수정 권고가 479건이라고 한다. 친일 행위 미화, 반민주 독재 정당화, 민주화운동 폄하 등 특정 정파의 목적이 개입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역사 교과서의 일부 내용을 옮겨보자. “식민지 지배가 지속될수록 시간 관념은 한국인에게 점차 수용돼갔다.” “(이승만 대통령은) 당시 가장 존경받고 신뢰받는 지도자였으며 광복 뒤에는 국민적 영웅이 됐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이 (박정희 대통령) 유신체제의 명분을 줬다.” 우리 역사의 정신은 식민지근대화론이나 쿠데타·독재의 합리화에 있지 않다. 헌법 전문에도 나와 있듯, 3·1 운동 정신과 4·19 민주이념에 있다. 역사 과목 시험의 필수화보다 잘못된 역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게 먼저다.

지난 9월5일 역사정의실천연대 소속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친일·독재 교학사 교과서 검정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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