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김명진
올해 여름은 살인적인 무더위와 연이은 태풍으로 유난히 힘들었다. 가뭄으로 논밭이 타들어가 농민들의 가슴도 함께 타들어갔다. 가뭄이 끝나고 잇따른 태풍으로 과실들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손도 써보지 못하고 지켜봐야만 했다.
가뭄과 태풍이 이어져도 가을이 오자 곡식들은 어김없이 탐스러운 색깔을 자랑한다. 황금들판으로 바뀐 논은 바람이 불 때마다 장관을 이룬다. 지난 9월20일 강원도 철원평야에서 태풍 산바로 쓰러진 벼를 세우는 농부의 표정이 어둡지만은 않다. 황금들판의 넉넉함이 태풍으로 생긴 작은 구멍을 채우고도 넘쳤다.
철원=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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