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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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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부러지는 4대강 사업

등록 2010-09-30 16:22 수정 2020-05-03 04:26
지난 21일 내린 폭우로 교각 붕괴돼 내려앉은 여주군 여주읍 단현리 신진교. 한겨레 류우종 기자

지난 21일 내린 폭우로 교각 붕괴돼 내려앉은 여주군 여주읍 단현리 신진교. 한겨레 류우종 기자

지난 9월21일 기습 폭우가 쏟아졌다. 강바닥 준설 등 4대강 사업이 한창인 경기 여주군에서 남한강 본류로 흘러드는 지천 곳곳에서 집중적인 홍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주읍을 지나 남한강 이호대교 쪽으로 흐르는 연양천에서는 길이 35m짜리 다리인 ‘신진교’ 교각 일부가 주저앉아 상판이 둘로 갈라졌다. 이 다리는 연양천이 남한강 본류와 만나는 지점에서 400여m 거리에 있다.

남한강 본류의 준설로 지천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교각을 떠받치는 지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예전에도 이번과 같은 집중호우가 있었지만 지류 하천의 범람이나 지반의 붕괴는 없었고, 그곳에 놓인 다리 등에도 피해가 없었다”며 “이번에 일어난 이상 현상은 남한강 본류 바닥에 대한 지나친 준설로 지천의 유속이 빨라진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준설로 인해 강이 물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다 보니 아래로 떠밀려 내려오는 물의 부피가 커지고 그 힘도 세졌다는 것이다.

이에 여주군은 “준설로 생기는 하천의 단차(계단 모양처럼 생긴 높이 차이)를 줄이기 위한 하상유지공사를 했으나, 기습적 폭우가 내린데다 40년이 넘은 낡은 다리여서 교각이 일반 재해처럼 붕괴된 것이지 4대강 공사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번 폭우로 곳곳에 침수 피해가 생기면서 4대강 본류보다는 지천 정비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언가 말하려 했던 게 아닐까.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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