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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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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아침

등록 2009-12-29 12:01 수정 2020-05-03 04:25

두물머리(兩水里)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난다. 아침에 물안개가 피고 저녁이면 노을로 물든다. 수양버들이 강물에 머리를 감으면, 400년 묵은 느티나무가 곁을 지킨다. 여름이면 연꽃이 흐드러지고 겨울이면 눈꽃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빼앗긴 아침

빼앗긴 아침

그 강물을 따라 유기농을 일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1975년 팔당댐이 생기면서 멀쩡한 땅을 빼앗겼다. 겨우 하천부지 점용허가를 얻어 새로 농사를 지었다. 30년에 걸친 묵묵한 노동은 세계적 명성의 팔당유기농단지를 일구었다.

권세 높은 자들은 농부들에게 건넬 새해 선물을 음모했다. 4대강 사업이다. 정부는 이곳을 쓸어내고 위락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하천부지 점용허가도 연장되지 않았다. 새해 1월1일부터 농민들은 ‘불법 점유자’가 된다. 1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고 100가구가 삶터를 떠난다. 강을 개발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선전의 뻔뻔함은 두물머리에서 바닥을 드러낸다.

사흘 동안 새벽마다 두물머리를 찾았으나 아침 해를 보지 못했다. 해는 제 시각에 맞춰 동녘을 찾아왔겠지만, 안개에 그저 갇혀버렸다. 햇볕 들지 않는 두물머리의 아침은 세밑 내내 어둡고 침침했다. 생기를 그만 잃어버렸다.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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