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兩水里)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난다. 아침에 물안개가 피고 저녁이면 노을로 물든다. 수양버들이 강물에 머리를 감으면, 400년 묵은 느티나무가 곁을 지킨다. 여름이면 연꽃이 흐드러지고 겨울이면 눈꽃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 강물을 따라 유기농을 일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1975년 팔당댐이 생기면서 멀쩡한 땅을 빼앗겼다. 겨우 하천부지 점용허가를 얻어 새로 농사를 지었다. 30년에 걸친 묵묵한 노동은 세계적 명성의 팔당유기농단지를 일구었다.
권세 높은 자들은 농부들에게 건넬 새해 선물을 음모했다. 4대강 사업이다. 정부는 이곳을 쓸어내고 위락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하천부지 점용허가도 연장되지 않았다. 새해 1월1일부터 농민들은 ‘불법 점유자’가 된다. 1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고 100가구가 삶터를 떠난다. 강을 개발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선전의 뻔뻔함은 두물머리에서 바닥을 드러낸다.
사흘 동안 새벽마다 두물머리를 찾았으나 아침 해를 보지 못했다. 해는 제 시각에 맞춰 동녘을 찾아왔겠지만, 안개에 그저 갇혀버렸다. 햇볕 들지 않는 두물머리의 아침은 세밑 내내 어둡고 침침했다. 생기를 그만 잃어버렸다.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58살 핵주먹’ 타이슨 판정패…30살 어린 복서는 고개 숙였다
“어떻게 2년 반을 더”…학부모·해병·교수·노동자 이은 ‘촛불 행렬’
에버랜드가 50년 공들인 ‘비밀’…베일 벗자 펼쳐진 장관 [ESC]
‘10도 뚝’ 찬바람 부는 일요일…다음주 서울은 영하 추위
비 맞아도 “윤석열 퇴진”…시민 열기 가득 찬 광화문 [포토]
[영상] 광화문 선 이재명 “난 죽지 않는다”…촛불 든 시민들, 이름 연호
130쪽 이재명 판결문…법원, ‘백현동 발언’ 당선 목적· 고의성 인정
‘트럼프 없는 곳으로 도피?’…4억이면 4년 동안 크루즈 여행
러시아, 중국 에어쇼에서 스텔스 전투기 첫 수출 계약
‘정년이’ 김태리 출두요…여성국극, 왜 짧게 흥하고 망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