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까지 몸을 밀치며 질문 공세를 퍼붓던 기자들은 물리쳤다. 하지만 유리창에 비친 그의 표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서울구치소로 출발하기 직전 몇 초 동안,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집에 두고 온 가족? 동생에 대한 미안함? 구치소 생활에 대한 불안감? 무표정한 듯하면서도 왠지 모를 침통함이 느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66)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66)씨가 구속됐다.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동창인 정화삼(62·구속)씨 형제와 공모해 당시 세종증권 대주주였던 홍기옥(59·구속)씨로부터 30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다. 처음 로비 의혹 관련 보도가 나오자 “내 이름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그였다. 하지만 12월4일 밤 서울구치소로 향하기 직전 그는 “부분적으로 인정한 (혐의) 부분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도 그가 최고권력자의 형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들겠다”던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이 줄줄이 구속되더니, 이번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부르짖던 전직 대통령의 형이 구속됐다. 우리나라는 언제쯤이면 말과 실제가 괴리되는 이런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건평씨를 바라보는 국민들도 그 못지않게 참담할 듯하다.
사진 김명진 기자 한겨레 사진팀 littleprince@hani.co.kr·글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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