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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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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등록 2013-04-19 20:44 수정 2020-05-03 04:27
기존 농성장이 철거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12일 새벽 서울 중구 태평로 대한문 앞에서 임시로 비닐을 덮고 노숙투쟁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기존 농성장이 철거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12일 새벽 서울 중구 태평로 대한문 앞에서 임시로 비닐을 덮고 노숙투쟁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한민국의 대표적 문화재인 덕수궁 돌담길 앞 인도에 뜬금없는 화단이 생겼다. 식목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월4일 서울시 중구청은 수백 명의 직원을 동원해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철거한 뒤, 흙 40t을 쏟아붓고 묘목과 꽃을 심었다. 화단을 너무 사랑해서였을까. 중구청은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둘레에 울타리까지 설치했다. 경찰은 중구청의 애정에 화답하듯 화단에 들어가려는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했고 병력을 동원해 24시간 경계를 서고 있다.

쌍용차 정리해고 뒤 24명이 사망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제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1년 넘게 대한문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중구청은 24명의 목숨보다 화단이 더 소중한가보다. 안치환의 노래 가 듣고 싶어진다.

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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