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홍준표 의원</font>
▣ 글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홍준표 의원이 5월27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후보 등록 시점에 임박해 막차를 탔다. 경선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홍 의원은 표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레드오션’에 뛰어든 셈이다. 그래서 당선 가능성보다는 왜 출마하는지, 출마할 경우 누구 표를 잠식할 것인지, 2강(박근혜·이명박) 2약(고진화·원희룡)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지 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이 양쪽 캠프에서 줄곧 영입 제의를 받아왔던 그는 상대적으로 이 전 시장 쪽과 가까웠던 탓에 이명박 캠프 쪽에서 험한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홍 의원은 “이 시장이 서울시장 경선 당시 오세훈 후보를 지원했을 때 나는 그의 정치적 선택을 존중했다”며 “서로 한 번씩 배신하는 거 아니냐는데 그런 거 없다. 나의 정치적 선택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5월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난 재산·병역·세금·여자 문제 깨끗해”
<font color="#216B9C">언제 출마를 결심했나.</font>
=올 1월 중순에 양쪽 캠프에는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직접 나서 도전하는 문제를 넉 달 동안 고민해왔다.
<font color="#216B9C">4·26 재·보궐 선거 이후 홍 의원은 강재섭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고, 경선 규칙을 둘러싸고 분당 위기까지 거론될 때 ‘홍준표 중재안’을 내기도 했다. ‘선수’로 뛸지 고민하면서 심판 역할을 한 거 아닌가.</font>
=재보선 참패 전부터 한나라당 7대 혁신론을 제기했다. 혁신은 본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조건이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면 비대위에 참여해 당의 쇄신에 주력했을 것이다. 구태를 벗고 깨끗한 정당으로, 역동성이 있는 당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경선 출마도 하지 않았겠지. 경선 룰이 원칙을 벗어나는데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은 경선 룰을 만든 사람으로서 직무유기다. 나의 출마 여부와 상관없다. 어떤 룰을 만든다고 내게 유리하겠나.
<font color="#216B9C">최종 결심을 하기 전에 여러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변화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낮지 않은가. 경선 출마가 갖는 정치적 득실도 고려했을 것 같은데.</font>
=생각은 복잡하게 해도 결심은 단순하게 한다. 검사에서 국회의원까지 공직생활만 25년을 했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17대 의원 때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해왔다. 민주화시대에서 통일시대로 가기 전에 한국을 개조해야 한다. 부자 나라, 부자 국민, 1등 국가로 가야 한다.
<font color="#216B9C">유력한 대선 주자 2명이 모두 한나라당이다. 홍 의원의 한국개조론을 실현할 수 있는 후보를 지원할 수도 있지 않나.</font>
=박근혜·이명박 두 후보 모두 훌륭하지만 모자라는 부분도 있다. 박 대표는 유신시대 문제를 본인이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 시장은 개발시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명박 배신? “정치적 선택일 뿐”
<font color="#216B9C">두 후보에 비해 홍 의원의 강점은 뭔가.</font>
=나의 최대 강점은 검증당할 게 없다는 것이다. 정책, 도덕성 면에서 두 분보다 자신 있다. 재산·병역·세금·여자 문제 다 깨끗하다. 1차 목표는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지만 부차적인 내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 경선이 치열해야 본선 경쟁력이 높아진다.
<font color="#216B9C">1차 목표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 보니 이른바 ‘홍준표 효과’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다. 경선 승리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된다고 보나.</font>
=가능성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당원과 국민이 내가 제시한 한국 사회의 나갈 방향에 동의하면 결과가 좋을 수도 있다. 2002년 노무현 후보도 2.3%에서 출발했다. 한나라당이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고, 특히 이번 경선 룰은 역전 드라마가 나오기 힘든 구조인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양쪽 진영의 대립이 1년을 넘었다. 국민은 식상해하고 당원들은 걱정을 한다. 정책토론과 검증 과정에서 변화할 수도 있다.
<font color="#216B9C">박근혜·이명박 후보 중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는 것보다는 경선 이후 이기는 편을 선택하려는 줄타기라거나, 차차기를 노리고 ‘장이 선 김에 자기 장사를 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font>
=등록금이 얼마인가. 2002년에 2억원이었으니 이번엔 3억원 정도 될 거라고 한다. 돌려주지도 않는다. 내 얼굴은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 홍준표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그런 생각이면 그 좋은 휴가철에 놀러다니지.
<font color="#216B9C">뒤늦게 뛰어들었으니 누구 표를 빼앗아와야 하는데 주변에 도와줄 사람들은 있나.</font>
=이미 줄 설 사람은 다 섰다. 나는 그럴 능력도 없고…. 서울시장 경선 때도 밑바닥 표를 훑었지 지구당위원장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하지 않았다. 텔레비전 토론과 당원 연설에 주력하겠다. 20대에서 50대 초반 유권자를 집중 공략할 생각이다. 내가 이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어떻게 검증하는지 지켜봐라. 박 대표의 경제·대북 분야도 검증이 필요하다.
<font color="#216B9C">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대국민 사기극인가.</font>
=에이, 나는 그런 식으로는 안 하지. 그건 인신공격이고. 일정하지 않은 강수량 때문에 식수·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공약이다. 강을 거대한 호수로 만들자는 건데, 왜 배를 산으로 보내려 하는지 모르겠다.
<font color="#216B9C">이명박 캠프에서 홍 의원에 대한 기대가 컸나보다. 출마 소식에 험한 소리가 많이 나오던데.</font>
=출마 결심 전에 가장 큰 고민이 ‘이 선배’와의 인간적 관계였다. 10년 인연이다. 선거법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때 사실상 내가 변호했다. 경선에서 예방주사를 맞아야 면역이 생긴다. 권력은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힘을 키워서 빼앗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상호 배신 아니냐는 얘기도 하는 모양이다. 2002년 서울시장 경선 때 이 시장이 오세훈 후보를 지원해 이번엔 내가 배신한 거 아니냐고 하는데, 난 그때도 배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선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오세훈 카드가 유리하다고 봤을 테고 정치적 선택으로 존중했다. 내가 독자 출마를 결심한 것도 홍준표의 정치적 선택일 뿐이다.
“경선에 역동성을 불어넣으려 한다”
<font color="#216B9C">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다. 경선이 본격화되면 상위위원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나. 배수진을 치려면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font>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환노위의 법안은 대부분 처리했다. 6월 국회에서는 할 일이 없고, 7·8월은 휴지기 아닌가. 경선에 아무 장애가 되지 않는다. 9월 정기국회에 일이 있을 테니 한나라당을 위해서도 현직을 유지하는 게 좋다. 당직과 국회직은 별개다.
<font color="#216B9C">캠프는 언제 꾸리나.</font>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몇 분 있는데 소규모로 꾸릴 생각이다. 그냥 의원회관을 쓰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의원들 줄 세우고 당원·대의원들과 악수하러 다니는 식의 선거운동을 할 생각은 없다. 지루한 경선이 되지 않도록 내가 역동성을 불어넣으려 한다.
<font color="#216B9C">선두주자를 따라잡을 전략이 있나.</font>
=그동안 정책에 주력해왔다. 내가 주도한 국적법과 재외동포법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도덕적 책무)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반값 아파트 법안은 발의가 돼 있고, 조만간 성인 1인1주택, 토지소유상한제 등을 정리해서 내놓을 것이다. 그러면 불로소득이 없어진다. 한나라당 지지층이면서 서민인 사람들은 홍준표를 달리 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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