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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드 코로나’ 성공에 세계 경제 ‘허리띠’가 달렸다

한국 경기 둔화하는데 미국 따라 2023년 금리 인상 저울경기침체와 고물가·고금리 고통에 소비지출 심리 약화
등록 2022-12-14 11:11 수정 2022-12-15 09:01
2022년 12월6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 모습. 연합뉴스

2022년 12월6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 모습. 연합뉴스

직장인 이아무개(44)씨는 보유하던 주식 500만원어치를 최근 정리했다. 수익이 거의 없는 상태지만 마이너스통장(마통) 이자 부담이 부쩍 늘자 미련 없이 남은 돈을 청산해 마이너스통장에 채워넣기로 했다. 2년 전 연 3%로 시작한 대출이자는 2023년 1월부터 6.5%를 적용받는다. 이씨는 “주가가 언제 오를지도 모르겠고 계속 주식 앱을 들여다보는 것도 지쳤다. 생활비도 점점 빠듯해지는데 매달 20만원 정도 나가는 마통 이자라도 조금 줄이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 압박이 계속되면서 시민들의 경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고통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2023년에도 물가는 쉽게 내려가지 않고 대출이 있는 사람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동반 둔화해 불황의 터널 입구에 진입하기 직전 모습이 나타난다.

국민소득 두 분기 연속 하락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보다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분기(0.6%)와 2분기(0.7%) 상승률에 견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4분기(10~12월)는 수출과 내수 부진이 심해지면서 성장률이 마이너스에 진입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통상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침체’ 신호로 받아들인다.

국민소득도 줄고 있다.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보다 0.7% 감소했다. 2분기(-1.3%)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하락세다. 수출 가격에 견줘 수입 가격이 많이 올라 3분기 무역 손익만 35조7천억원 적자를 본 게 큰 이유다. 물가가 오른 만큼 소득이 받쳐주지 못하자 사람들이 저축해놓은 돈을 빼쓰느라 3분기 저축률(32.7%)도 전 분기보다 1.4%포인트 내려갔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소비도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9·10월 연속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감소했다. 10월 기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는 3.1% 늘었지만 승용차 같은 내구재 소비는 4.3% 감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2월5일 보고서에서 “일회성 소비인 비내구재 소비는 늘었지만 향후 소비 방향성에 영향을 주는 내구재 소비가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6.3%(전년 동월 대비)로 정점을 찍은 이후 8월부터 11월까지 넉 달 연속 5%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에도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기·가스 요금 등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5% 수준의 높은 오름세가 2023년 초까지 지속될 것”(11월24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7~8%에 이르는 물가상승률을 잠재우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지만, 아직 경기가 꺾인다는 확실한 신호가 나오지 않았다. 미국의 성장률은 2022년 1분기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3분기에는 오히려 2.9% 증가했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구직자보다 노동력을 찾는 기업의 수요가 더 많다. 11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년 동월 대비 26만3천 개 늘어, 시장 전망치(20만 개)를 크게 웃돌았다. 임금 역시 5.1% 올라 시장예상치(4.6%)보다 높았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금리예측 도구인 페드워치는 기준금리가 2023년 2월 5%를 돌파해 그해 11월까지 10개월간 5% 이상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연 3.25%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한국은행은 미국과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게 신경 쓰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11월30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금리 인상을 연 3.5% 안팎에서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 금리와 미국 금리 격차가 너무 크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 56% “내년에 소비 줄인다”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자 가계는 ‘지출 단속’에 나선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2023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6.2%가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소득계층별로는 1분위(소득 하위 20%)가 6.5%로 가장 많이 줄이겠다고 답했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지출 감소 정도는 줄어드는데, 바로 위 계층인 2분위(소득 하위 20~40%)는 -3.1%, 3분위(소득 하위 40~60%)는 -2%, 4분위(소득 상위 20~40%)는 -0.8%였다. 소득이 가장 높은 상위 20%(5분위)만 소비를 0.8% 늘리겠다고 답했다.

소비지출을 축소하겠다고 응답한 사람 562명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43.9%가 ‘물가 상승’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실직, 소득 감소 우려’(13.5%), ‘세금·공과금 부담’(10.4%), ‘채무 상환 부담’(10.3%) 순이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의 영향은 2023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7%로 예측한 기존 전망치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2월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적인 영향과 유럽·중국·미국의 동반 경기 둔화로 내년 세계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둔화가 특히 우려스럽다. 세계 경제성장의 35~40%는 중국에서 비롯됐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2023년도 그렇지 않다. 상황이 어두워졌다”고 말했다.

“상황이 어두워졌다”

우리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출 전망도 나쁘다. 이미 2022년 들어 11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426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11월 들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주력 수출품목인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 수지를 악화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월7일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 부진이 가시화된 가운데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중국이 코로나19 봉쇄정책을 풀기로 했지만 아직 중국 내 백신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할지, 감염병이 너무 확산해 경제가 더 안 좋아질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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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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