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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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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자동차 충전 좀 하고 떠나자고~

현대차, 외부에서 배터리 충전 가능한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승기… 오르막 가속 등 주행 성능은 만족스럽지만 비싼 값이 문제
등록 2015-08-28 16:35 수정 2020-05-03 04:28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자동차 제조회사가 새 자동차 모델을 개발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수년 동안 어느 방향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느냐가 향후 그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오랜 시간 개발한 자동차가 시장의 변화와 어긋나면 소비자로부터 금방 외면당한다.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했던 블랙베리 등이 아이폰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순식간에 쇠퇴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시장이 될까. 자동차 회사는 고효율 내연기관(가솔린·디젤)보다 전기차를 만드는 데 더 집중해야 할까.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서울 마포의 공영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앞에 주차했다. 전기차 충전소는 공영주차장 또는 대형마트 주차장 등에 설치되고 있다. 이완 기자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서울 마포의 공영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앞에 주차했다. 전기차 충전소는 공영주차장 또는 대형마트 주차장 등에 설치되고 있다. 이완 기자

자동차,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전기차 시장은 2011년 닛산 리프 등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인 GM 볼트의 본격적인 출시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3년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폴크스바겐과 BMW 등은 전기차에 집중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자동차시장조사기관 IHS는 전기차 판매 대수가 2014년 15만 대 수준이지만 2020년에는 139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시장으로의 변화를 항상 주목하고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시장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석윳값이 지난해부터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료를 부담한다는 전기차에 대한 매력이 감소했다. 또 여전히 비싼 전기차 가격은 소비자가 이를 선택하는 데 머뭇거리게 만든다. 운행에 필수적인 전기 충전소도 주유소만큼 길에 널려 있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동차 업체들이 중간 단계로 내놓은 것이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둘 다 장착한 자동차다. 자동차는 기름을 넣어 가솔린·디젤 엔진을 사용할 때 바퀴를 굴리는 힘 외에는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버려지는데,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이를 버리지 않고 모을 수 있다. 남거나 버려지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배터리에 저장한 뒤 저속 구간에서는 내연기관 대신 전기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방식으로 기름을 절약하는 것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여기에 전기차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방식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쓰되 전기 플러그를 꽂아 외부에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즉, 집이나 공공장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면 가솔린·디젤 엔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기의 힘으로 일정 구간을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가진 이런 장점이 앞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얼마나 환영받을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실제 차를 시승해봤다. 시승 차량은 현대자동차가 올해 8월 처음으로 내놓은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다. 8월17일부터 21일까지 시승했다. 이 차는 출시 뒤 공식 시승 행사를 하지 않아 언론에도 노출된 적이 거의 없다.

먼저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구동 방식을 설명하자면, 먼저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 힘으로 바퀴를 굴린다. 전기 플러그를 차와 연결해 배터리를 전부 충전하면 44km 거리를 갈 수 있다고 현대차는 설명한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모두 쓰면 차는 연료통에 있는 기름을 쓰는 일반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된다. 일반 하이브리드 모드로 쓰다가 다시 전기 충전소에 가서 충전하면 44km를 갈 수 있는 배터리가 채워진다. 주유소 대신 충전소에 가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충전기를 꽂은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충전기를 꽂은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근거리 출퇴근에 적합한 전기차 모드

출퇴근길에 주로 이 자동차를 사용했다. 서울에서 출퇴근길은 빠르게 달리기보다 교통 정체와 싸워야 하는 길이다. 속도를 높일 수 없다보니 전기차 모드로 주로 달렸다. 전기차 모드로 달려도 가속하거나 감속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전기모터 특유의 ‘윙’ 소리만 나기 때문에 실내는 무척 조용하다.

막히지 않는 길에서는 힘껏 가속페달을 밟아보기도 했는데 속도가 잘 올라가지 않는 ‘가속 스트레스’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르막길에서도 쉽게 시속 100km 수준의 속도에 다다랐다.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엔진 출력은 156마력, 최대토크는 19.3kg·m이다. 함께 장착된 전기모터의 출력은 68마력, 최대토크는 20.9kg·m이다. 최대토크는 엔진의 회전력이 가장 강할 때의 힘을 말한다. 경쟁 차종인 포드 퓨전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경우 엔진 출력은 143마력, 최대토크는 17.8kg·m이다.

집에서 회사까지의 거리는 편도 24~25km 수준이다. 집까지 왕복하는 50km는 차의 배터리로만 갈 수 없는 거리였다. 충전된 배터리를 다 쓴 뒤에는 하이브리드 모드로 출퇴근길을 오갔다. 나흘 동안 탔는데 연료량은 운전석 표시 기준으로 두 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는 17.2km/ℓ다. 타는 기간 동안 공인연비까지는 나오진 않았지만, 기름으로만 가는 쏘나타 가솔린 모델(12~12.6km/ℓ)보다는 연비가 높았다.

현대차는 이 점을 적극 홍보한다. “일상생활엔 전기차, 주말엔 하이브리드”로 이용하라는 것이다. 단거리인 출퇴근길에는 배터리 힘으로 자동차를 타고, 주말에 장거리를 여행할 때는 하이브리드로 주행하면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를 한 번 충전하는 데 드는 전기료는 1천원도 채 되지 않는다고 현대차는 설명한다. 이렇게 탄다면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차와 견줘도 1년에 약 73만원의 기름값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년에 약 2만km를 달릴 경우 기준이다.

물론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가 대중화되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있다. 자동차에 대용량 배터리를 집어넣고 전기 충전 장비를 장착하다보니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일반 하이브리드 차보다도 1천만원가량 비싸다. 또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아직 많지 않다. 어느 도로를 가건 만날 수 있는 주유소와 달리 전기차 충전소는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현대차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가 가솔린 자동차나 일반 하이브리드 차보다 연비가 더 좋을 뿐 아니라, 정부로부터 보조금(친환경차)을 받는다면 가격경쟁력도 가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배터리 값 떨어지면 가격경쟁력 높아질 듯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의 가격이 10년 안에 빠르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이 낸 ‘수소연료전지차 진입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에 시너지 효과 기대’ 보고서를 보면, 휘발유차의 경우는 연비 규제 탓에 2025년 대당 2천달러 이상 추가 비용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의 경우 배터리의 가격이 계속 떨어져 휘발유차와 가격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충전소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4월 에너지사업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3년간 전국적으로 총 575기의 급속 충전기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i3 등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BMW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장에 나서고 있다.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당장의 판매량이 중요한 차는 아니다. 충전 인프라가 보급된 뒤엔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넓은 실내 공간을 가진 중형 세단의 장점과 함께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자동차로 평가될 수 있다. 그 이전엔 현대차가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기술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될 자동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보다 앞서 미래의 자동차를 타고 싶은 소비자에게도 이 차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  강병선  책임연구원  인터뷰


연료값,  가솔린  견줘  6분의  1  수준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강병선 책임연구원은 “밖에서도 인정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차를 내보낼 수 있는) 품질 요건이 상당히 높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현대차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선을 의식한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강병선 책임연구원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이미 출시한) 하이브리드에서 변형된 차여서 자신 있게 덤벼봤는데, 회사의 품질 요구 수준이 지금 양산되는 가솔린 쏘나타만큼 높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현대차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모델이지만 가솔린엔진을 단 쏘나타만큼 잘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을 맡은 강 연구원을 8월19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차이는 무엇인가.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더한 차다. 내연기관(가솔린·디젤)은 연료 효율이 많이 떨어지는데, 손실되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저속구간에서 전기모터를 돌리는 데 쓰면 연료량을 아끼는 효과가 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이런 하이브리드에 외부에서 충전할 수 있는 기능까지 붙인 차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견줘 갖는 장점은 뭔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외부 전기로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름값보다 더 싼 전기료를 들여서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배터리를 모두 채운 상태에서 운전하면 44km를 갈 수 있다. 배터리를 모두 채우는 데 전기료는 1천원이 넘지 않는다. (연비가 11km/ℓ인 차의 경우 44km를 가는 데 드는 기름값(ℓ당 1500원 기준)은 6천원 정도다.)
집에서 충전할 수도 있나.
가정용 플러그가 있는 충전기도 판다. 집에 있는 220V 콘센트에 꽂으면 된다. 집에서 충전하는 데 드는 시간은 충전소보다 더 길다. 내 경험상 5시간 정도 걸렸다.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다른 업체의 하이브리드보다 뛰어난 점은 무엇인가.
미국이 주력 시장인데, 미국에서 팔리는 다른 경쟁차에 견줘 전기차 모드(배터리로만 달리는)로 갈 수 있는 주행 범위(44km)가 넓다. 근거리 출퇴근자에게 적합하다.
현대차에서 내놓은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회사가 크다보니 한 차종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부서가 모이기는 힘들다. 이번에는 자기 업무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나도 싼타페나 쏘나타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지만, 이번엔 어떻게든 원하는 품질 수준을 맞추기 위해 가족처럼 일한, 오랜만의 차종이 아닌가 싶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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