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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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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인기가도에 올라탄 미니밴

승용차 내수판매 하락에도 스포츠실용차(SUV)·승용미니밴(CDV) 판매 늘어나…
고급화, 적재 공간 확대로 소비자 요구 맞춰
등록 2014-08-09 17:53 수정 2020-05-03 04:27
기아자동차가 지난 5월 9년 만에 새로 내놓은 카니발의 3세대 모델인 ‘올 뉴 카니발’의 모습. 현대·기아차 제공

기아자동차가 지난 5월 9년 만에 새로 내놓은 카니발의 3세대 모델인 ‘올 뉴 카니발’의 모습. 현대·기아차 제공

오토캠핑, 노지캠핑, 글램핑(도구를 갖춰둔 공간에서 하는 캠핑), 미니멀캠핑(최소한의 장비만 가지고 하는 캠핑), 카약캠핑(카약을 타고 이동하며 하는 캠핑)….

캠핑은 쉼없이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캠핑 종류만 봐도 그렇다. 캠핑의 성장은 숫자로도 뒷받침된다. 농협경제연구소가 지난 4월 내놓은 ‘글램핑과 농축산업’ 보고서에는 국내 캠핑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 2013년에는 476만 명 안팎에 도달했을 거라고 내다봤다. 늘어나는 캠핑족만큼 캠핑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은 2008년 이후 국내 캠핑 시장이 연평균 63.5% 성장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캠핑 시장 규모가 5천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했다.

SUV, 자영업자 전용차에서 나들이차로

이제는 캠핑족이 자동차 업계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새 차를 찾는 이들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야외 활동에 걸맞은 차량을 찾는 소비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 자료를 보면, 자동차 내수 판매 가운데 버스·트럭 등을 제외한 승용차의 총판매량은 2010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내수 부진에도 승용차 가운데 스포츠실용차(SUV)와 승용미니밴(CDV 또는 MPV(다목적 자동차))의 판매량은 꾸준히 성장세다. 올해 상반기(1~6월) 승용차의 내수 판매(39만2704대) 가운데 49%를 SUV·CDV가 차지할 정도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금 혜택 등 경제적 이유로 SUV·CDV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캠핑 등 가족 여가 활동에 맞춰 그 판매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완성차 업계도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고급 승용차에 적용하는 차량용 편의장치를 갖춰 ‘자영업자의 승합차’에서 ‘가족용 나들이차’로 이미지를 굳히는 고급화 전략을 내놓거나, 획기적인 적재 공간을 강조해 캠핑족의 마음을 사려 한다.

최근 선보인 신차 가운데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는 대표적인 예는 기아자동차의 ‘올 뉴 카니발’이다. 기아차는 지난 5월 카니발의 3세대 모델인 ‘올 뉴 카니발’을 9년 만에 내놓았다. 1998년부터 시장에 나온 카니발은 지금까지 국내 57만 대, 해외 89만 대 등 모두 146만 대가 팔린 말 그대로 국내의 대표적인 CDV다. 기아차는 신차를 출시하면서 “초고장력 강판과 액티브 후드 시스템 등을 통해 안전성을 높였으며, 내부 공간 개선 등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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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30일부터 사흘 동안 시승을 하며 살펴본 올 뉴 카니발(11인승)의 가장 눈에 띄는 고급화 전략은 세단을 닮은 내부 인테리어와 고급 중형차와 닮은 편의장치였다. 운전석·조수석의 실내 디자인에는 블랙 하이그로시 내장재를 썼고, 차량의 앞뒤·양옆을 카메라로 비춰주는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 방향지시등을 안 켜고 차선을 벗어나면 경보음이 울리는 ‘차선이탈 경보시스템’, 그리고 다른 차량이 뒤에서 빠르게 접근하면 백미러에 경보 표시와 함께 경보음이 울리는 ‘후측방 경보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기아차는 “세계 최초로 4열 시트에 ‘팝업 싱킹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4열 시트가 적재 공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예전 모델과 달리, 줄을 당겨 바닥으로 의자를 집어넣는 방식은 실용적이었다.

고급화 전략 가동한 기아차의 ‘올 뉴 카니발’

기아차의 올 뉴 카니발의 고급화 전략은 앞서 혼다의 대표적 CDV 모델인 ‘오딧세이’가 북미 시장에 진출하면서 적용했던 방식을 닮았다. 1994년 처음 나온 오딧세이는 현재 4세대 모델까지 나온 상태로, 북미 시장에서 기존 CDV와 차별화한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매년 10만 대 이상 꾸준히 팔리고 있다. 지난해에만 모두 12만8987대를 판매해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미니밴이었다. 앞서 혼다코리아는 늘어나는 국내 레저 인구를 겨냥해 지난 2월 안전성을 강화한 8인승 ‘올 뉴 오딧세이’를 국내 시장에 미리 내놓은 바 있다. 도요타의 7인승 CDV인 ‘시에나’도 지난해 국내에서만 526대가 팔리는 등 ‘고급 미니밴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신차를 통한 고급화 마케팅이 어려운 한국GM은 아예 ‘캠핑용 편의장치’를 강화한 모델을 내놓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GM은 올해 초 쉐보레 브랜드의 8인승 CDV 모델인 ‘올란도’와 SUV 모델인 ‘캡티바’의 지붕에 기본으로 ‘루프 유틸리티 바’(Roof Utility Bar)를 장착한 ‘캠퍼 패키지’를 내놓았다. 루프 유틸리티 바에는 루프박스·루프캐리어·스키캐리어 등 야외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장비를 장착할 수 있다.

고급화와 함께 국내 완성차 업계는 차량 적재 공간을 강조해 캠핑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SUV 모델 ‘맥스크루즈’의 경우, 국내 SUV 가운데 가장 넓은 적재 공간을 강조한다. 현대차는 “맥스크루즈는 차의 앞축과 뒤축의 거리가 280cm이고, 3열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국내 SUV 중 최대 수준의 적재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3열 시트를 접지 않아도 넉넉한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 일상생활, 캠핑 등 어떠한 용도에도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내수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현대차의 왜건형 모델인 ‘i40’도 버튼 하나로 뒷좌석 시트를 접을 수 있는 ‘리모트 시트폴딩 시스템’이 있어 적재 공간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현대차는 지난해 ‘그랜드 스타렉스’ 승합차 천장에 캠핑용 천막을 장착하고, 시트를 침대로 활용할 수 있는 4인 가족을 겨냥한 ‘캠핑카’ 모델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 모델에 캠핑용 편의장치 더해 선보이기도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꾸준히 SUV 모델을 생산해온 쌍용자동차는 회사 차원에서 캠핑 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열어 ‘캠핑 전문 완성차 브랜드’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쌍용차의 경우, 9~11인승 CDV 모델인 코란도 투리스모가 지난해 2월 출시 뒤 월평균 900대 이상 팔려 지난해 쌍용차의 판매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캠핑 붐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2012년 초 SUV 모델을 타고 눈 내린 언덕길을 주행하는 체험을 제공하는 ‘코란도 스포츠 스노 드라이빙 스쿨’을 시작으로 맛있는 캠핑, 드라이빙 스쿨, 스노·서머 드라이빙 스쿨 등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현재까지 모두 7차례 열었다. 자동차 업계가 캠핑족에게 보내는 다양한 ‘러브콜’이 앞으로 SUV·CDV의 전성시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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