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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측 대비 소홀하지 않나”

통상임금 범위 두고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지상중계… 노사 양쪽 논리 허점 짚는 양승태 대법원장 등 대법관 예리한 질문
등록 2013-09-08 00:50 수정 2020-05-03 04:27

 지난 9월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통상임금의 범위를 두고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렸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모두 참여하는 대법관 최고 재판부로, 대법관들의 의견이 다수와 소수로 나뉘거나 기존 판례를 변경할 때 열린다. 이날 사건은 자동차 부품회사인 ‘갑을오토텍’ 노동자 295명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법정수당을 돌려달라”며 낸 사건이었다. 통상임금은 각종 법정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임금이다. 통상임금이 오르면 연장·휴일·야근근로 수당 등 각종 초과근로수당이 인상된다. 원심(2심)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정 방청석(180석)은 오후 2시 변론 시작 30분 전에 이미 꽉 찼다. 대법원은 옆 법정을 열어 TV로 중계하고 포털 네이버, 한국정책방송(KTV)에서도 생중계했다. 예정된 시간(2시간)을 넘어 3시간30분 동안이나 노사 양쪽이 팽팽히 맞섰다. 특히 양쪽 논리의 허점을 짚는 대법관들의 예리한 질문이 돋보였다. <한겨레21>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질문과 노사 양쪽의 답변을 지상 중계한다.
 

양승태 대법원장(가운데)과 대법관들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통상임금 소송 관련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가운데)과 대법관들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통상임금 소송 관련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제적 효과 

 양승태 대법원장(이하 양승태) 사용자 쪽은 통상임금 확장으로 엄청난 추가 부담이 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 추이를 보면 당연히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사용자 쪽이 이를 외면하고 대비에 소홀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사용자(피고) 쪽(이하 사 쪽) 경영계는 추가적인 기업 부담을 38조5천억원으로 추정한다. 법원 판결에 따른 이자나 지연손해금을 반영하지 않은 최소 추정치에 불과하다. 사용자가 당연히 부담해야 할 체불임금이라고 노동자 쪽에선 주장하는데, 상여금은 노사 양쪽이 단체협약에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백히 합의했다. 이제 와서 소송을 내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

 

 통상임금 확대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을 두고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정기 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해도 지난 3년치(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와 올해 1년치를 합치면 직접 노동비용이 30조7천억원, 퇴직금·사회보험료 등 간접 노동비용이 7조9천억원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3년치 초과급여만 5조7456억원이라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연차수당 같은 기타수당까지 포함해도 21조9461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양창수 대법관(이하 양창수) 노동자 쪽은 사용자 쪽이 주장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 38조원에 동의하는가.

 노동자 쪽(노 쪽) 과장돼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1조원 정도로 추정했는데, 실제로 소송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4조~5조원 정도로 본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이 부담하는 금액이다. 또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2010년 불법 파견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3년이 지났지만 파견 노동자들이 임금 차액분을 받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양창수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하는가.

 노 쪽 법원칙에 따라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노동시간을 축소하는 선순환 구조가 생겨난다. 야간·휴일근로 탓에 떨어진 생산성을 높이고 신규 노동자가 늘어나는 효과를 얻는다. 60%에 머문 고용률이 높아질 것이다. 장시간 노동이 불러온 산업재해도 줄어든다. 노동부는 산재 피해액이 18조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해마다 18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재로 죽는다. 하루 8명, 3시간에 1명꼴이다.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선 정부가 정책을 펼쳐야 한다. 통상임금 확대로 재계에서 38조원,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1조원이 추가로 든다고 하는데, 그렇게 집행되면 노동자가 그중 15%를 근로소득세로 내놓는다. 추가로 부담하는 사회보험료도 8% 이상이다. 계산해보면 10조원 내지 6조원이다. 이 자금을 정부는, 300조원 이상의 자본금을 쌓아놓은 대기업 말고, 자금난에 봉착한 중소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넘기면 근로기준법에 합치된 임금과 노동시간을 운영할 수 있다.

 양승태 통상임금 확대가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 효과만 낳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사용자 쪽은 어떻게 생각하나.

 사 쪽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미국과 같이 내수시장이 크지 않다. 국가경제의 70%를 무역에 의존한다. 영국이나 일본에서 조사해보면, 서비스업만 조금 나아질 뿐 제조업에선 내수가 증가하지 못한다. 선순환 구조가 된다고 장당할 수 없다. 또 노동시간과 고용이 반드시 대체 관계에 있지 않다. 신규 고용하면 새로운 설비 투자나 교육도 필요한데 이 인건비를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든가 부품을 해외에서 사들일 수밖에 없다. 결국 내수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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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간 노동시간 

 양승태 정규직만 혜택을 입어 임금 격차가 커지고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에선 고용 증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 쪽 통상임금 확대는 임금을 더 받겠다는 문제가 아니라 왜곡된 임금구조를 바로잡는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긴 노동시간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노동자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다를 바 없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초과근로에 대한 대가가 법정임금의 79%밖에 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에는 초과근무수당은 50%를 가산하라고 돼 있는데도 말이다. 초과근무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인 통상임금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하는 탓이다. 결국 노동자의 90%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초과시간 12시간을 넘겨 일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설문조사를 해보니, 통상임금을 확대하면 초과근로가 발생하지 않게 노동시간제를 개편하겠다는 기업이 다수다. 이게 정상적인 방안이다.

 양창수 연장근로·휴일근로가 꼭 근로자에게 불리한가. 근로자가 희망하기도 하지 않는가.

 노 쪽 노동자는 사용자가 임금을 준다고 하면 일을 한다. 법정근로를 하면 시간당 3만원을 받고 야근을 하면 1만5천원밖에 받지 못하더라도 일을 더 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이 필요한 이유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서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8시간 초과근로를 허용하지 않는다.

 양창수 독일이 허용하지 않는 초과근로를 우리는 왜 허용하나.

 노 쪽 근로기준법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노동시간 자체를 직접적으로 규제하지 못하기에 임금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 통상임금이 그것이다. 실질적으로 초과근로에 대한 대가가 높아지면 장시간 노동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노동자는 연평균 2193시간 일한다. OECD 평균인 1749시간을 400시간이나 웃돌고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42시간)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반면 연평균 실질임금은 3만5406달러로 중간 수준이다. 장시간 노동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신규로 채용하는 것보다 기존 노동자에게 초과근무를 시키는 게 더 싸기 때문이다. 많은 임금 항목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50%를 가산하더라도 장기간 노동을 시키는 게 신규 채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여금 등을 감안해 연간 평균하면 법정노동(주 40시간) 대가보다도 연장근로 대가가 낮게 평가되기도 한다. 2012년 11월 서울고법이 한국 제너럴모터스(GM)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며 ‘노동가치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이유다. “만약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기본근로에 대해서는 상여금이 포함되지만 연장근로 등에 대해선 그렇지 않음으로써 연장근로의 시간당 노동가치가 더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노사 합의 

 신영철 대법관(이하 신영철) 통상임금의 범위를 노사 합의로 정해야 한다고 사용자 쪽이 주장한다. 그 필요성도 인정되고 외국에서도 그렇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의 강행 법규성이나 지금까지 판례 법리와는 다른데 그 장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사 쪽 그동안 노사 합의 실태를 보면 단체협약은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논의됐다. 총액을 동결할지, 인상한다면 그 인상률을 어떻게 정할지를 합의했다. 개별 항목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노사 합의에서 중점 사안이 아니었다. 앞으로는 통상임금 합의에서 노사가 유연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근로자가 부담하는 실질적 불이익은 상당히 미약할 것이다.

 신영철 임금이란 노사 자율에 의해 결국은 계약으로 결정된다. 그렇다면 어떤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노사 간 자율에 맡겨서 문제될 게 있나.

 노 쪽 임금이란 노동자의 생활과 생계 수단이다. 이러한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호하려고 근로기준법이 제정됐다. 그 최저기준에 반하는 노사 합의는 무효다. 통상임금도 같은 맥락이다. 법률이 정한 최소한의 기준은 지켜져야 한다. 최저 기준선을 넘는 노사 합의는 당연히 허용되지만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침해하는 수준이면 인정할 수 없다. 그게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이기도 하다.

 양승태 단체협약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선 노동자 쪽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가.

 노 쪽 2012년 대법원 판례가 나올 때까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것이라고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주 40시간으로 1년을 일하면 600%의 상여금을 정기적으로 받는데도 이를 통상임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노동자가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임금구조가 복잡한 것은 노·사·정의 합작품이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사용자가 기본급의 인상률을 낮게 책정하도록 유도해왔다. 경제지표로서 임금인상률인 기본급이 오르면 공적 비용도 커지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각종 명목의 수당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신 임금을 올렸다. 노동자도 맞장구쳤다. 각종 수당은 기본급이 아니기에 소득세법상 비과세가 된다. 세금을 덜 내니까 실질임금이 상승하는 효과가 두드러졌다. 수십 년간의 관행으로 복잡한 임금구조가 뿌리내렸다.

 

 #1개월 기준 

 양창수 통상임금이 1임금 산정 기간(1개월) 내에 지급되는 임금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사 쪽 근로기준법을 보면, 근로자의 생활 보장을 위해 매월 임금을 지급하라는 강행규정이 있다. 이 조항에 주목했다. 통상임금은 통상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이고, 임금은 1개월마다 지급되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연장·휴일수당 등 법정수당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1개월 넘어 지급되는, 상여금 같은 임금을 법정수당의 계산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양창수 상여금을 600% 준다고 하면, 그걸 12로 나눠서 1개월마다 50%씩 주면 통상임금이고, 6개월로 나눠 100%씩 주면 아니라는 얘기인데 논리적으로 합당한가.

 사 쪽: 통상임금의 본질적인 성격에 부합하는지 살펴야 한다. 2~3개월마다 지급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연장근로수당의 계산이 자꾸 바뀔 가능성이 있다. 퇴직이나 휴직 등 근로자의 사정에 따라 상당한 금액이 금액될 수 있다. 이렇게 변동되는 게 통상임금에 포함될 만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징표다.

 

 1개월이 넘어 지급되는 임금이라도 정기적·일류적이면 통상임금이라는 대법원 판결은 1996년 2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매달 지급되는 것은 아니라도 해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명절이나 여름철 휴가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통상임금을 처음 도입한 일본에서는 법률로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임금 명복을 열거하고 1개월이라는 기준을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을 들여왔지만 통상임금에 대한 규정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하지 않고 있다. 노동법 권위자인 김지형 전 대법관(현 지평지성 고문변호사)의 설명이다.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도 임금 지급 기간이 1개월을 넘었다고 무조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당연히 통상임금인데도 이를 제외시키려고 사용자 쪽이 1개월을 넘겨 지급한 것이라면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한다. 오ㆍ남용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양창수 ‘아예 통상임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본급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면 어떤가. 기본급이 시간당 1만5천원이라고 정해져 있으면, 연장·휴일근로 수당은 50%를 가산해 2만2500원으로 하는 식이다. 이게 단순하지 않은가. 사용자 쪽 자료를 보면 통상적 수당이 나오는데 상여금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사 쪽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 지침을 보면, 직책수당이나 직무수당처럼 소정근로(기본근로)의 대가를 통상적 수당이라고 한다. 반면 상여금은 기본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전체 근로의 대가다. 회사에 기여한 것을 모두 종합해서 지급하는 임금으로, 상여금은 통상임금과 성질이 다르다. 통상임금을 계량컵처럼 생각해달라. 이 계량컵에 들어가려면 1일 8시간, 1주 40시간인 기본근로에 대한 대가인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계량컵에 담아놨다가 근로자가 초과근로할 때 그것을 기준으로 150%씩 경제적 보상을 해준다. 상여금은 근로장려, 공로보상, 회사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기에 계량컵에 들어가지 않는다.

 양창수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직무수당에는 근로장려나 공로보상, 기여도, 이런 성질이 없다고 확언할 수 있는가.

 

대법원 “올해 안에는 결론 낼 것” 

 대법관들의 질문이 2시간쯤 이어진 뒤 노사 양쪽은 최후변론하며 공개변론을 마무리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최고 법원으로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법적 쟁점을 신중히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각급 법원에 계류된 통상임금 사건은 160건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하면 같은 사안을 다루는 1·2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올해 안에는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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