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놈이 온다. 우리의 일상을 바꿀 수도 있고, 페이스북·트위터 위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센 놈이 온다.
지난 3월 말 ‘베타테스트’(정식 서비스 시작 전에 사용자의 검증을 받기 위해 평가판을 공개하는 것)에 들어간 ‘카카오톡 PC 버전’(PC카톡)이 애초 제시한 테스트 기간 ‘두 달’이 끝나간다. 서비스를 내놓을 카카오 쪽도 5월 안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PC카톡의 베타테스트는 테스터 1만 명을 모집한다는 공지에 21만 명이 모여들어 경쟁률 21 대 1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어
PC카톡이 주목받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PC 메신저 프로그램 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4월 초 PC 메신저의 원조 격인 MS의 윈도라이브(MSN)메신저가 서비스를 종료한 것이 중요한 계기다. 윈도라이브(MSN)메신저는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해 윈도 운영체제에 기본 프로그램으로 제공된 효과를 톡톡히 보며 전세계적으로 ‘1위 메신저’에 올랐다. 그러나 국내에선 무료 문자메시지 제공과 싸이월드 연동을 앞세운 SK커뮤니케이션의 네이트온에 밀려 2005년께 2위로 내려앉았고, 격차는 날로 벌어졌다. 결국 웬만해선 이용 환경을 바꾸지 않는 보수적 이용층만 남은 상황이었다. MS는 이번에 중단한 윈도라이브(MSN)메신저 기능을 2년 전 인수한 종합인터넷전화·메신저 서비스 스카이프와 통합시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비관적 전망이 많다. 실제 한 설문조사에서는 윈도라이브(MSN) 이용자 가운데 스카이프 통합 메신저로 옮겨가겠다고 답변한 사람이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이 앞으로 다른 서비스를 찾아나설 거란 전망 속에 PC카톡은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컴퓨터 이용 형태가 전반적으로 PC 환경보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환경으로 옮겨간다는 점이다. 메신저 프로그램 이용 인구 자체도 모바일 쪽이 훨씬 많다(표 참조). 모바일과의 접점을 찾지 못하면, 메신저 서비스는 살길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이미 네이트온은 ‘네이트온UC’라는 모바일 서비스를 내놨고, PC·모바일 병용이 가능한 마이피플(다음), 라인(네이버) 등 신규 서비스도 나와 있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메신저 프로그램이라도, 주위에 쓰는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메신저 프로그램의 특성이다. 상대적으로 이용자 수가 적은 서비스들에는 장벽이다. 마이피플이 설치된 스마트폰 이용자들끼리만 마이피플을 쓸 수 있고, 라인이 설치된 스마트폰 이용자들끼리만 라인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이용자 규모로 따지면 카카오톡(사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독보적이다. 심지어 ‘누구나 갖고 있는 앱’이란 인식이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친구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PC카톡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 비단 갈 곳 잃은 윈도라이브(MSN)메신저 이용자뿐 아니라 다른 서비스들도 위협할 거란 전망의 근거다.
이런 근거로 관련 업계에서는 카카오톡이 PC 메신저 시장을 공략하러 나서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대해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 쪽은 부담스러운 눈치다. 카카오 관계자의 말이다. “사용자들로부터 서비스 개선 방안을 접수해봤더니, PC에서도 카카오톡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현재로선 PC 관련 서비스로 진출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메시지를 주고받는 핵심 기능만 떼어서 PC 버전을 만들기로 한 것이 올해 나온 결정이었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더라도 핵심 기능만 담게 될 것이다.”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얘기지만,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감안한 조심스러운 행보로도 읽힌다. 카카오가 실시했다는 ‘사용자 서비스 개선방안 접수’는 2012년 4월부터 시작한 ‘사용자 100개 개선 프로젝트 2.0’을 일컫는다. 사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개선 작업도 병행하는 카카오식 고객만족(CS) 사업으로, 그중 하나가 PC카톡이었던 것이다. ‘2.0’을 시작하기 전엔 ‘사용자 100개 개선 프로젝트 1.0’을 1년 동안 진행했다. ‘1.0’을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서비스가 카카오스토리라는 점은, PC카톡의 앞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카카오스토리처럼 발전 가능성 커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10~40대 대상 설문조사에서,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카카오스토리가 가장 많이 쓰이는 SNS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대가 ‘SNS를 이용한다’고 답변한 이들이 61%로 나타나 10대(35.3%), 30대(35.5%), 40대(16.9%)를 압도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신규 국산 SNS인 카카오스토리의 성장은 괄목할 만했다. 그러나 카카오의 애초 의도는 SNS라기보단 ‘프로필 사진 앨범 서비스’ 수준이었다. 원래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은 1장만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1.0’ 과정에서 프로필 사진을 여러 장 올릴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실제 사용자들의 행태를 보니, 많은 사용자들이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눌러보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프로필 사진만 20여 차례 바꾸는 이용자도 있었다. 카카오는 프로필 사진만 바꿀 수 있도록 기획했다가, 프로그램 용량이 방대해진다는 판단에 방향을 틀어 ‘별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2012년 3월에 출시했다. 애초 계획과 달리 이용자들은 사진만이 아닌 ‘스토리’를 나누는 수단으로 활용했고, 다른 SNS가 범접할 수 없는 카카오톡 이용자 수에 기반해 대표적인 모바일 SNS로 성공을 거뒀다.
당장 테스트 중인 베타 버전은 PC용 메신저 프로그램치고는 타사(네이트온UC, 마이피플, 라인 등)의 상품에 미치지 못한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다. 카카오 쪽도 인정한다. “타사 서비스는 애초부터 PC 버전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지만, 카카오톡은 모바일만 생각한 서비스였다. 인력을 포함한 사내의 각종 자원도 모바일에 집중돼 있다. 현재 베타 버전이 그런 평가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카카오스토리의 경우처럼 PC카톡도, 카카오 쪽이 취하는 신중한 태도와 달리, 애초 의도와 다르게 발전 기회와 확장 가능성은 커 보인다. 기본적으로 이용자 수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를 주도해갈 수도 있다. PC카톡이 카카오스토리와 결합하면, 페이스북·트위터 위주로 인식되던 국내의 SNS 지형을 뒤흔들 가능성도 크다. 국내 최대 PC 메신저 네이트온도 국내 최대 SNS 싸이월드와 결합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전례가 있다. 국내 모바일 앱 시장의 매출 상위권을 ‘애니팡’ 같은 카카오톡 연계형 ‘소셜 게임’이 모두 차지할 만큼, 카카오톡이 게임시장의 생태계를 주도한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PC카톡을 기반으로 PC게임 시장의 문도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3년여 지나 센 놈 된 카카오톡“여러 명의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는 모바일 그룹채팅은 처음 시도된 것이란 게 회사의 설명이다.” 2010년 3월 카카오톡이 처음 출시됐을 때 의 소개 기사처럼, 회사의 설명 없이는 이게 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3년여가 지나 카카오톡은 센 놈이 됐다. 격세지감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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