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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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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싱글족의 봄, 쿠페와 해치백이 손짓하네

신소비층 싱글·딩크족 겨냥한 신차 출시 잇따라… 포르테 쿱, 아반떼 쿠페 등 실용성 앞세워 돌풍 예고
등록 2013-04-26 21:52 수정 2020-05-03 04:27

‘연 50조원 시장의 싱글족을 잡아라.’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부상하는 1인 가구의 4대 소비 트렌드’의 결론이다. 기업들이 4가구 중 1가구로 비중(2011년 기준)이 커진 1인 가구를 공략해야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새로운 주력 소비층을 사로잡을 열쇳말로 크기는 줄이되 성능은 유지하는 ‘소형’,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효율’, 신체적 안전과 정서적 안정을 도와주는 ‘안전’, 자기 가치 제고와 여가 향유의 ‘나’를 제시했다. 보고서의 결론처럼 기업들은 거대 소비 계층으로 떠오른 싱글족의 욕구를 뒤흔들 만한 개성 넘치는 상품과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스타일·주행성능·실용성을 골고루 원하는 싱글족들을 겨냥해 쿠페와 해치백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 위 기아자동차의 포르테 쿱부터 시계방향으로 폴크스바겐의 폴로, 현대자동차 i30, 한국지엠의 쉐보레 크루즈5.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스타일·주행성능·실용성을 골고루 원하는 싱글족들을 겨냥해 쿠페와 해치백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 위 기아자동차의 포르테 쿱부터 시계방향으로 폴크스바겐의 폴로, 현대자동차 i30, 한국지엠의 쉐보레 크루즈5.

소형·효율·안전·나… 4대 소비 트렌드

자동차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싱글족이나 자녀가 없는 20~30대 커플을 타깃으로 한 모델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소비 여력이 큰 40~50대가 주요 고객이긴 하지만 소비 욕구가 큰 젊은 층을 파고들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자동차 회사들이 싱글족이나 자녀 없는 커플에 맞춰 내놓는 자동차는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준중형급(통상 배기량 1500~1900cc)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준중형급 세단(2열의 좌석이 있어 4~5명이 탈 수 있는 일반적인 승용차) 신차를 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차별화된 디자인 콘셉트와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겸비한 세단의 파생 모델들을 내놓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수천억원의 막대한 신차 개발 비용을 아끼면서 젊은 층의 다양한 소비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강동완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국내 자동차 시장은 주요 고객인 40~50대가 선호하는 세단이나 스포츠실용차(SUV)과 같은 ‘패밀리카’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싱글이나 자녀 없는 부부가 늘면서 다양한 형태의 모델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 자동차회사들도 지금껏 자동차를 덜 샀던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이들의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주목받는 모델은 ‘쿠페’다. 쿠페형 자동차는 자동차 후면 라인이 날렵하게 떨어지는 스포츠카 스타일의 차를 뜻한다. 공기저항을 줄이려다보니 뒷좌석이 없거나 있더라도 공간을 작게 만드는 2도어 형태가 대부분이다. 쿠페는 달리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춘 덕에 20~30대에는 매력적이지만, 비싼 가격 탓에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층에는 ‘넘사벽’이었다. 지금껏 국내에 출시된 쿠페는 가격대가 주로 수억원에 이르는 고급 수입차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쿠페의 대중화를 목표로 기아자동차가 2천만원대 준중형급인 포르테 쿱을 2009년(출시 때부터 지난 3월 말까지 누적 판매량 1만9300대)에, 현대자동차가 벨로스터(1만6504대)를 2011년에 내놓기는 했지만 젊은 층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가격을 낮춰도 까다로운 싱글족들은 국산 2·3도어 쿠페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 탓이다.

저렴해도 SUV급 실용성 갖춘 해치백

그런데 현대차가 지난 4월2일 ‘국민차’로 불리는 아반떼의 명성을 앞세워 ‘아반떼 쿠페’를 출시해, 다시 한번 싱글족 공략에 나섰다. 기존 준중형급인 세단형 아반떼에 중형급에 달리던 누우 2.0 GDi 엔진을 얹어 주행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가격(1645만~1995만원)은 기존 아반떼(1365만~1955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역동적 주행이 가능한 2도어의 쿠페이긴 하지만 뒷좌석을 세단처럼 여유 있게 만들어 쿠페와 세단의 장점을 골고루 갖춘 게 강점이다. 여기에 기아차도 조만간 준중형급 ‘K3’의 쿠페 모델 출시를 준비하며 경쟁에 뛰어들 계획을 하고 있다. 직장인 강현철(32)씨는 “스포티한 차를 좋아하는데 4년 전에 취업하면서 중고로 2002년식 투스카니를 400만원에 구입했다. 이제 돈이 조금 모이니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국산 쿠페가 어떤 게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다. 당분간은 결혼 계획이 없고,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때까지는 적어도 3~4년은 걸리므로 쿠페를 사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치백은 이미 2~3년 전부터 싱글족과 자녀 없는 커플들 사이에서 잔잔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모델은 트렁크가 없는 대신 문이 달려 있다. 트렁크 공간이 없지만 뒷좌석을 접고 짐을 넣을 수 있는 실용성 덕분에 실속파 젊은 층이 선호한다. 차량 자체가 가벼운데다 코너링에서도 뒷부분에 무게가 쏠리지 않아 힘있는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젊은 층을 매료시키는 포인트다. 직장인 김혜연(31)씨가 해치백에 빠진 싱글족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2011년 현대차 ‘i30’를 샀다. 막 캠핑족에 합류해 주말마다 캠핑을 떠나는 터라 짐칸이 넉넉하면서도 주행이 시원한 차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국산 스포츠실용차(SUV)를 살까 했다. 그런데 가격이 3천만원대라 부담이 컸다. 그래서 해치백으로 최종 결정했는데 만족스럽다. 지금도 싱글 여성이 해치백을 탄다면 갸웃거리는 지인들도 있지만 난 독특해서 좋기만 하다”고 말했다.

958호 경제

958호 경제

실제 현대차 i30는 2007년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10만대 이상 팔렸다. 특히 2011년에 나온 신형 i30는 유럽형 프리미엄 해치백을 내걸고 기존 사양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젊은 층에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실용성 높은 해치백 차체에 연비와 출력을 겸비한 디젤 모델이 인기다. 동급에서 처음으로 장착된 7개의 에어백과 전자 파킹 브레이크 등 각종 편의 사양은 덤이다. 2011년 출시된 한국지엠의 준중형 ‘쉐보레 크루즈5’(3575대)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젊은 층에게 호평받고 있다. 스스로 섹시한 뒤태를 강조해왔듯, 후드에서 트렁크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는 아치형 루프 라인으로 안정감·볼륨감·역동성을 한 번에 잡은 게 강점이다. 최신 전자식 주행안전제어장치를 달아 가속·제동·코너링에서 차량을 안전하게 제어한다.

폴크스바겐 ‘폴로’로 국내 시장 노크

4월 말부터는 준중형 해치백 시장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해치백의 강자인 폴크스바겐이 소형 콤팩트 해치백인 ‘폴로’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폴로는 지난 38년간 전세계적으로 2900만 대 넘게 팔린 ‘골프’의 디자인과 실용성에 더해 뛰어난 연비(18.3km/ℓ)를 자랑한다. 게다가 가격이 2500만원 안팎으로 책정돼, 국내 준중형 해치백들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완성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내 맘에 쏙 드는 차를 고르려면 이젠 싱글족들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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