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길(62·가명)씨의 집은 곧 압류된다. 거리에 나앉게 된 그의 심정은 오히려 자포자기에 가깝다. 2년 넘게 사채업자와 줄다리기하는 동안 그의 몸과 영혼은 소진했다. 일수를 끌어다 쓴 것이 화근이었다. 2009년 2월, 그가 운영하는 식당은 돈벌이가 되지 못했다.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 급한 김에 일수로 800만원을 빌렸다. 빚은 늪과 같았다.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박씨의 상황이 어려워지자, 사채업자들은 다른 사채업자의 돈을 빌리도록 종용했다. 그렇게 사채업자를 갈아탈 때마다 빚은 불어났다. 추심업자들이 가게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극심한 압박감도 함께 왔다. 돈을 받으러 온 사람들의 행패가 시작됐다. 가게의 테이블을 엎는 등 태도가 거칠어졌다. 당시 박씨의 20대 아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집안 형편이 기울자 아들의 병도 심해졌다. 아버지는 아들을 지켜주기에 무력했다. 2010년 초, 아들은 자신의 방에서 약을 먹었다.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는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채업자를 경찰에 신고했다. 사채업자는 미등록업자였다. 빚 독촉이 잠시 주춤했다. 그런데 경찰에서 반응이 없었다. 경찰서에 연락했지만 경찰은 “사채업자를 불렀지만 오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번에는 거꾸로 사채업자들이 박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물론 돈을 갚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에게 다른 해결책은 없어 보였다. 희망도 함께 사라졌다.
하루 200통의 전화에 시달린 채무자
우미경(26·가명)씨는 달마다 이자만 100만원씩 내고 있다. 서울 서부 지역에 사는 그는 2008년 말 회사를 접고 한국방송통신대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을 가지 않은 그는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가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싶은 꿈도 있었다. 문제는 그해 생겼다.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았다. 병원비가 많이 들었다. 수입은 끊겼는데 지출이 늘었다. 집의 유일한 재산인 작은 빌라를 팔 수는 없었다. 급한 김에 카드론을 쓰기 시작했다. 빚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오히려 빚은 빚을 낳고, 낳고, 또 낳았다. 어쩔 수 없이 집을 담보 잡아 대출을 하기로 했다. 이자율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했다. 카드론 때문에 낮아진 우씨의 신용등급이 문제였다. 게다가 우씨는 직업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대부업체를 찾았다. 이자가 높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 와중에 우씨는 꿈을 접었다. 작은 회사의 경리로 다시 일자리를 얻었다. 그 사이에도 빚은 8천만원까지 늘었다. 원금을 갚으려면 1억원 남짓한 빌라를 내놓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생활비와 병원비에 더한 대부업체의 높은 이자는 20대 우씨의 어깨를 내리누르고 있다.
양미선(35·가명)씨는 지난해부터 아예 ‘잠수 중’이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그는 공식적·사적 관계망에서 사라졌다. 그의 사연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그는 남편과 갈라섰다. 자립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대부업체 두 군데에서 200만원과 300만원을 빌렸다. 빚은 빚을 불렀다. 불어난 빚을 막으려 돈을 빌리고, 빌리고, 또 빌렸다. 지난 2~3년 사이 돌려막기를 반복하는 동안 빚은 3천만원에 다가섰다. 보험설계사 수입으로는 불어나는 빚을 막기 힘들었다. 그가 돈을 빌린 곳만 등록 대부업체 3곳과 일수업체 40곳이었다.
사채업자들이 그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그의 월급 통장은 아예 채권 추심자의 손에 넘어갔다. 휴대전화는 쉬지 않고 울렸다. 하루에 전화만 200통 넘게 왔다. 문자는 2~3분에 한 번씩 왔다. 때를 가리지도 않았다. 휴대전화는 전원을 켜놓은 동안에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울었다. 빚쟁이들의 폭언도 함께 왔다. ‘아예 몸을 팔라’는 거친 말들도 함께 섞였다. 채권공정추심법에 따르면, 채권 추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채무자를 괴롭히거나 밤 9시부터 아침 8시 사이에는 채권 추심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양씨에게 법은 힘이 없었다.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한 양씨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경찰 쪽에서도 반응이 없었다. 그에게 유일한 선택은 숨어버리는 것이었다. 언제까지 두려운 도피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협회가 전해준 대부업체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이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모두 한사코 거절했다. 빚쟁이에게 쫓기는 이들에게 언론에 나서라는 건 무리한 요구였다. 공권력도 침묵한 공간에서 이들은 찢기고 상처 입었다. 백성진 금융소비자협회 사무국장은 “금융 소비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말도 안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고리의 사채에 집까지 빼앗기기도 하지만 정작 공권력은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채무는 결국 개인의 문제라는 통념이 있는 듯하다. 또 경찰한테 불법 채권 추심 문제는 실적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위층, 연소득 6배에 이르는 부채
1천조원. 앞선 이야기들은 가계 부채가 역대 최고 수준을 넘어 뛰어오르는 시대의 풍경이다. 천문학적인 부채액은 피부로 다가오지 않는다. 0이 15개나 들어간 엄청난 수치를, 기자가 사용하는 소형 전자계산기 모니터는 한 번에 담지 못했다.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기준 4875만 명으로 추산됐다. 가계빚을 인구로 나누면, 한 사람당 빚은 2051만2820원이었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90살 이상 노인까지 온 국민은 평균 2천만원 이상씩 빚을 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감이 오지 않는다면, 조금 복잡하지만 ‘순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라는 개념을 통해 현실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면 현실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금융부채 비율은 143%로, 통계를 잡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금융부채 비율은 한 개인의 금융부채를 1년 동안의 소득과 비교한 수치다. 한국은행의 통계대로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진 빚을 다 갚으려면 1년5개월여 동안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모아야 한다. 은행들의 무분별한 대출로 금융위기를 겪었던 미국의 금융부채 비율이 2007년 140%였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의 규모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계 부채 현황을 소득수준에 따라 나눠보면 조금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다시 펼쳐보면 소득분위별 대출액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주요 4개 시중은행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인구의 대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의 소득대비 대출액은 1년 소득의 608%, 즉 6배가 넘었다. 반면에 상위 20%의 부채는 1년 소득의 135%였다. 소득 상위 20%의 빚은 연봉을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하위 20%가 지고 있는 평균적인 빚 규모는 연봉의 6배가 넘는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가계금융조사 결과’ 내용과도 비슷했다. 부채 가구의 총부채를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눠 산출한 배율은 소득 1분위는 5.85배였지만 5분위는 2.11배였다.
소득이 적고 빚은 많으니 지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개인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가 공개한 신용등급별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소진율을 보면, 상위 33%는 지난해 한도의 0.1%만 썼지만, 하위 33%는 한도의 절반에 육박하는 42.1%를 썼다.
궁지에 몰린 하위층을 금융기관들도 외면했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2005년 금융기관의 전체 가계 대출 가운데 7~10등급 대상 대출 비중은 20.1%였지만 비율이 계속 낮아져서 2009년 말에는 15.5%까지 떨어졌다. 대출 심사를 엄격히 한 결과였다. 일반은행뿐 아니라 서민 대출을 주 업무로 하는 서민 금융기관마저도 저신용자들을 ‘찬밥’ 대우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상호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액은 2005년 1조5천억원이었지만 2009년에는 6천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축은행들은 본업인 서민 대출은 외면하고 ‘돈이 되는’ 대형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같은 기간 건당 50억원이 넘는 대형 여신은 5900억원에서 2조4천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저축은행들이 서민 대출을 외면하는 동안 금융 당국은 보고만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 3월 낸 감사보고서에서 “저축은행이 서민의 금융 편의 도모는 외면한 채 거액의 여신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집중하는… 개인·중소기업에 대한 의무대출 비율을 위반하고 있는데도 금감원에서는 이를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금감원, 지자체의 직무유기은행 문턱에서 밀려난 저소득층을 ‘따뜻하게’ 맞아준 곳이 있었다. 다름 아닌 대부업체들이었다. 특히 대부업체들은 2007년 텔레비전 광고 규제가 완화되자 대거 서민 대출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 업체들의 대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7년 9월 말 기준 대출 금액이 4조1천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7조6천억원으로 늘었다. 대략 3년 사이 대부업체의 대출 규모는 2배 가까이 늘었다. 최대 44%에 이르는 고리대금으로 대부업체들이 승승장구하자 저축은행들도 7~10등급 대출 시장으로 돌아왔다. 이들도 대부업체의 노하우를 익혀서 연이율 최대 40%에 이르는 고리로 서민들을 유혹했다. 한 저축은행의 대출이자는 6~8등급 대출에 연 39.6%의 이자율을 적용하기도 했다. 저축은행들이 대부업체와 차이점이 없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저축은행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저축은행들 사이에서 저신용자 대상 대출이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했다. 신용카드 회사들도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분야를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화기만 돌리면 하늘에서 돈더미가 떨어지는 광고도 등장했다.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의 평균 금리는 각각 15.6%와 22.4%로 신용협동조합의 이자율인 7.5%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약탈적 대출’의 시작이었다.
금융회사와 대부업체들이 저소득층을 열심히 ‘약탈’하는 동안 규제기관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지난 3월 감사원이 내놓은 ‘서민금융 지원시스템 운영 및 감독실태’ 보고서는 ‘금융의 정글’에서 금융기관들이 약자들을 ‘잡아먹는’ 동안 지방자치단체와 금융 당국이 어떻게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직무유기를 했는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3월 감사원 누리집에 올랐지만, 455쪽짜리 두툼한 보고서 가운데 후반부에 나오는 서민 대상 대부와 채권 추심 문제는 지금껏 언론을 통해 소개되지 않았다. 내용을 살펴보자. 현재 대부업의 관리·감독 체계가 뒤죽박죽이다. 법률 제정권은 금융위원회에 있고, 대부업자에 대한 검사는 지방자치단체와 금융감독원이 맡고 있다. 대부업 등록 및 제재는 지방자치단체 소관인데, 광역자치단체에 따라 기초단체가 업무를 맡기도 하고 광역자치단체가 직접 맡기도 했다. 이렇게 복잡하게 꼬인 체계 속에서 대부업에 대한 관리·감독은 사실상 방치됐다.
2006년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대부업정책협의회에서는 다시 행정자치부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대부업 등록정보 조회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 소비자에게 대부업체의 등록 자료를 공개해, 합법을 가장한 미등록 대부업체들의 전횡을 막자는 취지였다. 또 지방자치단체들은 통합정보 시스템을 통해 등록 신청 업체가 다른 지역에서 법규를 어긴 사실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당시 지자체들은 전국 233개 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업체의 정보를 확보하는 불편을 겪었다. 사실상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2008년에 만들기로 했던 검색 시스템은 2년 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느라 사업이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업체 조회 누리집(www.clfa.or.kr)은 예정보다 2년 늦은 지난해 6월에야 서비스를 시작했다.
위법 확인 대부 512건중 27건만 경찰에 넘겨
감사원 자료를 보면, 공공기관들의 직무유기는 줄줄이 이어졌다. 먼저 금감원은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을 시늉만 하고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은 2008~2009년 163개 대부업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고, 125건의 불법 사항을 발견했다. 이 가운데 실제 처벌을 받은 대부업체는 거의 없었다. 금감원은 법률 위반자와 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은 채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다. 내용을 파악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는 행정 조처를 내리지 않았고, 금감원도 이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2009년 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수수료를 걷다가 적발된 7개 업체는 그 뒤에도 영업을 계속했다. 금감원의 조사 뒤에도 아무런 행정 조처가 없었다. 이후에도 이들 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원이 77건이나 접수됐지만 업체들은 버젓이 영업을 계속했다.
금감원의 직무유기는 ‘사금융애로종합지원센터’ 운영 과정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2009년 12월에 만들어진 사금융애로종합지원센터는 금융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상담센터였다. 센터는 2007~2009년 상담을 통해 위법 사항이 파악된 6561건 가운데 182건만 경찰에 통보했다. 지방자치단체에는 위법 사항을 한 번도 통보하지 않았다. 특히 상담자와 대부업자의 이름이 확인된 위법 사항 512건 가운데 27건만 경찰에 알렸다. 또 센터가 접수한 인터넷 민원 가운데 위법 사항이 명확하고 상담자의 실명이 드러난 1995건 가운데 금감원은 58회만 경찰에 알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원과 위법행위에 대한 판단이 다른 부분이 있고, 상담자들 가운데 스스로 경찰의 수사를 원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해명은 감사원이 파악한 실태와는 크게 달랐다. 감사원은 전체 512건 가운데 382건은 형사처벌 대상이었고, 113건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의 판단을 따르면, 금감원은 불법 사실을 버젓이 파악하고도 위법을 방조했다. 대부업체의 횡포에 몰린 서민들의 목소리에 금감원은 화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들의 하소연에 귀기울이는 척하면서 조용히 재갈을 물리는 쪽에 가까웠다. 감사원은 “이런 금감원의 업무 행태는 불법행위를 묵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 금감원의 주장을 확인하려고 앞서 위법 사항이 나타난 512건의 상담 내용을 개인 기록을 빼고 제공해달라고 금감원 쪽에 요청했다. 금감원은 이를 거부했다. ‘사생활 보호’가 명분이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불법 대부 행태에 눈을 감았다. 경찰청은 2008~2009년 대부업법을 위반한 등록업자 1271건을 서울시 등 6개 시도에 알렸다. 지방자치단체가 대부업자에 대한 행정 조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전체 위반 업체 가운데 89건에만 적정한 조처를 취했고, 영업정지 대상인 985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영업정지 처분 등 엄중한 조치는 나중에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판단에 신중을 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나마 가지고 있던 대부업체 감독권을 지난해 1월 25개 자치구에 넘겼다. 서울시는 관리·감독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골치 아픈 대부 업무를 다른 지방정부에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가 정책 집행에 효율을 꾀할 정도로 딱히 의욕적이지도 않았다. 서울시가 2007~2009년 자체 조사를 통해 대부업체에 행정 조처를 취한 횟수는 12건이었다. 1년에 4건꼴이었다.
“모든 건 시민 탓이다”?금감원은 지난 6월22일 ‘불법 사금융 피해 현황 및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보도자료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됐다. “금감원은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으나, 금융 이용자들의 대부업 및 사금융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피해 사례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금감원은 열심히 했지만, 시민들의 이해가 부족해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감사원 등이 지적한 내용을 모르고 있다면 금감원은 바보인 셈이고, 알고도 모르는 척하고 있다면 지나치게 뻔뻔한 셈이다. 서울시도 지난 6월12일 ‘서민금융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부업체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두 기관 중 어느 곳도 감사원이 지적한 정책 실패와 집행 과정의 문제에 대해 사과하거나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두 기관이 나란히 낸 자료에서 대부업과 관련해 뚜렷이 진일보한 내용이 나오지도 않았다. 이 기사를 작성한 날에도 기자의 휴대전화로 문자가 왔다. “**금융입니다. 수수료 없이 1500 이상 대출 가능하시며 저금리 대환 가능하십니다. 010-****-8402.”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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