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생산 유발 효과 2579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229억원, 고용 유발 효과 2570억원….”
지난해 11월 전남 영암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 조직위원회가 그린 ‘장밋빛 전망’이었다. 조직위는 F1 대회로 7년 동안 해마다 7천억원대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9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럼에서 박종문 F1 대회 조직위 사무총장은 그럴듯한 논리도 폈다. “월드컵은 2조원을 들여 전국 10개 경기장을 건설해 1회 개최하는 데 그쳤지만, F1은 3천억원을 들여 1개의 경주장을 건설하고 7년 이상 매년 개최하는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돼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문제점 지적
낯선 스포츠 행사의 사업성을 두고 무수한 의혹이 뒤따랐지만, ‘사상 첫 F1 한국 유치’라는 요란한 선전 속에 비판의 목소리는 묻혔다. 앞서 2009년 10월에는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지원법’이 공포됐다. 나랏돈 1760억원이 새 사업에 흘러 들어갔다. 구구한 억측 속에 트랙은 깔렸고, 선수들은 입국했고, 자동차는 돌았고, 사람들의 입은 벌어졌다. 자동차 굉음은 영암군 삼호읍 일대에서 메아리쳤고, 잔치는 3일 만에 끝났다.
문제는 지난해 말에 불거져나왔다. 비공식 결산 내용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677억원 적자’였다. 대회에 들어간 비용은 740억원이었지만, 수입은 중계권료 15억원을 포함해 고작 165억원이 전부였다. 예상 수익의 반에 반도 못 미쳤다. F1 경기장 건설에 들어간 비용 4천여억원까지 포함하면 행사의 대가는 엄청났다.
따지고 보면 놀랄 일도 아니었다. 사고는 예견됐다. 2007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전남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사전타당성 조사보고서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보면, 전라남도가 제출한 사업타당성 보고서가 “경제적 파급효과를 과다계상했고, 숙박시설·교통시설 등 소모 비용을 누락했고, 수요 추정의 타당도도 미흡하다”고 풀이했다. 또 전라남도가 제출한 보고서는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비교한 ‘경제적 타당성 분석’이 아니라, 사업 추진 주체의 입장에서 현금이 유입되는 것을 편익으로, 현금이 유출되는 것을 비용으로 파악하는 ‘재무적 분석’이었다. 한마디로 전라남도의 사업성 분석이 엉터리라는 뜻이었다. 예산정책처는 “F1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사업은 계속 진행됐고, 사업 비용도 시간이 지나면서 부풀어올랐다. 2007년 사전타당성 조사보고서에서는 경주장 건설 비용이 23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완공을 앞두고 조직위는 건설 비용으로 3400억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결산 과정에서 건설 비용은 4425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그러나 사업이 타당했느냐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세금 낭비’에 대한 사과는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번지수를 잘못 짚은 자화자찬만 있었다. 조직위와 행사 운영 법인인 카보(KAVO)는 지난해 12월 보도자료를 내고 “모터스포츠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F1을 알리기 위한 국내 홍보 효과가 1230억원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지난해 12월27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전남에서 열린 첫 국제 행사인 F1 첫 대회가 도민 여러분의 성원 속에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고 말했다. ‘성공’의 이면에서는 막대한 적자를 둘러싸고 KAVO의 전 대표와 시공사인 SK건설, 관리·감독 기관인 전라남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올해 열릴 예정인 2회 F1 대회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직위가 약속한, 연간 7천억원의 경제 효과는 이미 잊혀진 지 오래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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