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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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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 경영은 계속 된다, 쭉

삼성 새 컨트롤타워 책임자 김순택 부회장,

삼성SDI 대표 시절 불법 위치추적·노동자 과로사 등 논란 겪어
등록 2010-12-02 14:42 수정 2020-05-03 04:26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그룹 공식 트위터(@samsungin)에서 밝힌 글이다. 2008년 4월 경영쇄신안을 내놓고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이었다.
8개월 뒤,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23주기인 11월19일에 옛 전략기획실도 부활했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날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이 수장으로 있던 전략기획실과 같은 새 그룹 조직의 책임자로 김순택 부회장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8년 삼성의 경영쇄신안 가운데 핵심인 △이건희 회장 퇴진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사임 △전략기획실 해체 등 3개가 ‘도로 제자리’가 됐다.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가 이끌어낸 삼성그룹의 투명성 강화 약속이 물거품이 된 셈이다.
이건희 회장 복귀 이어 전략기획실 부활

» 삼성그룹은 2008년 4월 이후 사라진 옛 전략기획실과 다름없는 새 그룹 조직을 복원해 책임자로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을 임명했다. 김 부회장(오른쪽)이 이건희 회장과 함께 2006년 일본 요코하마 평판디스플레이 전시회를 참관하고 있다.연합

» 삼성그룹은 2008년 4월 이후 사라진 옛 전략기획실과 다름없는 새 그룹 조직을 복원해 책임자로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을 임명했다. 김 부회장(오른쪽)이 이건희 회장과 함께 2006년 일본 요코하마 평판디스플레이 전시회를 참관하고 있다.연합

이인용 부사장은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후 ‘21세기 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심하다. 삼성이 지난 10년간 21세기 변화를 대비해왔지만 곧 닥쳐올 변화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힘을 다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고 밝히고 그룹 조직을 다시 만들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김순택 부회장에 대해서는 “그동안 삼성SDI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유기발광다이오드, 2차 전지 등 신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웠으며, 금년부터는 삼성전자의 신사업추진단장으로서 그룹의 미래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신설되는 그룹 조직은 그룹 차원에서 21세기의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는 한편, 그룹 경영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옛 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 고문의 오른팔 격인 김인주 상담역(전 전략기획실 재무팀장)도 삼성카드 고문으로 임명됐다.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 ‘옛 인물’들을 쳐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과 새 인물의 발탁이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과 김순택 부회장의 기용으로 나타난 것에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과거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으로 불린 그룹 컨트롤타워는 삼성그룹 성장의 힘이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비자금, 로비, 도청, 경영권 편법 승계, 노동자 탄압 등 커다란 오명도 안고 있다. 게다가 김 부회장은 과거 노동자 불법 위치추적으로 악명 높았던 삼성SDI 대표이사 출신이다. 내년 7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상황에서 김 부회장의 발탁은 ‘무노조 경영’으로 대표되는 삼성의 과거 경영 행태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고한다.

김 부회장이 새 그룹 조직의 수장으로 출근한 첫날부터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가 처음 출근한 11월22일, 삼성전자 노조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박아무개 대리는 상벌위원회에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받았다. 박 대리는 지난 11월3일 사내게시판에 “현장에서 일하다 다쳐도, 해외출장 가서 사망해도, 기혼 여사원이 장시간 노동강도에 유산을 해도 회사의 책임은 없고 본인의 과실만 강요하고 상사의 폭언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기업문화는 정상적인 삼성전자의 경영방침은 아닐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직된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법에 보장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이 삼성전자 사원들의 권리를 지키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글은 15분 만에 지워졌다. 이어 삼성전자는 △허위 사실을 사내 게시판에 게시하고 사외 언론사에 제공 △러시아 출장 거부 등의 이유로 박 대리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에 박 대리는 “러시아 출장은 목디스크 등 건강상 문제로 어렵다고 밝혔지만 회사 쪽에서 며칠 늦게라도 가라고 지시해 병원에 문의했지만 안 된다고 했다”며 “‘외박을 동반한 출장은 삼감이 좋다’는 의사의 진단서까지 제출했는데도 회사는 출장 지시 거부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또 허위 사실 게시와 관련해서는 “해외출장 가서 사망한 사건이나 여직원의 유산 등은 직접 목격한 것이므로 허위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런 내용을 언론사에 제공한 것 역시 회사의 영업 기밀을 공개했다면 잘못이겠지만, 누가 봐도 영업 기밀이 아니므로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포폰 불법 위치추적 몰랐을까
» 삼성그룹 경영체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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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김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과거보다는 미래 대비, 신사업·신수종 중심, 임직원과 사회가 바라는 소통·상생, 이런 것을 중심으로 해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건희 회장이 당부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래를 대비하고, 인재를 소중히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리는 나흘 뒤인 11월26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상벌위원회는 ‘징계결과 통보서’를 통해 업무지시 불이행,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명예 실추, 정보보호 규정 위반, 징계 전력이 있음에도 뉘우침이 없음 등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그는 “김 부회장이 언급한 상생이나 소통은 말로만 하는 것이지 변화된 모습을 전혀 느낄 수 없다”며 “이번 해고 통보는 과거의 무노조 경영의 틀을 계속 고집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SDI의 대표이사로 있을 때 발생한 불법 위치추적 문제는 아직도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2003년 7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삼성SDI 수원공장과 울산공장의 노동자 등 20여 명은 휴대전화를 통해 위치추적을 당했다. 피해자들은 삼성 쪽이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불법 복제한 뒤 몰래 ‘친구찾기’ 서비스에 가입해 위치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쓰인 휴대전화는 이미 숨진 전남 담양군의 정아무개씨 이름으로 개설돼 있었다. 이른바 ‘대포폰’이다. 휴대전화 요금은 SK텔레콤 수원대리점에 현금으로 15만여원을 납부했다. 더욱이 위치추적을 위해 주로 쓰인 기지국이 삼성SDI 수원사업장이 있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신동에 있어 삼성 쪽의 소행으로 의심을 샀다. 이에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등 피해자들은 이건희 회장과 김순택 당시 삼성SDI 대표이사 등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위치추적을 한 성명불상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기소 중지한다”고 밝혀 흐지부지됐다.

이후 2008년 김용철 변호사가 “당시 구조조정본부 인사팀 팀장이었던 노인식 부사장(현 삼성중공업 사장)에게 ‘위치추적을 정말 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 (노 부사장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어색하게 시인했다”고 폭로하면서 다시 고소가 이어졌지만 ‘공소시효 만료’라는 이유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삼성SDI의 불법 위치추적에 대해 당시 대표이사인 김순택 부회장이 모를 리 없다”며 “더욱이 김 부회장도 당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그룹 비서실 출신이어서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 찾아야”

당시 삼성SDI는 출산한 여성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면서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도 밝혀졌다. 2004년 당시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삼성SDI에서 발생한 30대 초반 노동자의 과로사는 하루 12시간에 이르는 과로노동에서 비롯됐음이 해당 노동자의 월급명세서에서 확인됐다”며 “이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특별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대환 당시 노동부 장관이 이를 받아들여 2004년 10월18일부터 11월13일까지 특별조사를 벌였고, 연소자·임산부 등을 포함해 822건의 근로시간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악재의 연속에도 김순택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 그는 삼성SDI 사장에 부임하기 전 18년 동안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이건희 회장의 지근거리에 있었다. 한때 그룹 안 중책에서 벗어난 적이 있지만, 이 회장의 신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의 실적 부진으로 ‘경질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2009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SDI는 2005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브라운관사업 구조조정 등에 어려움을 겪고,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의 판매가 부진한 점 등이 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그가 지난 1월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학수 옛 전략기획실장이 차지하던 ‘2인자’ 자리에까지 등극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무역학)은 “우리 사회가 삼성에 기대하는 것은 총수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정·관계 로비 등을 한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건전한 소통 방식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며 “하지만 김순택 부회장이 그룹 컨트롤타워의 수장으로 등극하면서 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삼성그룹과 김순택 부회장은 이학수 고문이 주도한 전략기획실의 ‘관리전략’이 결국은 삼성과 이재용씨를 불법의 쓰레기통 위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 무엇이 진정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인지 심사숙고하고 진정성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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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1153A4">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과 삼성의 묘한 인연</font>
<font size="3"><font color="#008ABD">삼성SDI 특별조사 등 ‘봐주기’ 의혹</font></font>

“그 사람 불러서 ‘너 조심해라’ 이렇게 합니까? 그 사람의 소문이 진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내사하고 탐문하는 게 원칙 아닙니까? 그런 절차를 취했어요?”(한나라당 이사철 의원)
“그런 절차는 안 취했습니다.”(국무총리실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그러면 그 사람 불러서 ‘너 조심해라’ 그것은 봐주겠다는 거요, 뭐요?”(이사철)
“아니, 직원들의 그런 보고가 있기에 그러면 사전에 주의를 하면….”(이인규)
“소문이 있으면 그 소문이 진실인지를 죽 살펴보고 사실이 아니면 그냥 묻어두고, 사실이라면 그것을 적법 조치를 하고, 또 사실인지 아닌지 이것을 가리기 어렵다면 소속기관의 장에게 연락해서 ‘이 사람 이런 소문이 있으니까 주의시키십시오’, 이래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요?”(이사철)
“예.”(이인규)
“그런데 왜 직접 불렀어요?”(이사철)
“그….”(이인규)
민간인을 사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지난해 10월5일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과 질의응답한 내용이다. 당시 이인규 지원관은 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장이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으로 있던 2008년 11월부터 한 달 동안 서울 역삼동 룸살롱을 출입하면서 삼성 계열사 법인카드로 결제한 의혹이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접수됐으나 조사는 하지 않은 채 구두경고로 그쳐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이 지원관의 ‘봐주기’ 의혹이 삼성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의혹으로까지 이어졌다.
그가 의혹을 산 배경은 과거 노동부에 근무할 당시에 시작된다. 이 지원관은 김순택 부회장이 삼성SDI 대표이사 시절이던 2004년 노동부의 특별조사를 지휘했는데, 당시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이를 ‘삼성 봐주기 조사’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월평균 103시간의 불법 초과근로 등으로 숨진 삼성SDI 노동자의 산업재해 인정 서류와 관련해 노동부가 삼성 쪽 주장을 받아들인 점이 꼽혔다. 노동부는 “산재 인정을 위해 (회사가) 임의로 만든 것”이라고 밝힌 반면, 근로복지공단은 “실제 그 시간만큼 근무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밖에 노동부가 800건이 넘는 법 위반 사실을 발견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고, 위반에 대한 시정 기간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이 지원관이 노동부 시절 삼성SDI에 대한 특별조사, 조홍희 청장의 삼성 계열사 카드 사용 의혹 등 삼성과 관련된 것은 모두 봐준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쪽은 “억지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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